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가짜편지’ 파문 일파만파

편지 작성 지시 시인…‘배후 인물 드러나나?’

손성은 기자 | 기사입력 2012/06/04 [13:54]

‘BBK 가짜편지’ 파문 일파만파

편지 작성 지시 시인…‘배후 인물 드러나나?’

손성은 기자 | 입력 : 2012/06/04 [13:54]
2007년 대선 정국에 주요변수로 작용한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BBK 가짜편지’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편지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최고의원에게 직접 전달됐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 이에 검찰은 사실 여부 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획입국설을 주장하며 그 증거로 편지를 제시한 홍 의원은 편지의 출처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해왔던 터라 검찰 수사관계 여부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편집자 주>
 


 
기획 입국설 ‘BBK 가짜편지’…‘17대 대선’ 변수 작용
편지 작성자 ‘신명’…‘MB 측근’ 편지 작성 지시 주장
檢, 홍준표 의원 사건 연관 포착…사실 관계 확인 중

 
[주간현대=손성은 기자]
 
지난 2012년 5월2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BBK 기획입국설의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 ‘BBK 가짜편지’가 홍준표 새누리당 의원에게 직접 전달된 정황을 포착해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BBK 가짜편지’는 지난 2007년 당시 BBK 실소유주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편지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일각에선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획입국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 당시 한나라당 대권 주자였던 이명박 후보는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대규모 주가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BBK’의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BBK'는 지난 1999년 김경준(46)씨가 설립한 투자자문회사로 알려졌다. 이후 BBK 설립자인 김 씨가 대규모 주가조작을 시도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미국으로 도주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사태가 불거진 건 이 후보가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 하면서이다.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후보는 BBK의 실소유주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대권을 두고 경쟁하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에게 진실을 밝히라는 압박을 가했다. 끊임없이 가해지는 압박에 이 후보는 자신도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박했다.

의혹의 눈초리를 무시한 채 대권 도전에 매진하고 있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닥쳐왔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이 후보가 경쟁에 돌입한 시점에 ‘BBK'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 후보의 경쟁자들이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던 김 씨를 송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이 후보는 TV 공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씨의 송환을 원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괘념치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 후보 진영은 김 씨의 한국 송환을 막기 위해 미국법원 측에 송환반대 의사를 표하며 물밑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 후보 진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은 김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김 씨가 한국 송환의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김 씨의 송환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김 씨의 송환시기를 두고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정치 공작을 계획한 세력으로 지목한 인물들이 청와대와 당시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이었기에 큰 파장이 일며 ‘기획입국설’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증거 제시

제 17대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 2007년 12월13일. 김 씨의 송환을 둘러싸고 여야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 수세에 몰린 이 후보를 구원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 의원이 꺼내든 카드는 한 장의 편지였다. 편지는 김 씨가 미국 수감 당시 감방 동기로 알려진 신경화(54)씨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이 제시한 편지에는 “자네(김경준)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는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당시 편지가 공개되며 편지에 명시된 ‘큰 집’이 청와대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김 씨가 여권과 밀약을 맺고 입국하게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태는 일파만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편지 공개 이후 상황은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BBK 관련 의혹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이 후보 이미지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세간엔 BBK사건이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와 여권이 합세해 만든 정치 공작이라는 의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주작조작 등을 통해 거금을 횡령한 회사의 실소유주에서 정치적 탄압의 희생양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이같이 변신에 성공한 이 후보는 여세를 몰아 지난 2007년 12월19일 48.7%의 득표율로 2위 정동영 후보와 20% 이상 격차를 보이며 대통령 당선에 성공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편지 공개로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BBK와 관련한 이미지가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짜 편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기획 입국설의 근거로 제시된 편지는 잊혀져 가는 듯 했다. 하지만 홍 의원의 의뢰로 기획 입국설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에 의해 편지가 신씨의 동생 신명(51)씨에 의해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신명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수감 중인 형을 위해 한 일이다. 시킨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배후인물을 밝혀내지 못했고 기획 입국설은 실체가 없다며 지난 2008년 수사를 내부종결 처리 했다.

하지만 여론은 편지의 작성자가 신씨의 동생 신명 씨로 드러나자 그 내막을 의심했고 편지 작성 지시자의 정체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의혹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신명 씨는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여론의 관심은 점점 사그러 들어갔다. 편지 조작의혹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갈 무렵 사태가 재점화 됐다. 지난 2011년 3월께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신명 씨가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앞서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시킨 사람은 없었다”는 애초의 진술과 다른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

신명 씨가 한 언론을 통해 “편지는 지인 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의 지시를 받고 작성하게 됐다”는 발언을 했다. 이같은 신명 씨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신명 씨는 각 언론사를 통해 편지의 실체에 대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당시 기획 입국설의 증거로 편지를 제시한 홍 의원을 지목하며 편지의 입수 경위에 대해 밝혀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신명 씨의 발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BBK 사건으로 수감 중인 김씨와 편지 조작의 배후인물로 지목된 홍 의원이 각각 2011년 12월과 2012년 3월에 명예훼손죄, 허위 사실 유포죄로 신명 씨를 고발한 것이다. 특히 홍 의원은 고발 이유에 대해 신명 씨가 4월11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을 낙마시키기 위한 흑색선전을 유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태 일파만파

일련의 고발 사태로 인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신명 씨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올해 초에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신명 씨는 언론을 통해 ‘BBK 가짜편지’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4일 신명 씨는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편지 작성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선생님(양승덕)이 타이핑된 문안을 가져와 ‘그대로 베껴 달라’고 했다”며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대주시는 등 30년 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라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명 씨는 자신에게 편지 대필을 의뢰한 양씨의 배후에는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핵심인사가 포진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선캠프 특보 출신 김병진 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의원 등이 그들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대선 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양씨가 나를 불러 ‘최시중, 이상득씨가 모든 걸 핸들링 하고 있다”며 “지시한 대로 하면 형을 미국으로 원상복귀 시켜준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또 기획 입국설의 근거로 편지를 제시한 홍 의원에 대해 “2007년 당시 홍 의원이 대선 일주일 전 출근했더니 책상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고 했다”며 “하지만 홍 의원이 대선 열흘 전인 2007년 12월7일부터 형과 편지에 대해 언급한 보도가 있다. 홍 의원이 가짜편지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신명 씨의 폭로로 인해 가짜편지 작성 지시 인물들에 대한 의혹이 점점 커져만 갔고 지난 5월29일 검찰에 의해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가짜편지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에 의해 그동안 홍 의원의 “출근해 보니 책상에 놓여있었다”는 주장과 달리 편지가 홍 의원에게 직접 전달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가짜편지 작성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양씨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한 진술로 인해 이같이 밝혀진 것. 당초 양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가짜편지 작성 지시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했으나 최근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은 지난 2007년 양씨의 지시에 의해 대필된 편지가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상임 특보였던 김병진 씨에게 건네졌고 이어 홍 의원에게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같이 신명 씨가 앞서 주장한 바가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MB 정권 말기에 파이시티 사태를 비롯한 각종 비리사건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청와대의 대처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정권 교체시기 마다 전 정권에 대해 무자비한 칼날을 들이밀던 검찰의 행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수사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on25@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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