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이 구강성교를 시키고 성수로 입을 헹구라고 했습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일어난 성추문 사건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8월16일 미국 CNN은 ‘펜실베니아 가톨릭교회에서 300명 이상의 성직자가 성적학대를 했다’는 내용의 대배심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제들은 1940년 이후 수십 년간 약 1000명의 아동을 성폭행했고 교구 측은 그것을 은폐해왔다.
<스포트라이트>, 2001년 ‘보스턴글로브 폭로’ 소재로
‘펜실베니아 보고서’ 입에 담기 힘들 정도…“끔찍했다”
인기 높았던 ‘개혁파’ 프란치스코 교황…은폐가담 의혹
교황 사임 요구 거세져…가톨릭 보혁갈등으로 해석도
▲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과 이를 은폐하고자 했던 교구 측의 시도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무료이미지사이트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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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문과 이를 은폐하고자 했던 교구 측의 시도가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도 다시금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이 영화도 시기만 다를 뿐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01년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보스턴의 유명 지역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운 편집장 마티가 부임한다. 다소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인상의 그는 부임 첫날부터 다짜고짜 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한 취재를 요구한다. 그 칼럼은 한 성직자가 6개의 교구에서 30년간에 걸쳐서 성추행을 하고 다녔다는 내용이었다. 마티는 해당 사건을 이미 어느 정도 조사를 해본 듯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 측 변호사인 게러비디언이 주장하는 내용도 알고 있다. 게러비디언은 보스턴 담당교구장인 버나드 로우 추기경이 성추행 사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교회에서 사실에 대해 부인을 했으며 구독자 중 가톨릭 신자의 비율이 높은 보스턴 지역 특성상 기자들은 가톨릭교회에 문제 제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는 봉인된 문건을 볼 수 있게 청원하겠다며 취재를 강행하고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 팀인 ‘스포트라이트’에 관련 문제를 취재해줄 것을 요청한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01년 있었던 보스턴글로브의 탐사보도 팀 ‘스포트라이트’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사진출처=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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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001년 보스턴에서 있었던 가톨릭 교회 사제에 의한 아동 성범죄와 교구의 은폐에 대한 지방 언론지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를 다뤘다. 제목인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 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의 이름을 가져다 썼다. 이 사건으로 인해 스포트라이트 팀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적 구성에서 가장 높은 기여자로 꼽히는 사람에게 주는 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인 보스턴은 가톨릭 신자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때문에 보스턴에서 가톨릭은 꽤나 힘이 있는 곳이다. 문제는 보스턴처럼 가톨릭의 신자가 많거나 교세가 강한 지역에서 성추문 문제와 은폐시도가 더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번에 성추문이 밝혀진 펜실베니아 또한 가톨릭의 교세가 강한 곳이었다.
영화 속에서의 스포츠라이트 팀도 취재를 하며 끊임없이 어려움과 마주한다. 특히 스포트라이트 팀장인 월터 로빈슨(이하 로비)는 자신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짐 설리반이 성추행 사건 때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합의를 봐 준 전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찾아가서 은근슬쩍 사건에 대해 물어본다. 하지만 이미 짐은 보스턴 글로브의 문건 공개 청원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에 대해 '가톨릭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왔다. 가톨릭을 건드리지 않는게 좋다' 라는 식의 경고를 남긴다.
또한 사건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는 단서를 조사하려 할수록 동료들에게서 이전에 이미 본지에서 다루었던 내용이라며 믿을만한 단서가 아니라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편집장인 마티는 관례적으로 추기경과 대면하고, 추기경은 "지역사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여러 공동체가 힘을 모을 때 이루어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지만 마티는 "언론이 바로 설 수 있는 것은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거절하기도 한다.
