민주당 새 수장 이해찬…‘협치’ 나섰다

건강 이상설·네거티브에도 당당히 당선
당정청 협력 나서…‘원팀·철통같은 단결’ 강조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8/31 [15:22]

민주당 새 수장 이해찬…‘협치’ 나섰다

건강 이상설·네거티브에도 당당히 당선
당정청 협력 나서…‘원팀·철통같은 단결’ 강조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8/31 [15:22]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여당을 이끌 신임 당대표에 이해찬 의원이 당선됐다. ‘강한 민주당’을 외치며 당권 경쟁에 나섰던 이 대표는 이제 후반기 국회에서 문 정부를 뒷받침할 입법 성과를 내 여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7선 의원이면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이 대표. 친노 좌장으로서 추진력과 경륜을 가진 이 대표와 민주당이 보일 행보가 주목된다. 


 

 

▲ 이해찬 대표는 ‘철통같은 단결’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를 도와 여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민생경제연석회의와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한 이 대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 김상문 기자

 

 

입법 성과·여당 존재감에 방점…‘총선 준비’

연일 ‘협치 행보’ 나선 이 대표 야5당 예방

 

이해찬 대표의 당선으로 치열했던 민주당 당권 경쟁이 막을 내렸다. 8월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해찬 대표는 42.88%의 득표율로 송영길(30.73%)·김진표(26.39%) 후보를 꺾고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진보 정권 20년 집권 플랜을 내세운 이 대표는 함께 선출된 박주민·박광온·설훈·김해영·남인순 최고위원과 손잡고 2020년 총선을 준비한다.

 

치열했던 네거티브 공방전

이 대표는 출마부터 당선까지 적지 않은 오해와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먼저 선거운동 초반 출연한 한 팟캐스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고 언급해 문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이들 한편에선 이 대표의 발언이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타낸 것이라며 비판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이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말한 것으로 문 대통령을 하대한 것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이 대표의 지지세력이 약해질 거라고 보는 등 논란이 일었다. 

 

또 이 대표의 약점이었던 건강 이상설도 제기돼 홍역을 치렀다. 문제의 발단은 이 대표가 한 지역 대의원대회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며 비틀거리는 영상이 SNS에 유포되면서부터였다. 전당대회를 불과 3일 앞둔 시기에 이 같은 네거티브가 불거지자 경쟁 후보인 김진표 전 당 대표 후보는 송영길 전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후보 캠프는 “송 후보 측은 당내 선거에서 도를 넘지 말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정말 악의적인 동영상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고 어떤 사람들이 유포하는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송 전 후보 캠프 측은 “동영상을 누가 제작하고 배포했는지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우리 캠프에서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주장이야말로 한심한 작패”라며 거세게 반발하며 네거티브 양상을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도 후보들 간 공방은 치열했다. 김 전 후보와 이 대표는 송 전 후보가 1위로 나타나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이의를 제기했다. 김 전 후보 캠프는 여론조사 표본추출 방식을 문제 삼아 “특정 후보의 지지세가 강한 특정 지역 당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비판했다. 

 

이 대표 캠프에서도 ‘엉터리 여론조사를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당시 황창하 대변인은 “조사표본도 확인 안한 채 6차례나 자막까지 처리해서 내보냈다. 특정 후보를 밀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편파방송을 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송 후보 측은 “왜 하필 이해찬 캠프는 1등을 빼앗긴 여론조사 기관과 이를 보도한 언론만 문제 삼는지 의문이다”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당선 뒤엔 ‘강한 민주당’ 강조

하지만 이 대표는 네거티브에 꺾이지 않았다. 타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한 이 대표는 두 후보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40%대 득표율로 당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결과 발표 전 후보자 연설에서 7선 국회의원, 3번의 정책위 의장, 국무총리 경험을 들며 ‘사심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당을 운영할 때 민주당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2020년 총선 승리를 위해 ‘철통같은 단결’이 가장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원팀’을 주장하며 “우리가 하나가 될 때만이 강한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 하락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선 “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상황의 엄중함을 모른다고 한다”며 “더 이상 흔들리면 안 된다.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으로 나라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 20년 집권플랜에 관해선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꾸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연수원 설립 ▲자치분권기구 설립 ▲소통 플랫폼 및 당원자치회 활성화 ▲시스템공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저 이해찬은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다”라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당의 존재감이 커지고 보수의 정치공세를 단호히 막아낼 것이다. 당정청 협력은 더 굳건해질 것이다”라고 외쳤다. 

