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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섭 성장소설 ‘종태’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3/04/05 [15:51]

변경섭 성장소설 ‘종태’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3/04/05 [15:51]

▲ <사진 제공 : 해드림출판사>  

[주간현대=박소영 기자] 중앙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경섭씨가 소설가로 거듭나 펴낸 장편소설 ‘종태’가 해드림출판사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그 시대, 또 한 명의 일그러진 영웅을 유년의 눈물처럼 그려낸 것이다. 사회적 현실은 같잖았을지라도 그 시절 서정만큼은 지금으로써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소나기 뒤의 햇살 아래 놓인 세상처럼 눈부신 서정을 배경 삼아 오랜만에 맛보는 우리시대 성장소설이다.
 
대한민국 그 시대 ‘일그러진 영웅’은 교실마다 있었고 지금도 있다. 따라서 소설 ‘종태’는 패러디도 아니고 벤치마킹도 아닌, 또 한 명의 일그러진 영웅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다만 여기 ‘종태’는 권위와 카리스마는 있으나 폭력적이지 않으며 비열하지 않다. 대신 알 수 없는 슬픔과 정의를 지닌 유년의 영웅인 것이다. 약자를 괴롭히는 ‘종태’가 아니라 약한 자에게는 약하고 강한 자에게는 강하다.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의리의 종태, 우리보다는 지혜로웠고 속정이 깊을 만큼 성숙하였으며 때로는 침묵할 줄 알았다.
 
‘종태’를 퇴고하던 즈음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유신 시대의 아픔들이 소설에서 다시 한 번 들춰지게 되었다. 굳이 소설에서 유신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거를 통해 묻어뒀던 문제들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그 시대를 배경으로 썼던 ‘종태’가 거듭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기존 성장소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 성장소설에서 유년의 주인공은 지나치게 성숙한 모습인 데다 철학적이며 지적 수준이 높다. 또한 고민이 유년스럽지 않게 심오해서 그런 설정이 현실적인가 하는 의문 들기도 한다. 물론 소설이란 게 당시의 나이와 지적 수준 등이 딱 맞아 떨어질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종태’는 나이에 어울리는 그리고 과장되지 않게 성장해 가는 소년이다.
 
유신 시대에 자란 저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가 있다. 10월 유신헌법이 통과되기 얼마 전에, 담임선생님이 하필 가정방문을 다녔던(전교가 모두 오전에 수업하고 오후에 가정방문을 다녔다)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가정방문이 왜 이루어졌는지 나중에 깨닫게 된 그것, 시골 소읍의 말단 행정기관인 모세혈관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던 그것이 은연 중 ‘종태’에 깔리게 되었다.
 
주인공과 관찰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 제도적 운용 그리고 폭력적 분위기 등은 어디에서 근원하는 것일까. 유신이라는 국가적 폭력과 이데올로기의 점령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해 가는지, 소설 ‘종태’의 무대인 시골 소읍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주인공 종태는 가공의 인물로 살아나온 것이고, 관찰자인 ‘나’는 주인공 종태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간다.
 
많은 사람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었던 지난날의 과거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당시를 살아왔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면서, 이 사회가 더는 과거로 후퇴하지 않고 서로 공감(Compassion)하며 소외된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종태’의 바람이다.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어두컴컴한 벽장 속 시간의 감옥에서 나와,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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