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외국계 은행 ‘갑의 횡포’ 내막

성과급 협박 “그만둔다고 했다며”

조미진 기자 | 기사입력 2013/09/30 [12:39]

대형외국계 은행 ‘갑의 횡포’ 내막

성과급 협박 “그만둔다고 했다며”

조미진 기자 | 입력 : 2013/09/30 [12:39]

지난 3월 한 외국계 은행이 상사와 퇴직 여부로 고민 상담을 한 직원에게 예정된 성과급을 미지급한 일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갈등 끝에 퇴직한 이 직원은 사측이 퇴직 후에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결국 지급결정이 내려졌지만 사측은 오히려 해당직원에게 민사소송을 거는 등 불합리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겪었던 전·현직 직원들에게도 모종의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사측은 “어떠한 사실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졌던 ‘갑의 횡포’와 관련, 또다시 논란이 예상 된다. <편집자 주>

“고민상담 했을 뿐인데”…“성과급 지급 없었던 걸로!”
결국 받아낸 성과급…은행측 불복 “돌려받자 성과급”
상황 비슷한 전직 직원에 연락 입단속까지 ‘갑의 횡포’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외국계 대형은행인 A은행이 상사와 퇴직 고민 상담을 한 직원 B씨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

지난 3월 중순 B씨는 평소 잘 따르던 상사 C씨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B씨는 10년이 넘도록 이 은행에서 청춘을 바쳐 일했지만 사내·외에서 개인적 문제들이 겹쳐 퇴직까지 고민하며 속앓이를 해왔던 것이다.

앞서 3월 초. B씨는 여느 때처럼 동일하게 월급명세의 ‘변동급여’ 성과급을 받기로 한 후에 서명까지 마쳤다. 그러나 같은 달 말 B씨는 월급명세서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300여만원 변동급여 항목은 흔적도 없고, 기본급뿐이었기 때문이다.

월급명세 확인 후, 1년에 한 번 받는 변동급여에 대한 은행 측의 추가 고지가 없었기에 회사 측의 착오라고 판단한 B씨는 인사부에 문의를 했지만 인사부에선 “퇴직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인사부는 B씨와 C씨가 퇴직여부를 놓고 대화를 나눈 사실을 입수해 C씨에게 상담 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이에 C씨는 퇴직에 대해 “B씨와 고민 상담을 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이메일로 보고했다. 이후에도 C씨는 유선상으로 “B씨가 계속 근무를 할 것”이라고 거듭 보고했다. 하지만 은행측은 B씨와 C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직 의사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회사 방침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며 통보해 왔다.

해당 성과급은 ‘지난해 노동한 대가’이므로 퇴직을 하더라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B씨의 입장이었고, 이후에도 B씨는 지속적으로 지급을 요청했으나 은행측은 끝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퇴직을 결심한 B씨는 지난 4월 퇴직서를 사측에 제출했고, 업무 인수인계를 마친 후 5월 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퇴사한 이후에도 사측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고 지난 7월 말 B씨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노동청은 “B씨의 해당 성과급은 이미 이루어진 노동의 대가로 임금의 성격을 갖는다”며 “사직 의사 여부 등 사내 조건과 관계없이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지난 9월9일 B씨는 사측에게서 해당 성과급을 받아냈다.

B씨가 옳다는 노동청, 그러나…

그러나 사측은 마지못해 지급한 성과급을 돌려받으려고 오히려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고, 한 언론사의 취재 직후 B씨처럼 성과급을 받지 못한 다른 퇴직자들이 B씨와 같이 사측에 성과급 요구를 할 것을 우려해 상황이 비슷한 그들에게 연락해 입단속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은행 측이 B씨와 거의 같은 상황으로 퇴직한 D씨에게 연락해 “B씨를 상대로 소장을 접수했다”며 “이 소송이 끝날 때를 기다리든지, 지금 성과급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 이 언론은 D씨의 말을 빌려 “7년이나 다닌 회사가 이런 태도를 보여 슬프고 무섭다”며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해 노동청에 진정을 낸 후 최근에 들어서야 해당 성과급을 받아낸 B씨는 언론을 통해 “이와 같은 유사사례는 최근에는 물론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던 일”이라며 “1년에 한두 번씩 유사한 ‘케이스’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장 생업이 걸린 개인이 큰 기업과 싸운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억울함을 느끼면서도 성과급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또다시 ‘갑’의 횡포?!

B씨의 소송을 맡았던 법률사무소의 한 노무사는 “노동청에게 지급 명령을 받은 성과급을 민사 소송까지 벌여가며 다시 받아간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 또한 “개인이 민사소송에 휘말리면 위축되는 점을 이용, 본보기로 삼기 위해 은행 측이 보복성 소송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은행 측은 “현재는 어떠한 사실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일이 한 언론사의 단독보도에 의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이 은행을 국내에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며 “국내법과 규제가 얼마나 허술하면 해외에선 점잖은 외국계 기업이 우리 땅만 들어오면 온갖 횡포를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정부가 해당 은행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포털과 SNS 등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제가 불거진 해당은행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와 남미에 걸쳐 8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약 7000개의 사무소를 갖고 있고 9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은행 중의 하나다. 지난 2012년 12월 기준 2조6930억 달러(약 3000조원)의 총자산을 보유, 이 중 절반 정도가 유럽의 보유자산이고 중동 및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미국 등이 각각 4분의 1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은행 그룹이지만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이 은행은 지난 2008년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20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으며 2012년 기준, 세계 여섯 번째로 큰 공공 서비스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은행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파이낸스아시아 컨트리어워드 2013’에서 한국 최우수 외국계 은행에 선정되며 국내에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은행은 홍콩에서 ‘최우수 은행’, 중국 및 말레이시아에서 ‘최우수 외국계 은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결과는 글로벌 금융 전문지인 파이낸스아시아가 발표했다.

happiness@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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