보스턴글로브에서 신청한 봉인 문서 열람에 관한 청원도 난항을 겪는다. 그 문건은 법적으로는 공개가 되어 있지만 가톨릭교회에서 문건을 은폐하여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기사가 완성되어 보도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쯤엔 9.11 테러가 일어나 국민적 여론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도를 미루는 등 내외적으로 어려움과 계속 마주해야했다. 하지만 결국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도에 성공하고 2002년 한 해에만 관련 기사가 600건 이상 쏟아지는 등 가톨릭에 맹공을 가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현실은 다소 회의적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온 후일담에는 보스턴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유사한 사례들이 있었던 지역이 자막으로 나온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전역이 나오는데, 결국 이 문제는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또한 영화가 주 타깃으로 잡았던 버나드 로우 추기경은 2002년 보스턴 대교구장에서 사임하지만, 그 후 전 세계 가톨릭교회 성당들 중 최상위에 속하는 로마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의 수석 사제로 재임명되면서 언론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와서 영화가 다시 회자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보스턴 보도 사건으로 언론은 가톨릭 폐단의 단단한 껍질만 걷어냈을 뿐 내부의 상처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시간이 20여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유사한 사례가 밝혀지고 있다는 것은 보스턴 보도 사건 이후에도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지난 8월16일 미국 CNN이 보도한 ‘펜실베니아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0여명의 사제가 1000여명의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 <사진출처=무료이미지사이트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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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보고서
이번 CNN의 ‘펜실베니아 대배심 보고서’보도를 보면 마치 ‘제2의 스포트라이트’가 떠오른다. 대배심 보고서에 따르면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6개 가톨릭 교구의 300명 이상의 “프레데터 신부”들은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자신의 먹잇감으로 삼았다. 기록이 없어지거나 자신이 학대당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못한 아동들의 숫자도 헤아려 본다면 실제 숫자는 수천 명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소년과 소녀를 불문하고 성적으로 학대를 하고 있었던 신부들은 교구 측에서 모두 숨겨졌다. 관련 범죄를 저질렀던 몬시뇰(천주교에서 교황의 명예 전속 사제로 확정된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직자),보조 주교, 주교, 대주교, 추기경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보호받았으며 일부는 보고서에 이름이 올랐다.
보고서에 나온 내용들은 읽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에게 가학적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술에 취한 사제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구강, 성기, 항문 등으로 성폭행을 당했다.
대배심 보고서에 나온 더 심각한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그린스버그 교구의 한 사제는 17세의 여성을 임신시키고 서명을 위조해 결혼 증명서를 작성한 후에 몇 달이 지나서 이혼했다. 사제는 교구의 허락 아래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린스버그의 다른 성직자는 중학생을 성관계를 목적으로 그루밍(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 유린하기 위해 친밀, 신뢰, 지배관계를 설정하는 행위)을 하고 “마리아도 예수를 낳고 핥아서 깨끗하게 해줬다”라는 말을 하며 성폭행했다. ▲해리스버그의 한 성직자는 같은 가족의 다섯 자매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소변, 음모 및 생리혈 일부를 채취했다. ▲해리스버그의 또 다른 성직자는 편도선제거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는 7세 소녀를 강간했다. ▲침대 뒤에 옷이 벗겨진 채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을 취한 사진을 찍은 뒤 사제들끼리 돌려보았다. ▲남자 아이에게 구강성교를 한 후 체액을 씻겨내기 위해 아이의 입을 성수로 헹구게 했다. ▲그루밍이 된 아이에게 황금 목걸이를 매게 하여 다른 신부들이 먹잇감을 찾기 쉽게 한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사제들이 어떻게 아동들을 ‘먹잇감’으로 만드는 지 묘사가 된다. 이는 앞서 말한 ‘그루밍’의 과정을 거친다. 그루밍은 주로 가난하거나 부모가 이혼한 가정 등에서 자라나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을 갈구하거나, 성적 정체성 등으로 방황하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행해지는데, 사제들은 이 틈을 노리고 성적 착취의 목적을 은폐한 채 친절한 상담자 내지 멘토로서 등장, 친밀, 신뢰 등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후 그 관계가 깊어질 무렵 그의 유지를 위한 대가로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요구에 응하도록 강요한다,
이 프레임에 의하면 실질적으로는 성적 착취인데도 외형상으로는 합의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애정 표현으로 치부될 수 있어 착취자가 형사처벌을 면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미성년자의 성을 합법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예비행동이 ‘그루밍’인 셈이다.
1950년부터 미국에서 보고된 피해자만 약 17,000명에 달하고 7,000여명의 사제가 고발되었으며 미국 가톨릭 교회는 2018년까지 약 30억 달러를 보상으로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아일랜드 공화국 또한 2000년대에 이 스캔들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했고 성추행 아동피해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했다.
폭행 사실이 발각된 사제는 다른 교구나 본당으로 옮겨지거나 정직, 은퇴를 명받아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교회는 이러한 사제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별다른 처벌 없이 정직시키거나 다른 교구로 전출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적인 은폐를 자행했다. 때문에 새로 전출 간 신부가 아동들을 또 다시 성폭행하고 또 다시 전출되는 사례들도 있다.
