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수행’ 재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기업 활동 보장의 화답은 ‘투자로’…“공짜는 없다”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3/05/20 [11:24]

‘방미 수행’ 재계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기업 활동 보장의 화답은 ‘투자로’…“공짜는 없다”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3/05/20 [11:24]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회장들이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회동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만남인 데다 경제민주화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점에서 그 전달 메시지가 각별하다. 대통령 방미 사상 최대인 52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 머리를 맞대며 대한민국의 경제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는 점도 큰 이슈지만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 대표들이 더 많이 참석했다는 것이 놀라운 광경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규제를 풀 테니 투자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고 재계는 “투자를 최대한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재계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될 만한 일이다.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이 불거지면서 빚이 바랬던 방미일정 중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그 결실을 맺은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수행단이 동행한 만큼 일정을 같이 수행한 재계가 과연 무엇을 얻었으며 또 무엇을 잃었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 주>

정부 경제민주화에 화답하는 기업들 “창조경제, 감 잡았어~”
박 대통령·삼성 이건희 회장, 현 정부 들어 처음 만나 ‘눈길’
삼성·현대차·LG·SK ‘빅4’ 투자계획 충실히 이행…적극 화답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
성추문 의혹 등 불미스런 일 생겨 “빛이 바랬다” 지적도
朴 대통령 “방미 성과, 안보·경제 현장으로 이어져야”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한 총수들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은 투자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자리 모인 경제사절단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간 동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은 물론 미 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CEO) 오찬 및 라운드테이블, 방미 수행 경제인 간담회, 창조경제인 한인 리더 간담회, 뉴욕·워싱턴·LA지역 동포간담회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대한민국 경제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지난 5월8일 워싱턴 윌라드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한미 경제인 오찬’ 행사에는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부회장,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밴 엔델 암웨이 회장, 메릴린 휴슨 록히드마틴 회장, 모리스 그린버스 전 AIG 회장, 스탠 게일 게일사 회장 등 미국의 유명 기업인 17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북 리스크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자 해외 경제인들의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춘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박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간의 상호 이해를 높임으로써 포괄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민주화’를 놓고 팽팽한 긴장감을 보였던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이 미국에서 처음 성사되기도 했다. 지난 5월8일 박 대통령과 방미에 수행한 경제인들은 미국 워싱턴DC 헤이 애덤스 호텔에서 가진 조찬회동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여 만에 한자리에 모여 경제정책 방향과 국내 투자·고용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규제를 풀 테니 투자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계는 “투자를 최대한 늘리겠다”고 답했다. 재계에선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포함한 경제 5단체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그룹 의장 등이 참석했고 중소·중견기업인, 한국노총 문진국 위원장 등 수행경제인 52명도 전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울 때 제가 이렇게 순방하게 돼 어깨가 무거웠는데 경제인 여러분이 함께해줘서 마음이 참 든든하다”며 “한국에서 뵐 기회를 만들지 못했는데 미국에 와서 뵈어서 더 반가운 것 같다”며 운을 뗐다. 박 대통령은 이어 “최근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해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진전된 방향으로 움직여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정부도 고용이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확실하게 풀겠다”고 약속했다.

재계 총수들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지지하며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처럼 숨 가쁜 방미 일정을 통해 확고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안보와 경제협력 확대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사절단에게 새 정부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전파하고 실현을 위한 조언을 듣는 등 국가성장동력 추진 구상을 마련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회동 이후 정부와 재계가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을 뛰어넘어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청와대>     © 주간현대

