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팸’ 악몽, “나는 성노예였다”

성매매 늪 빠진 가출소녀의 ‘충격 50일’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3/06/24 [13:00]

‘가출팸’ 악몽, “나는 성노예였다”

성매매 늪 빠진 가출소녀의 ‘충격 50일’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3/06/24 [13:00]

가출 청소년들이 자체적으로 모이는 ‘가출팸(가출패밀리)’사이트에서 잠자리를 구하려던 여고생이 50일간 성노예 노릇을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10대 강력 범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출팸이 또다시 범죄의 표적으로 떠올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또한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시켜야 하는 ‘청소년 쉼터’역시 가출팸의 전초기지로 변질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편집자 주>


강압 못 이겨 성매매…1200만원 수익도 강탈
협박에 강간까지…전국에서 찾아온 성매수남
가출팸 만들고…범죄 모의장소 전락한 ‘쉼터’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6월18일 가출한 A(18)양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키고 수익금을 가로챈 혐의로 이모(21)씨와 여자친구 이모(20)씨를 구속했다. 이씨 커플은 지난 2012년 10월16일부터 12월8일 까지 50여일 넘는 기간 동안 A양에게 100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해 벌어들인 수익 1200만원 전액을 빼앗았다.
 
 
성매매의 늪
 
피해자 A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검정고시에 합격해 꾸준히 수능을 준비해 온 18세 소녀였다. 하지만 가정불화로 가출을 한 뒤 홀로 고시촌에서 생활해 오던 중 인터넷 가출팸(가출 패밀리) 사이트에서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이씨를 알게 됐다. 이후,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갔던 A양은 두살 많은 언니이기도 한 이씨를 더욱 의지하며 믿게 됐고 ‘일단 순천으로 오면 잠자리는 해결해 주겠다’는 그녀의 말에 전남 순천까지 찾아가게 됐다.
 
하지만 순천으로 간 A씨에게 이씨가 약속한 잠자리는 다름 아닌 남자친구 이씨의 원룸이었다. 또한 돈이 필요했던 이씨 커플은 처음에는 또 다른 친구 B씨와 함께 원조교제를 위장해 성매수 남성을 협박, 돈을 빼앗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다른 수단을 생각했는데 그것은 A양을 이용한 성매매였다. 이씨 커플은 성매매를 거부하는 A양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협박과 회유를 반복했다.
 
결국 A양은 강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순천시 조례동 일대의 모텔과 여관등지에서 한번에 10~15만원씩의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시작했다. A양은 하루 4~5회 이상 성매매를 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져 산부인과에서 치료까지 받았으나 이씨 커플은 계속 강요했다. 무엇보다 A양이 험하게 몸을 굴려 받은 돈은 단 한푼도 그녀에게 오지 않았다. 이씨 커플은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으로 차량 렌트비와 원룸 임대료, 유흥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못난 성매수남
 
이처럼 이씨 커플이 풍족하게 돈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성매수남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순천 21 여자 ㅈㄱ 원해요’(ㅈㄱ은 ‘조건만남’의 약자)라는 글을 올린 뒤 쪽지와 댓글로 온 전화번호를 받아 A양과 연결시켜 줬다. 일반 직장인에서부터 자영업자, 일용노동자 등 A양의 성을 사려는 ‘못된 남성’들은 직업들도 다양했다. 또한 그들은 광주와 경북, 심지어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성매수를 위해 전남 순천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성매수남들 중에는 A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양을 구해준 사람 역시 성매수남 이었다. 이씨 커플로부터 감시를 받던 A양은 우연한 기회에 성매수남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자 경찰은 재빠르게 수사를 시작했다. 순천경찰서는 이씨커플을 구속하고 100여 명의 성매수남 가운데 22명을 입건했으며 나머지 매수남에 대한 명단과 전화번호를 확보해 신원파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A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강간한 안모(26)씨에 대해서도 수사 중에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순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경제력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가출팸 사이트,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A양은 지난 1월 정신적 충격을 추스르기 위해 봉사활동 겸해서 해외로 떠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대안은 쉼터?
 
이처럼 최근 가출팸이 폭행, 성매매와 사기 등 10대 범죄의 진원지가 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을 가출팸으로 이어주는 인터넷 10대 친목카페는 아무런 규제나 단속 없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들은 생존을 위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에도 10대 소녀가 함께 가출팸 멤버에게 감금돼 협박을 받고 수개월간 강제로 성매매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도 가출 청소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또래 친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는 ‘쉼터’가 오히려 가출팸을 만들고 범행을 모의하는 장소로 악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시립 쉼터 관계자는 “1주일도 안돼 친구를 데리고 도망나가는 경우가 많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가출 청소년을 일정기간 잡아둘 권한이 없는 쉼터로서는 이를 방지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들 가출청소년들이 쉼터를 떠나 가출팸을 만드는 이유는 ‘뭉치면 혼자보다는 가출생활이 나을 것’ 또는 ‘범죄 경력을 말하는 영웅심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분위기를 주도하는 친구가 들어오면 쉼터에 온지 얼마 안된 청소년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나가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쉼터를 이용한 친구들이 외부에서 연락을 다시 해 뭉쳐 나가는 부분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의 운영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여성학과 교수는 “현재 가출청소년 쉼터의 문제점은 모범생의 행동양식에 맞춰 설계됐다는 것이다”라며 “가출 청소년에 맞는 다양한 자립프로그램을 마련해 자신들이 스스로 참여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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