 

수락연설에선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먼저 민생 경제 안정에 집중할 것을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연석회의부터 가동해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청와대와의 관계에 있어선 당·정·청 협의를 긴밀하게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친노 좌장인 이 대표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 

‘협치’는 이 대표의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국민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면서 야당 대표들에게 5당 대표 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우리가 힘을 합쳐 이번 정기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은 여야 합의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민생국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생문제·경제정책엔 ‘뒷받침’

당찬 포부를 밝힌 신임 당대표는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 공약 이행 및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최고 수준의 협치와 관련해 “민생문제는 먼저 청와대 상설협의체에서 8월에 입법을 추진해 예산까지 뒷받침하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조속히 이행토록 할 것”이라며 “합의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논의해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논의를 성실하게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상황이 좋아지면 협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여러 가지 대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과 청와대, 여당이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패배한 두 후보에 대해선 “진작 원팀을 이야기했고, 역할을 분담하자는 이야기를 한 달 동안 했다”며 “송 후보는 북방경제에 관심이 많고 김 후보는 여러 가지 종합적인 경제정책에 관해 전문적 식견과 열정이 많다. 특위에서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생경제연석회의를 두고 이 대표는 “빨리 구성해서 여러 가지 노동 문제라든지 고용문제, 민생 관련 사안들을 시민단체·노조와 함께하며 정부 여당과도 같이 풀어나가는 부분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정기적으로 총리가 중심이 돼서 총리, 당대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나아가서는 사안에 따라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해당 수석, 해당 부처 장관과 당의 정책위의장·원내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사안별로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지방선거 때부터 꾸준히 논의돼 온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제 개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다. 정당법을 바꾸면 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권력구조와 관련이 있어 개헌과 같이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도만 개혁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며 “개헌과 묶어 다룰 때 권력 구조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해 야당과 꾸준히 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용문제와 양극화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에 미치는 부정적인 시선을 해결하는 것도 당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또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의 일환인 은산분리 완화와 규제완화 등에 대한 진보 진영 내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 이 대표는 “고용이 늘지 않는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봐야지 단순히 소득주도성장 모델 때문인지, 최저임금 때문인지를 봐야 한다”며 “근본 원인은 성장 잠재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 “선제적으로 자본을 얼마나 더 많이 투자하고 노동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땅은 제한적이더라도 한참 후에 효과가 나는 것”이라며 “선제 투입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현재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올해 세수가 20조 정도 추가로 들어갈 전망이다. 그는 “(그동안은) 세수 과소추계로 인한 정부 정책의 취약성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정부와 추가 논의를 통해 재정확장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대표는 올해 예산 통과 전까지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맡은 정책위의장을 유임키로 했다. 그러면서 “확장정책을 쓰더라도 단순 부양 정책이 아닌 성장 잠재력을 늘릴 수 있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체질이 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에 있어 정당차원의 입법보조 뒷받침을 비롯한 방북계획과 당 차원 교류에 대해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우리 당과 북한의 정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정당차원의 교류까지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경선 과정에서 말씀드렸듯 여야 합동 방북단을 구성해 정상회담 뒤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같은 단체 관계자들과 남북관계에 관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이어질 당직 인선에 관해선 “당직 인선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당조직은 특히 소통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인사 원칙이다. 탕평 인사하는 게 당의 합리적 운영에 중요하다고 본다”며 “급하게 인사를 결정할 생각은 없다. 급한 부서는 먼저 한 뒤 내년 초에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고위원들이 경선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최고위원회의에 가면 멘트 한마디 하는 것을 역할이라고 생각지 않고 당무를 분담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저도 거당적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송영길, 김진표 후보님을 비롯해 최고위원 5명과 지명직 2명과 상의해 본인들이 희망하는 역할을 들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협치’ 보여줄까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본격적인 ‘협치 행보’에 나섰다. 취임 첫날인 8월27일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민주당 대표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은 후 처음이었다. 이 대표는 “두 분 대통령(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은 제가 처음으로 참배했다”면서 “분단 70년을 우리가 살아왔는데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밝혔다. 

 

이후 야4당 지도부를 직접 예방한 이 대표는 여소야대라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먼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5당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가능한 한 서로 협의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주요 입법과 현안 처리 과정에서 ‘진정한 협치’를 이룰 것에 뜻을 함께 했다. 이 대표가 “정기국회를 앞두고 처리해야 할 예산과 법안이 있다. 원만하게 하는 데 도와달라”고 하자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힘도 있고 강단도 있으신 분”이라면서 “진정한 협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는 협치 뿐 아니라 개헌과 선거제 개혁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 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여야가 협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이라 자주 찾아뵙고 여러 말씀을 드리고 조언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김 원내대표는 “상당히 기대가 크다”며 맞았다. 

 

그러면서 “최근 대통령께도 얘기를 해 주셨던 정치개혁에 관한 과제,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문제에 있어서도 평소에 이해찬 대표가 가지고 있는 소신이 있기 때문에 그 소신에 따라서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실 거라 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 대표를 만나 “국회에서의 보다 내용 있는 협력 그리고 남북관계에 대한 대화를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서로 보완하고 지지하는 부분을 정의당이 열심히 하겠다”며 “선거제도 개혁에도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민주평화당을 예방한 이 대표는 “현실적으로 그동안 협치의 어느 정도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협력을 해서 처리를 해왔는데 그 수준보다 더 올라가야지 머물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당은 다르지만 이 대표의 개혁노선과 제가 걸어온 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개혁노선에 대한 큰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고 화답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협치를 정치의 최고수준으로 해나갈 때 그동안 쌓아 오신 경륜을 야당들과 잘 소통해 여러 가지 정책이 지향하는 당초 목표와 실제 시장에서 실천되는 것과 괴리가 없도록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경륜의 리더십으로 나섰다. ‘최고 수준의 협치’를 강조한 이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야5당을 예방하는 등 포용력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김상문 기자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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