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리스트 파문

정치권 “지금 나 떨고 있니?”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2/02/03 [20:40]

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리스트 파문

정치권 “지금 나 떨고 있니?”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2/02/03 [20:40]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측이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 이후 박 국회의장측으로부터 살포 대상 명단으로 의심되는 내부문건이 발견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원내외 인사에게는 총선 출마에 위협을 받는 살생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건은 크게 돈의 출처와 전체 규모, 전달받은 의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수사로 압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편집자 주>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에 이어, 현역 의원 10여 명 및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의 이름이 문건에서 발견되면서 한나라당은 심각한 공황 사태에 빠졌다.

최근 검찰이 확보한 살포 대상 명단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문건에는 서울과 부산지역 38곳 당협의 현역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돈을 뿌리기 위해 작성한 대상목록일 것으로 파악 하고 있다.

해당 문건은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에서 서울 및 원외조직을 담당했던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원협위원장이 작성한 것으로 안 위원장은 전당대회 당시 소속 구의원들에게 현금 2000만원과 해당 문건을 주며 돈을 돌리라고 지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안씨측은 해당 리스트가 금품 살포 대상 명단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1월12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안씨는 “구의원들에게 나눠준 문건은 서울지역 당협위원장의 후보 지지성향을 표시한 것”이라며 “이를 돈봉투 살포 리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은 특정 세력의 사주를 받아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안씨 간의 진실게임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 안씨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추가 정황과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문건 ‘캠프 회의 참석’이라는 항목에 안 위원장, 고승덕 의원을 비롯해 안모, 정모 의원 등 18명의 이름에 표시가 돼 있어 검찰은 이들이 돈 살포 대상이 아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자금 출처의 행방

이에 따라 돈봉투 살포에 투입된 자금의 출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가 고씨, 안씨 등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게 아니라 윗선급 수명의 공모 등 박캠프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확실시되는 만큼 돈줄 역시 한두 계통에서 거액을 받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고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300만원은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 안씨가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2000만원은 격려금 차원이란 성격이지만 둘다 박 후보 선거운동에 사용된 돈인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큰 목표를 두고 뿌려진 점에서 출처도 같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이날 국회 사무처 기획조정실을 압수수색해 고씨의 최근 4년간 이메일 내역을 확보하고, 캠프 안팎의 계좌 중 전대 전후로 거액 자금이 수시로 입출금된 계좌를 발견해 추적 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이메일 계정 분석으로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과 그 내용을 확보하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고씨가 300만원을 고 의원측에 전달한 혐의를 굳힐 추가물증을 확보하고 그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을 가려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이를 통해 자금 확보처를 밑단부터 탄탄히 추적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계좌 추적에서도 최근 박 의장 캠프 재정담당자 등의 계좌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전당대회를 전후해 이들 계좌와 연결돼 있는 계좌들 가운데 일부에서 거액의 자금이 수시로 입출금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캠프 사무실 바로 옆에 하나은행 서여의도지점이 있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고 의원이 자신에게 전달된 3개의 100만원 다발이 ‘하나은행’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연관성이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자금 출처로 박 후보를 밀고 있던 친이계 중진들이 십시일반식으로 몰아준 것이거나 대선 후 남은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이에 대한 면밀한 추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윗선 소환 임박

윗선의 개입여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검찰은 안씨와 고씨에 대해 금명간 사전 구속영장 등 사법처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의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이 이미 확보된 상태라는 판단. 돈봉투 배달을 실행한 실무자들의 사법조치가 이뤄지면 이들에게 돈을 뿌리도록 지시했거나 모의에 가담한 윗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뒤따르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이다.

윗선으로는 당시 박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과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지목되고 있다. 검찰은 하위 실무자들의 혐의가 짙어진 만큼 이들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이들을 소환할 것을 유력히 검토 중이다.

특히 조 의장수석은 캠프에서 재정과 조직을 맡아 자금 정황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지시할 수 있는 인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17대 국회 때 박희태 당시 의원실에서 조 수석은 보좌관, 고명진씨는 비서로 일하며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앞서 고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박 후보 캠프에 돈봉투를 돌려준 뒤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와 ‘왜 돈을 돌려주느냐’고 물어본 인물이 김 청와대수석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 수석은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이틀째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수석은 현재까지도 “고 의원과는 전화로도, 대면으로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 경선 과정의 전국대의원대회에서도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키로 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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