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농구 천재의 충격적 몰락

홧김에 저지른 우발적 살해…“네가 감히 날 무시해!”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3/07/09 [10:44]

동갑내기 농구 천재의 충격적 몰락

홧김에 저지른 우발적 살해…“네가 감히 날 무시해!”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3/07/09 [10:44]

최근 승부조작 사건 등으로 시끄럽던 농구계에 또 한 번의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농구 천재로 불렸던 전직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이 ‘친족 살인’을 저질러 농구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또한 동갑내기의 또 다른 농구 천재 방성윤도 폭력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으면서 농구계의 인성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암매장 살해 후 실종신고까지…‘뻔뻔한 인면수심’
농구계가 기억하는 정상헌…‘게으른 천재’로 전락
폭행 연루된 방성윤…82년생 농구 천재의 잔혹사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전직 프로농구 선수가 살해 암매장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화성동부경찰서는 3일 전직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32)을 아내의 쌍둥이 언니 최모(32)씨의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충격의 암매장

경찰에 따르면 정상헌은 지난 6월26일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주거지에서 처가에서 함께 살던 처형 최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정상헌은 최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이틀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다니다 처가에서 약 9km 떨어진 오산시 가장동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후 정상헌은 범죄를 숨기기 위해 최씨의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힘든 것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또한 정상헌은 사건발생 5일 후인 지난 7월1일 아내와 함께 경찰서를 방문, “처형이 집에 안 돌아온다”며 미귀가 신고를 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경찰은 정상헌이 범행 당일 숨진 최씨의 벤츠 승용차를 중고차 매매업체에 1200만원을 받고 매매한 사실을 확인한 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정상헌이 밝힌 곳에서 지난 7월3일 오전 7시경 최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상헌은 평소 최씨가 “너 같은 놈 만날 것 같아 내가 시집을 안 간다”며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말다툼을 하다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처가살이를 하던 정상헌은 처형과 갈등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동부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처형이 자신을 자주 무시했고, 불만이 쌓이고 쌓여 홧김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한다”라고 정상헌이 살인을 저지른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가 적용된 상태며, 조사에 따라 죄목은 추가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7월4일 정상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상헌은 누구?

전직 농구선수가 행한 살인사건에 농구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농구계의 한 관계자는 “정상헌은 꽃을 피우지 못한 농구 천재였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정상헌은 농구 명문 경복고 시절 라이벌 휘문고의 슈터였던 방성윤(31·은퇴)과 함께 쌍벽을 이룬 유망주 가드였다. 192cm의 장신 가드였던 정상헌은 탁월한 기량으로 한국 농구를 이끌 명가드로 평가받았다. 당시 워낙 기량이 출중해 허재(48·KCC)의 뒤를 이을 천재로까지 불린 정상헌이었다.

그러나 정상헌은 코트 밖에서 방탕한 행동을 반복하며 적응을 하지 못했다. 고교 시절부터 숙소를 뛰쳐나가 문제를 일으켰던 정상헌은 고려대 진학 후엔 아예 팀을 나가버렸다. 이충희 원주 동부 감독이 2003년 당시 고려대에 부임할 때 정상헌을 다시 불러들였지만 팀 이탈을 반복한 끝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중퇴했다. 이충희 감독은 “정상헌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가 행상을 하시는 등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후 농구계를 떠나 잠적했던 정상헌은 200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해 1라운드 8순위로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정상헌은 수시로 팀을 이탈하는 등 돌출 행동으로 임의탈퇴 신분이 됐다.

농구계는 여전히 그에게 손을 뻗쳤다.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에 대한 미련이 그를 코트로 다시 부른 것. 2006년 울산 모비스는 정상헌을 영입했고, 국군체육부대(상무)까지 무사히 마치며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팀에 복귀한 정상헌은 음주와 팀 이탈 등 불성실한 태도로 번번이 팀 훈련에 임하지 않았고, 구단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잠적했다. 결국 정상헌은 2009년 은퇴 처리됐다.

농구계의 한 관계자는 “고려대에 입학하고 1학년 때부터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주 이탈을 했다. 훈련을 할 때는 열심히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방성윤보다도 낫다고 했는데, 참 안타깝다”며 “프로팀에서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게으르지도 않고, 생활을 잘 했다고 하는데, 상무에 입대하면서 또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상무 제대 후 결국 운동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어 “농구할 때 집중을 잘 못했다. 누구한테 싫은 소리 듣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추락한 천재

이처럼 한때 ‘농구 천재’로 불리며 화려한 영광의 시절을 보낸 정상헌은 서서히 시간 속에 묻혔다. 은퇴 후에는 코트 밖에서 구설에 오르며 씁쓸한 감정만을 남겼다. 이번 사건으로 은퇴한 ‘농구 천재’들의 비운의 현주소가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다른 추락한 농구 천재 방성윤은 지인의 동업자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고소돼 지난 6월27일 소환조사를 받았다. 방성윤은 지인 이씨와 함께 이씨의 동업자 김모씨를 지난해 4월부터 약 4개월간 골프채와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상습 폭행한 혐의를 받고 지난해 9월 고소당했다.

방성윤은 휘문고 재학 시절부터 ‘차세대 대형 슈터’로 불렸다. 연세대 재학 중이던 2002년에는 대표팀의 유일한 대학생 선수로서 부산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로 부산 KT에 뽑혔다가 2006년 초 서울 SK로 이적했다.

방성윤은 잦은 부상이 문제였다. 거의 매 시즌 각종 부상을 당하며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착실하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부리그 팀에 무모할 정도로 도전을 계속했다. 결국 팀 기여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구단이 대폭 연봉삭감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2011년 은퇴했다.

방성윤과 정상헌은 2000년 카타르에서 열린 U-20(20세 이하) 아시아영맨선수권에 나란히 참가했다. 당시 이들을 발탁한 최부영 경희대 감독은 “그때 대표팀에 고등학생은 정상헌과 방성윤 둘뿐이었다. 그렇게 뛰어났던 두 선수가 이런 일을 저질러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당시에는 운동에만 시간을 할애해 인성 교육을 등한시한 측면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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