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작은 도시 부에나비스타 마을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남미 여행기-1>

손경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9/19 [13:55]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 부에나비스타 마을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남미 여행기-1>

손경찬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9/19 [13:55]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을 여정에서 보충되기에 매우 유익한 활동이다. 그렇긴 해도 시간적, 경제적 여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매양 여행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떠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가야하는 해외출장의 경우도 크게 보면 여행이긴 하지만 부담 없이 떠나는 일반여행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내게 여행복이 터졌다. 평소에 문화예술적인 일로 바삐 지내긴 했어도 연이은 행사에 몸이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오사카 푸드 페스티벌(10월)과 시즈오카 거리축제(11월)에 다녀와 지역 문화축제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생각해냈고, 금년 7월에는 대구예총과 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미야기현과 교류협력차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 8월과 9월초에 대구예총과 콜롬비아 예술단체와 공연협정을 맺기 위해 콜롬비아와 쿠바 등지를 다녀온데 이어서 독도에서 거행된 궁중한복쇼에 모델로 참석한 적 있으며, 울릉도에서 대구에 도착한 다음날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세계평화 종식대회에 참석했으니 몽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정말 강행군이 아닐 수 없지만 마음은 즐거움으로 차 있다.

 

해외출장이든 여행이든 세계적 명소를 둘러본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일이다. 최근에 다녀왔지만 콜롬비아와 쿠바 등의 자연환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현지주민들의 밝은 생활관이 자꾸 떠오르고, 이번여행에 큰 도움을 주고 현지를 안내했던 이재선 씨의 이야기가 수시로 떠오른다. 한국에서 연극배우로서 잘 지내다가 느닷없이 가족과 함께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로 이주해서 몇 년째 생활하고 있는 이재선 씨의 생활 모습과 현지 풍경이 눈앞에 가물거린다.

 

대구예총과 콜롬비아 예술단체 등과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킨다오 콜롬비아 연수단을 오는 10월 ‘대구예술제’ 초청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김종성 대구예총회장과 필자는 20일간 남미를 둘러보았다. 먼 거리라서 가고 오는데 장시간이 걸리고 힘은 들었지만 예상 이외의 좋은 경험을 하였으니 그 여행길에서 필자가 느낀 여러 일들을 시리즈 형식으로 펼쳐보기로 한다.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8월 말경 우리 일행은 콜롬비아 보고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달라스 공항을 잠시 거쳐 콜롬비아의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에 도착하는 긴 일정이니 여행 시작부터가 힘이 들었다. 또 보고타에 도착해서 야간버스를 타고 9시간이나 걸려 아르메니아로 이동했으니 좋은 여행이라고는 하나 힘든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어둔 밤이 지나야 밝은 새벽이 다가오듯 여행도 그렇다. 특히 해외에서의 여행은 시차를 겪어야 하며 언어와 음식 등이 맞지 않아 싱딩힌 공생이 동반되는데 힘듦을 감내해야 여행의 묘미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고생을 하면서 해야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법이다.

▲고원지대에 자리한 부에나비스타 마을 

 

우리일행이 콜롬비아 엘도라도 공항에 도착하고서 버스로 이동해 아르메니아에서 밤늦게 여장을 풀어 피곤했지만 다음날 일정이 짜여 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르메니아에서 부에나비스타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오전에 부에나비스타시장과 환담이 예정되어 있어서다.

 

부에나비스타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부에나비스타를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는데 지명 밑에 있는 글자를 물어보니 ‘풍경, 화합 그리고 평화’라고 대답해준다. 풍경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니 주민끼리 화합이 우선일 테고 평화를 기원하는 이곳사람들이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 평화스런 마을이었다. 

 

보테로 시장은 오찬을 곁들여 환영행사를 해주었는데 이곳 부에나비스타 현지에는 과거 한국에서 연극 활동을 했던 이재선 씨가 살고 있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리들은 문화행사 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익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며 좋은 정보와 자료도 얻었다. 

 

이재선 씨는 대구시립극단에 소속된 배우로 예술활동을 하다가 현직에서 콜롬비아를 출장 와서  매력을 느끼고 소속 극단에 사표를 내고 가족과 함께 1년간 현지 체험하기로 작정했는데, 여기에 온지 6년이란 기간이 지났지만 당초 귀국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고 한다.

 

콜롬비아 부에나비스타에 살면서 현지 생활을 담아 커피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효형출판, 2015) 책자를 발간한바 있다. 그런 만큼 그의 가족들은 제2의 고향인 콜롬비아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고 있는 분이다.
 

▲보테르 부에나비스타시장과 함께 (뒷쪽 왼쪽 첫 번째 이재선 씨, 두 번 째 필자, 중앙 보테르 시장, 네 번째 김종성 대구예총 회장, 다섯 번째 안정희 씨(이재선 씨 부인)    

  

이곳에는 커피농장이 많은데 우리일행은 점심식사 후에 산 알베르또 커피농장 카페에서 커피 타임을 가졌다. 커피 원산지에서 맛보는 커피의 맛. 그윽한 커피향기는 커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닌게 아니라 커피농장 주인은 알베르또 커피농장에서 직접 만드는 커피가 부에나비스타에서도 손꼽히는 최상급 원두라고 자랑했다. 자기 농장 상품에 대한 자긍심이 가득하다.  

 

알베르또 커피농장에서 커피타임을 가진 우리 일행은 인근에 있는 부에나비스타 학교로 갔다. 강당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코리아” “코리아”를 연호하면서 지구 건너 편 ‘코리아’에서 온 우리를 환영하면서 밴드의 환영 연주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연주는 성인들이나 전문가의 연주에 비해서 노련미는 없으나 그래도 성의와 격식과 갖추었으니 아름다운 멜로디는 내 마음을 파고든다. 

  

▲연주가 끝난 후 부에나비스타 학생 밴드와 기념사진을 찍다 

 

부에나비스타 영화 촬영세트장에서 공연자들과(중앙이 필자). 

 

부에나비스타 학교 강당에서 학생 밴드의 환영 연주가 끝나고서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우리는 이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외 영화 촬영 세트장을 찾았다. 마침 촬영중인 영화가 끝난 시간이라 우리일행은 출연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필자/손경찬.

콜롬비아의 작은 도시 부에나비스타는 동네 곳곳에 예술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필자와 김종성 대구예총회장이 콜롬비아 예술단체와 협약을 가지기 위해 해외 출장 온 첫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아름다운 마을과 예술활동을 관람하기도 했다. 낯선 지역, 언어도 틀리고 환경이 완전히 다른 이역에서 출장을 온지라 걱정이 많았지만 현지에서 대구 예술가 출신 이재선 씨의 친절한 도움을 받아 해외 출장 첫 단추는 잘 끼운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부에나비스타의 아름다운 마을을 보면서 떠나온 여행길과 바삐 움직였던 오늘 일정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여행이 삶을 풍부하게 하는 원천이라면 분명 오늘뿐만 아니라 내일의 풍요함을 맞기 위해서인데, 그러기 위해 오늘 이 순간도 소중히 여기며 열심히 배우며 살아갈 뿐이라는 나의 철학을 일깨워준 여정이었다.

 

‘어제와 똑 같은 오늘을 살면 오늘과 똑 같은 내일이 온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 때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이재선의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저서 중에서)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 시인. 수필가. 대구예총 정책기획단장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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