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국정원 정국’ 새 국면 속으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정상화 ‘산 넘어 산’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3/09/02 [11:04]

끊이지 않는 ‘국정원 정국’ 새 국면 속으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정상화 ‘산 넘어 산’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3/09/02 [11:04]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사실상 종료됐지만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9월 정기국회가 임박했지만 이에 대한 여야 간의 일정조율은 고사하고 지난해 결산안에 대한 심사조차 착수하지 못해 올해도 졸속 심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산국회는 물론 정기국회까지 파행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정국 경색 속으로 들어가 봤다. <편집자 주>
 
 
꼬인 정국경색으로 9월 정기국회 파행 초읽기
朴대통령, 여야 간 진흙탕 싸움에도 ‘요지부동’


국정원 개혁 문제로 대치 전선 옮겨진 모양새
출구 없는 ‘국정원 정국’ 풀어갈 해법은 무엇?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국정원 정국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민주당을 향해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나 장외투쟁의 명분이 사라진 만큼 당장 국회로 돌아와 결산국회에 임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오히려 ‘새누리당으로 인해 국정원 국조가 성과 없이 끝나 장외투쟁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결산국회에 응하지 않은 채 장외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 대치공방

민주당은 특히 최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4차 국민보고대회에서 ‘노숙투쟁’을 선언하는 등 더욱 강경한 장외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대표는 “국회 일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천막에 많이 없으면 제가 낮이나 밤이나 새벽에도 천막을 집 삼아 광장에서 천막을 지키겠다”며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그날까지 김한길이 광장에서 노숙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오늘로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틀린 것”이라며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방해로 국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특검 도입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민주당이 ‘3·15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사실상 대선불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야당이 들어줄 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장외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사실상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명분도 없는 장외투쟁을 그만두고 국회로 돌아와 결산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 참여해 제1야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새누리당 내에서는 3·15 부정선거까지 언급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김 대표의 단독회담은 고사하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도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산국회와 관련해서도 여당 입장에서는 계속 진행해야겠지만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졸속심사 논란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뒤늦게 예산 심의에 들어가더라도 졸속 심사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여야가 국정원 국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향후 정국은 한동안 먹구름이 걷히기는 힘들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여야가 끝 모를 대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더는 새누리당과의 협상을 통해서 국정원 정국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이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국경색을 해결해야 한다며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노숙천막’까지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단독회담 또는 3자회담 수용을 촉구하는 등 박 대통령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여전히 대통령은 오기 정치로 대응하고 있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고 유아독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 답답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현 의원은 “대통령이 해명과 사과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너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는 시간 끌기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앞으로 대여투쟁의 전략을 고심하고 강한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겉으로는 박 대통령만을 쳐다보고 있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런 강경투쟁도 박 대통령의 입을 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만큼,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지속할 경우 자칫 결산심사 부실을 넘어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정기국회 일정 전반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치 전선 옮겨

무엇보다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국정조사로 한동안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여야의 대치공방은 국정원 개혁 물결을 타고 대치 전선을 옮겨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여야는 국정원 개혁의 주체와 폭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한 만큼 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셀프 개혁’이라고 비판하면서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의 폭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정치개입 금지 등 제도적 보완책을 강조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내파트 및 예비비 폐지 등 전방위 손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국정원에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기 때문에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나오고 나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비판하고 있는 ‘셀프 개혁’은 아니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대북정보 수집·분석이나 사이버테러 대응 기능 강화를 강조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공 수사권 폐지나 예비비 폐지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 개혁은 법률이 아닌 운영과 관련된 문제”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내세워 정쟁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야당의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는 물론이고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국정원 예비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구체적인 개혁 드라이브에 착수했다. 초반부터 국정원 개혁 이슈를 주도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국정원 개혁 국회 특위 설치도 끌어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원 국조에서 드러난 의혹을 규명하는 특검 도입과 함께 국회 내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의 이 같은 국정원 개혁 강공 드라이브 배경에는 국정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또 당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변화의 바람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이 법률로 보장돼야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타 법안의 처리와 연계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최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이른 바 ‘국정원개혁 패키지 4법’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을 제외한 수사권을 폐지하고,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올리며,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의무를 신설했다. 국가정보원직원법 개정안은 국정원 직원이 원장의 허가 없이도 국회에서 증언·진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하여 연간 30시간의 헌법 교육을 의무화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정원장 등(대통령·총리 직속 기관장)이 가지고 있는 증언 및 서류제출 거부권을 폐지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무원이 보관하는 물건을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으로 신고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근거를 요하도록 하는 한편, 물건 압수 거부는 전시·사변·중대한 경제상의 위기 등 상황적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었던 국정원이 최근 정치·선거개입을 통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문란 사태를 야기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것에 따른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원 개혁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드보이’ 이인제 의원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국가 최고정보기관으로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는 개혁의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국정원법 개정으로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 지도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접촉해서 ‘국정원을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고 정파를 초월한 기구로 만들고, (이를 위해) 국회에 국정원 개혁을 위한 특위를 설치하자’고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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