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민족웅비의 천운을 살릴 때다"

평화가 한반도의 가장 큰 먹거리다...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빌며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9/17 [05:28]

남북 정상회담 "민족웅비의 천운을 살릴 때다"

평화가 한반도의 가장 큰 먹거리다...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빌며

이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9/17 [05:28]

▲ 트럼프 미 대통령.    ©청와대

 

중앙SUNDAY가 지난 14일자로 보도한 ‘트럼프의 공포는 우리 몫이다’의 칼럼은 한반도 운명을 외세가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앙SUNDAY 박승희 편집국장이 쓴 이 칼럼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해 1974년 닉슨 미대통령을 낙마시킨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쓴 『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오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정보 공유 차원에서 그 내용 일부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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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백악관 블루룸. 트럼프 대통령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부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저녁을 함께 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였다. 자연스럽게 북한 이슈가 화제에 올랐다. 대북 강경파인 그레이엄이 김정은 제거작전을 검토하자고 말했다. 매케인은 그러면 북한이 재래식 방공포로 적어도 서울 사람 1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그레이엄이 되받았다.

 

“1백만명이 죽어도 여기서 죽는 건 아니다. 거기서 죽는다(If a million people are going to die, they’re going to die over there, not here).”

 

이 말에 천하의 트럼프조차 참 냉정하군(pretty cold)”이라고 말했다.

 

또 책의 곳곳에서 약육강식의 국제정치 질서가 21세기에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며 박 국장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우리가 진영이라는 틀, 여의도 정치라는 더 작은 틀, 그리고 세상을 보지 못하는 아집에 갇혀있는 동안 태평양 너머에선 우리의 운명을 놓고 '조크'도 하고, 가상 전쟁시나리오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합니다. 워싱턴 정치를 강타하고 있는 FEAR는 그래서 다른 의미의 공포로 우리를 깨우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코앞인 17일 국내 유력 언론에 유엔 북한, 예멘 반군에 탱크·탄도미사일 몰래 팔았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긴장과 불안의 노림수'가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망이 전방위로 뚫렸다는 새로운 유엔 보고서가 나오자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함으로써 한국 등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제재가 지속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3일 북한이 해상에서 유류와 석탄을 여전히 불법 거래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선박간 불법 환적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731일엔 북한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밀리에 개발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몇주 간 찍힌 위성사진을 포함해 새로 입수한 증거를 분석한 결과, 평양 외곽 산음동에 있는 대규모 연구시설에서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제조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는 이밖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나온다. 보수신문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주류언론도 그렇다. 미국의 전통적 정치외교국방의 주류와 궤를 같이한다. 북미협상은 협상이고, 제재는 제재다, 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중의 하나라는 것이라 보지만, 냉엄한 국제질서에서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가의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재 2차 세계대전 이래 자유주의권의 승리를 이끈 미국의 외교정책 기득권세력과 주류언론에 포위되어 있다. 그 나름 휘둘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현실주의적 외교를 펴지만, 언제 꺾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는 한반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기존 미국 외교정책 기득권 세력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미국의 질서 아래 세계를 관리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앞세우고 있으나, 그 기저엔 막강한 군사력과 금융시장 지배력을 통해 미국 패권주의의 세계화를 위해 발분한다. 미국이 여전히 계속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적대국가와 적대세력도 존재해야 한다는 구도다. 그런 기획 아래 전쟁무기를 만들고, 무기원조도 하고 무기수출도 하면서 지역기지화에 적극 나선다. 그러면서 긴장을 강화하고 으름장도 놓는다. 이를 통해 미 군산복합체를 키운다.

 

▲ 이계홍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미 군산복합체는 너무도 강고하고 힘이 세서 함부로 허물 수 없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미국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여기에 다른 외세들도 맞물려 있다. 외세는 자국 이익을 전제로 한반도를 보기 때문에 역내 평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긴장과 평화는 필요에 따라 선택이지만, 평화라야만이 철두철미 생존의 바탕이 되는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시선이 다르다.

 

미국이 한국내에서 특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의 근거는 한국내의 대결론자들 때문이다. 이들은 해방 이후 70년 체제를 유지해오는 동안 북과의 대결, 증오와 저주로 이익을 취해왔다. 그래서 어렵사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조성해놓았던 것도 손쉽게 용도폐기하고, 국민에게 전쟁이냐 평화냐로 위협하며 공포의 세상을 이끌어왔다. 그들은 늘 미국의 강경세력과 보조를 맞춰왔다. 남북 문제라면 트집부터 잡고 보는 보수언론도 그 한 축을 담당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주류, 민주당 주류, 전통적 정치외교안보 기득권 세력과 싸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국내 호전세력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스스로 절대로 호전세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북한이 적화통일 야욕을 가지고 있으니 대비해야 하며, 북한의 사술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무기를 쌓아놓자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면서 구 야당은 안보에 자격이 없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정 부분 허구다.

 

김대중 때나 노무현 때 국방비 예산이 보수정권 때보다 더 많이 책정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가기 4일 전인 14일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최신예 잠수함인 3,320톤 급의 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특전사 출신 대통령이다. 그런데 냉전세력들은 문재인 정부를 종북 좌빨이라고 몰아붙인다.

 

안보제일주의를 강조하는 역대 보수정권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중 군복무 실태를 보면 그들이 과연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를 묻게 한다. 그 자식들 또한 군복무를 제대로 했는지도 통계를 내볼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 비리의 중심에서 얼마나 많은 나랏돈을 뻬먹었는가. 이렇게 짝퉁 안보를 말하니 그들의 안보가 허구란 말이 나온다.

 

트럼프가 민주적 가치에 충실하고, 평화를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는 평화의 가치로도 미국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상인적 관점을 갖고 북미대화에 나서고 있다. 싸구려 장사꾼 같지만 시대의 맥락을 읽고 있는 것이다. 덩치가 큰 항공모함처럼 전통적 구 정치외교 집단이 쉽게 턴(turn)하진 못하지만, 그들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 민주적 가치가 신장되고 인권이 삶의 기준이 되는 세상에 전쟁으로 먹고 살겠다는 나라는 히틀러가 나타나지 않는 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일본이 패망한 이후 세계경제 2위권을 확보한 사례를 보자. 남북이 휴전선에 이백만명의 청춘이 총부리를 겨누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약을 비축하고 있을 때 일본의 젊은이들은 그 시기 산업현장에서 마음껏 뛰었다. 남북이 원수가 되어 고국산하에 피를 뿌릴 때, 일본은 그것을 즐기며 전쟁의 폐허에서 거뜬히 일어섰다.

 

남북화해와 협력이 가시화되자 미 군수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차하면 다시 긴장을 조성하고, 한국에 무기를 팔고, 첨단무기를 배치하자고 압박을 가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이익이라면 돌멩이도 금덩이라고 속여 팔겠다는 트럼프고 보면 그도 언제 표변할지 모른다.

 

가는 길 험난해도외세를 관리하고, 주변국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덫이 도처에 수없이 깔려있다. 그 해결의 첫 단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그것이 아니고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아갈 수 없지만, 그것 하나 때문에 모든 냉전세력이 발을 걸고 넘어뜨리려 하고 있지 않은가.

 

마침 주요 경제단체장과 대기업 회장단이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에 간다. 이들이 북한에 투자할 여건을 북한이 만들 절호의 기회다. 천운이 다가왔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북한 공포증으로 대결을 조장하며 먹고 살아온 집단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냉전세력도 이제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대로 지난 과오를 씻고 평화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평화만이 먹거리라는 인식이 가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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