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 사건 미스터리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왜 납치했을까?”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3/06/17 [14:16]

순천 여대생 납치 사건 미스터리

눈덩이처럼 커지는 의혹…“왜 납치했을까?”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3/06/17 [14:16]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여대생 납치 사건’의 의문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당초 금품을 노린 납치극으로 판단해 수사하던 경찰은 범인들의 범행 동기, 공범들과의 관계조차 전혀 파악되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의혹 해소를 위해 도주 중이던 공범을 공개수배했으나, 범인이 숨진 채로 발견돼 사건은 ‘의문투성이의 미스터리극’으로 비화되고 있다. <편집자 주>


면식범의 납치…폭행 없고 화장실 순순히 보내
범행 동기와 경위, 모의 과정 등 ‘의문투성이’
선산에서 자살한 공범…‘범행 인정하나 억울해’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6월6일 “친구가 납치됐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 순천시 연향동의 한 공원 화장실에 숨어 있던 윤모(25)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구조된 윤씨는 6월5일 오후 9시쯤 정모(25)씨 등 2명에게 눈이 가려진 채 차에 태워져 약 7시간 동안 끌려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담한 범행?

경찰에 구조된 윤씨는 “남자친구의 친구인 정씨가 ‘군대 간 남자친구가 휴가 나와 이벤트를 해주려 한다’는 연락을 해 밖으로 나갔다가 납치됐다”며 “내 눈을 가렸지만 이벤트의 일부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납치란 것을 깨달은 윤씨는 “배가 아프다”고 범인들을 속여 화장실로 간 뒤 친구에게 스마트폰으로 “납치를 당했다”며 신고를 부탁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곧장 출동했으나 구조요청을 눈치챈 정씨 등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범행에 사용된 렌터카는 공원 화장실에서 2㎞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으며, 차량 안에는 범인들의 지갑, 신분증 등이 버려진 채 있었다.

하지만 정씨 등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사를 마친 뒤 6월6일 오전 7시쯤 귀가한 윤씨는 집안을 확인해 본 결과, 소형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2300여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추가 신고했다. 정씨 등은 윤씨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시간에 빈집을 턴 대담한 행동을 한 것이다.

조사결과 정씨 등은 지난 6월6일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윤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새벽 3시쯤부터 집으로 돌아간 7시 사이에 윤씨의 원룸을 배관을 타고 올라가 방 안에 있던 현금 2316만원을 훔쳤다. 납치사실을 경찰에 알린 A양은 윤씨와 같은 방에 살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는 A양도 경찰조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은 범인이 윤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않은 점과 순순히 화장실에 보내 준 점 등으로 미뤄 ‘자작극’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커져가는 의혹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사건 접수 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6일 오후 8시 50분 쯤 정씨와 공범인 B씨를 전북 전주에서 붙잡았다.

B씨는 경찰에서 “공범 정씨와 인터넷으로 만나 범행을 계획했다”며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정씨와는 원룸을 턴 직후 돈을 나누고 헤어졌을 뿐이다”고 진술했다. 또한 피해자인 윤씨도 붙잡힌 B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진술이 나오자 경찰은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공범 중 한 명이 붙잡혔는데도 기본적인 범행 동기조차 드러나지 않는 의혹투성이의 미스터리극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은 폭행이나 금품 등을 노린 전형적인 납치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정씨가 윤씨의 남자친구와 친구관계이고 윤씨와도 안면이 있는데도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안면이 있을 경우 복면 등으로 신분을 감추는 것이 일반적 범행 행태이기 때문이다. 윤씨가 이들의 차량에 탑승한 것도 지인인 정씨가 있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아서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의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달아난 정씨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 기본적인 범행 동기 파악에도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정씨 등이 윤씨가 탈출해 경찰에서 피해 조사를 받는 사이 윤씨의 집에 침입, 현금을 훔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현금을 노린 납치 상황도 가정했으나 관련 정황들이 앞뒤가 맞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윤씨를 집 밖으로 불러내 시간을 끄는 사이 공범 1명이 침입, 손쉽게 돈을 훔칠 수 있는데도 7시간여 동안 발각 위험이 높은 납치행각을 벌인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찰은 윤씨를 7시간 동안이나 끌고 다니면서도 신체적 폭행 등을 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윤씨가 도난당한 돈에 대해 “아르바이트로 벌었다”며 돈의 성격이나 출처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이런 갖가지 의문점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붙잡힌 B씨가 달아난 공범 정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등 황당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되는 자작극의 경우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상 그렇지 않다”며 일단 자작극 가능성은 부인했다. 이에 경찰은 정씨가 붙잡혀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판단, 정씨를 재빨리 공개수배했다.
 

자살한 용의자

하지만 공개수배된 정씨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지난 6월10일 오후 2시 30분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순천경찰서는 순천시 석현동 모 문중 주변을 수색하던 중 제각 주변 소나무에서 정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선산 주변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정씨 가족의 말을 듣고 이날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주변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이번 범행을 하게 된 경위, 부모와 가족에 대한 사과 등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유서에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경찰은 조사를 통해 윤씨 집 금고에 들어있던 현금을 턴 것은 B씨가 벌인 단독범행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금을 훔치기 위해 윤씨의 원룸에 도착한 정씨는 겁이 나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달아났고 B씨는 혼자 집 안으로 침입, 훔친 것이다.

또한 유서에는 “전과 때문에 자수를 할 수가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2007년 미성년자약취유인 등 성 관련 전과 등 총 3건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유서의 내용과 시신 부패 상태 등으로 미뤄 경찰은 정씨가 범행 후 심리적인 부담 등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정씨가 사망함에 따라 범행 동기와 수법, 공범과의 관계 등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은 사건이 돼버렸다”며 “현금절도에 대해서 단독범행을 실토한 B씨가 범행 전모나 경위, 배경 등 이번 범행 전반에 대한 책임을 자살한 정씨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