창조경제 먼저 화답

그동안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삼성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화답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13일 삼성그룹은 4개 기초 과학분야·소재기술·정보통신기술(ICT) 융합형 창의과제 등 3대 미래기술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해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1차로 올해 3000억원을 포함해 현 정부가 집권하는 기간인 2017년까지 5년간 총 7500억원을, 2차 출연은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2022년까지 추가로 75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런 계획은 민간 기업으로서 ‘창조경제’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인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삼성은 경제불황 등 불확실한 대외변수 등을 이유로 올해 투자계획 발표를 미루는 등 최근까지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타 기업들은 매년 1월 연간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창조경제’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온 것과는 달리 삼성은 올해 뒤늦게 4월이 돼서야 정부에 49조원대의 투자계획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투자액은 당초 계획인 47조8000억원에 6%가량 적은 45조원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발표는 의미 있는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앞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15명의 재계 총수를 포함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재계에서 이른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세계 경제불황과 엔저, 북한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 등 악화된 경영 여건과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망설여왔다. 하지만 방미 이후 주요 투자 활성화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에게 재계가 어떤 식으로든 화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지난 5월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간담회에서 이건희 회장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조경제 화답하는 ‘빅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중소기업 및 참여업체와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상생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또한 “투자고용과 창조경제에 공감하며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방미 직후 삼성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계획이 나왔고 재계가 삼성을 시작으로 ‘창조경제’에 화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삼성이 삼성미래기술 육성재단 설립 계획을 내보이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하기로 밝힘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자동차·SK·LG 등 다른 국내 4대 그룹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이 기존에 발표했던 투자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신사업 추진과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등 창조경제에 적극 화답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방미 일정 중 가졌던 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창조경제 실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언급한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을 위해 2020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1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올해 투자액 중 40%가량인 7조원을 미래차·고효율 신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배터리 및 제어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로 꼽히고 있는 ‘융합’을 키워드로 잡고 기존 정보통신기술(ICT)에 첨단산업을 덧씌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헬스케어·스마트카 등 ICT산업 전체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융합사업을 위해 2015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다양한 미래형 사업을 추진 중이다.

LG그룹은 창조경제를 이끌 인재 확보에 주력한다. 조찬 간담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 없도록 하겠다”며 박 대통령의 ‘채용 확대’ 주문에 화답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열리는 이공계 석박사 (채용)행사에 직접 참여해 저녁을 같이하고 꿈도 얘기하고 얘기도 나눴다”며 “취직을 하려해도 연구소가 대부분 지방에 있다 보니 결혼 걱정, 자식 걱정에 국내 인재들이 모두 외국에 자리 잡으려 한다”고 지적하며, 규제 완화를 당부했다.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R&D센터가 서울이나 최소한 수도권에 위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수도권 R&D센터 구축 계획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그룹은 마곡지구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조4000억원을 투자해 LG전자와 LG화학, LG이노텍, LG생명과학,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등 그룹계열 6개 R&D센터를 한 곳 모을 계획이다. 이곳은 에너지와 전기차 부품, 리빙에코, 헬스케어 등 차세대 성장사업은 물론 사업간 컨버전스(융복합) 등 차세대 성장동력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서울시가 LG에 마곡지구 토지를 추가로 분양할 계획이어서 걸림돌도 제거된 상태다. 당초 LG는 마곡지구에 23만192㎡ 규모의 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가 중소기업 몫을 늘리면서 13만3588㎡만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는 8월 추가분양을 통해 LG가 필요로 하는 부지를 공급할 방침이다.

이렇듯 기업들의 자체 경영전략과 새 정부의 경제 성장전략 키워드인 ‘창조경제’가 부합한다고 판단한 재계가 정부의 사업에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창조경제특별위원회(창조특위)를 발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재계의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어 다른 대기업들도 창조경제 동참 대열에 합류할지 주목되고 있다.

방미 외교의 큰 오점

하지만 곳곳에서 결실이 보였던 이번 방미에 불미스런 일이 생겨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순방 마지막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방미 성과가 희석되고 박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하는 등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빚이 바랬던 방미일정 중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그 결실을 맺은 부분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 일정이 국가 경제력 도모 차원에서 큰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1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방미 성과가 안보와 경제 현장으로 이어져 국가와 국민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합의했거나 논의된 많은 현안들에 대해 각 수석들과 부처에서 신속하고 꼼꼼하게 후속 조치를 마련해 방미 성과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번 방미의 외교·안보 측면 성과에 대해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통해 동맹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대한 미국측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 간 공조를 더욱 확고히 했다”고 자평했다. 경제 측면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증진방안이 논의됐고 우리 경제인들과 함께 대북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활발한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3억80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kgt0404@hyundae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