교회는 사건 피해자들과 부모들을 가톨릭의 권력을 이용해 침묵할 것을 강요했고 양심선언을 하는 신부나 그것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쫓아내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등 부패한 권력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에 가깝다. 자신들이 표방하는 도덕성이나 종교적 사명을 지키기에 앞서 부패한 조직을 지키기 위한 행위에 더 큰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가톨릭 내의 성추문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교황청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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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과거 어느 교황보다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이고 가톨릭 개혁에 힘써왔던 프란치스코 현 교황도 성추문 은폐에 일조를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성폭행과 학대 비리에 대한 폭로에도 교황의 대응이 느리고 불충분하고 사건에 관련된 사제들 가운데 자신의 심복으로 알려진 사람들에 대한 관용에 이어 본인도 은폐에 가담했다는 폭로로 인해 2018년이 시끄러우며,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가도 예전과 달리 크게 떨어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말한 스포트라이트 팀의 취재 대상인 로우 추기경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는 로우 추기경이 성폭행 사제 은폐로 인하여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장례식을 치르게 한 것이다. 이는 보스턴에서 있었던 성추문의 피해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일이다. 이 밖에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2015년 교회 회의에 교황은 은퇴한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니엘스 추기경을 초대하였는데, 사제에 의해 성폭행 당한 피해자에게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발언의 녹음이 공개되어 크게 비웃음을 샀던 인물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였던 로제르 방헬루에 신부의 조카였다고 한다. ▲칠레의 악명 높은 성폭행범 사제인 페르난도 카라디마(Fernando Karadima) 신부를 옹호하고 함께 성폭행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사던 후안 바로스(Juan Barros) 신부를 칠레 주교로 임명하였다. 2018년 칠레 방문시 바로스의 신부의 해고를 요구하던 피해자에게는 '명예 훼손'이라고 공격하며 증거를 대라. 본인은 두 번이나 사의를 표했지만, 그를 믿고 내가 반려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대꾸했다가 계속된 신도들의 비판에 교황청이 직접 조사를 하기로 하였다.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자 사과했다. ▲본인의 교황청 3인자이자 바티칸의 재무장관이었던 호주 출신 펠(Pell) 추기경이 아동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카톨릭 사제의 성폭행과 학교에서의 아동 학대, 미혼모 자녀들의 강제 입양, 유아 집단 매장으로 카톨릭에 대한 반감이 매우 높은 가운데 2018년 8월에 국빈 방문하였다. 방문 전 성폭행 피해자들의 면담 요청에 교황청이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번복했다. ▲아일랜드에서 20명이 넘는 아동을 성폭행하여 실형을 산 유진 그린(Eugene Greene)신부가 현직이던 시절 그를 상급자로서 파문하기를 거부한 필립 보이스 주교(Bishop Philip Boyce)를, 사건이 일어난 곳 이웃 교구장으로 2018년에 임명했다. ▲11세 남자 아동과 젊은 사제, 남자 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정직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의 시오도어 맥캐릭(Theodore McCarrick) 추기경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수년간 은폐하였으며, 그 상태에서 전임자 베네딕토 교황이 내린 제재를 풀어주기까지 했다가 언론에서 보도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해임했다는 폭로가 전직 주미국 교황청 대사(nuncio)에게서 나왔는데,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교황은 인정이나 부인을 하지 않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기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기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기록을 다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지난 8월25일 아일랜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방문 첫날 교황은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면담 후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가톨릭 지도부가 성직자의 끔찍한 범죄에 똑바로 대처하지 못해 분노를 키웠다"고 했다. 같은날 교황은 더블린 교황청대사관에서 아일랜드 내 성직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8명을 만나 위로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 오전 녹 성지에서 열린 일요 강론에서는 "신께 용서를 구한다"고도 했다.
다음날에도 교황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피닉스 공원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미사에 참석 "피해자에게 교회가 어떠한 공감이나 정의, 진실, 구체적 행동을 보여주지 못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미사가 열리기 몇 시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어도어 매커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폭로가 나와 오히려 여론은 더욱 차가워졌다.
교황이 연이어 사과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26일 세계가정대회 미사가 열린 파닉스 공원에서 불과 4.8㎞ 떨어진 아일랜드 독립추모공원에서는 ‘진실을 위해 일어서라(The Stand 4 Truth)’는 이름의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는 수 천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요구까지 나오다
앞서 언급한 국 주재 교황대사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비가노 대주교는 2011에서 2016년까지 미국 주재 교황대사로 일하다가 교회법상 주교 은퇴 연령인 만 75살이 되자 은퇴했는데, 교황이 "해임"시킨 것으로 해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연방법원 명령을 어기며 동성애자 신혼부부에게 혼인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한 공무원을 만나게 해서 논란을 불렀던 것도 한 이유로 알려졌다.
비가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매캐릭의 혐의들을 알고 있었다며 교황이 주장해 온 “절대 불관용” 원칙의 모범을 매캐릭의 학대행위를 은폐했던 모든 추기경들과 주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교황직을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이번 폭로가 비가노 대주교의 보수 세력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온건 세력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례라는 데 보다 주목한다. 1992년 임관된 비가노 대주교는 동성애에 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온 보수성향 성직자로, 동성애자 신도들에 포용적 행보를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penfr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