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의혹

철근 빼먹고 지은 초고층 아파트 “과연 안전할까”

문지혜 기자 | 기사입력 2013/04/02 [16:07]

대우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의혹

철근 빼먹고 지은 초고층 아파트 “과연 안전할까”

문지혜 기자 | 입력 : 2013/04/02 [16:07]

대우건설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건설한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가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이면서 입주예정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의 안전을 위해 설치되는 벨트 월(belt wall) 내부에 인방보 대각철근 중 일부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공사측은 이미 완공된 아파트인 만큼 ‘보강’을 하겠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불안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일 없다더니” 청라 푸르지오 부실시공 의혹 ‘사실로’
“안전 장담할 수 없다” 입주예정자들 입주 거부 사태 파장
제보자 회유·협박까지 은폐 의혹도…난감한 대우건설 ‘울상’

 
▲ 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 : 대우건설>    

[주간현대=문지혜 기자] 인천 청라푸르지오 아파트 부실시공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곳에 입주 예정이었던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시공사인 대우건설로부터 801동 1층 천장과 803동 24층 천장에 시공한 구조물 벨트 월(belt wall)에 당초 철근 64개를 넣도록 설계된 것과 달리 절반인 32개만 넣고 시공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3월26일 밝혔다.
 

부실시공 밝혀져

대우건설이 시공한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는 최고 58층 높이로 4개 동, 751가구 규모로 2009년 10월 착공해 2013년 3월28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벨트 월 내부에 있는 대각철근 중 일부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나 예정에 차질이 생긴 것. 벨트 월은 초고층 아파트의 안전을 위해 태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중간에 설치하는 높이 6m, 띠 모양의 구조물이다. 아파트 1층과 2층 사이, 아파트 중간층(기계실)에 각각 6곳이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측은 일부 실수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빠진 철근의 양이 0.2%에 불과해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해명자료를 내고 “아파트 구조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벨트 월 자체 핵심 철근이 빠진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인방보라는 구조물 중 대각철근(대각선으로 설치되는 철근) 일부가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워낙 복잡한 철근 구조물인 만큼 경험이 많은 철근반장이라도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철근작업자의 단순 실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입주예정자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조만간 안전진단과 함께 필요한 보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반발하며 확인한 문제의 아파트 2개 동 이외에 나머지 부분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은 이미 지난해 9월 처음 불거졌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측에서 처음부터 부실시공 의혹을 은폐·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보자의 말 덕분에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따르면 2012년 9월 대우건설 철근하청업체 직원 오모(47)씨가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철근반장을 맡았던 오씨는 아파트 4개 동 가운데 2개 동에 설치한 벨트 월 내부에 인방보 대각철근이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입주민들에게 알렸다. 이에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시공사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대우건설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제보자를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하청업체를 나와 퇴직금 문제로 갈등을 빚던 오씨가 앙심을 품고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 확인을 하려면 구조물 일부를 훼손해야 하는데, 이 경우 아파트 안전뿐 아니라 건물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거부했다.

입주자협의회는 제보자의 말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대우건설측에 끊임없이 이를 확인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안전과 관련된 사항인 만큼 철저하게 검증하고 싶다는 것이 협의회측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우건설과 협의회는 철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X-레이를 통해 검사하는 ‘비파괴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벨트 월 내부가 워낙 복잡해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가운데 오씨가 ‘제보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각서를 쓰고 잠적하면서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입주를 며칠 앞둔 지난 3월13일, 입주예정자들의 끈질긴 설득에 마음을 바꾼 오씨가 다시 말을 번복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오씨는 최초의 주장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대우건설과 해당 하청업체의 강압과 회유 때문이라고 밝히며 철근이 일부 누락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이 진술을 바탕으로 관할 행정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콘크리트 벽을 뜯어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파취검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입주를 3일 앞둔 지난 3월25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중재로 입주민과 대우건설측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파취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실제로 설계상 16가닥의 철근이 있어야 하는 지점에 8가닥만 있는 등 일부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자협의회는 “대형건설사가 시공한 아파트가 부실시공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안전이 확인되기 전 입주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계약 파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믿었더니

또한 입주자협의회는 시공사가 처음부터 의혹을 축소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처음 벨트 월 철근 누락에 대해 확인할 것을 요구했을 때는 해당 지점이 아파트 구조상 상당히 중요해 이를 파취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누락이 확인된 지금 해당 지점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강만 하면 문제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 입주예정자측은 “시공사측에서 문제를 자꾸 적게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며 “입주예정자들은 구조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구조안전진단을 의뢰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할 행정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당초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아파트 사용승인을 내줄 예정이었으나, 일부 민원에 따라 세대별 임시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또 설계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시공사와 공사 감독을 맡은 감리업체를 건축법 및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jhmoo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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