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경영’ 엄단 ‘MB맨’ 어윤대, 징계 내막

KB금융 회장 3대째 ‘불명예’…“권한 남용 말라”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3/10/11 [20:00]

‘황제경영’ 엄단 ‘MB맨’ 어윤대, 징계 내막

KB금융 회장 3대째 ‘불명예’…“권한 남용 말라”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3/10/11 [20:00]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4대 천왕’으로 불리며 막강 권력을 휘둘렀던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정권 교체 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음에 따라 현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연임 등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지 말라는 당국의 경고성 메시지가 풍기고 있다. 그러나 앞서 금융당국이 경영 부실을 유발하는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황제경영’을 엄단키로 하며 어 전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시사하는 등 강수를 내비쳤다. 어 전 회장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사 취업 제한과 더불어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도 못 받을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징계를 받음에 따라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함께 일고 있지만 황영기, 강정원 전 회장에 이어 어 전 회장까지 역대 회장 모두 금융당국의 징계결정을 받게 돼 금융당국 제재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는 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금감원, 금융권 최고경영자의 ‘황제경영’ 엄단키로
금융당국 제재의 ‘무덤’ KB금융 역대회장 ‘불명예’
그러나 예상 깬 ‘경징계 처벌’…“입김 작용했나?”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금융당국이 경영 부실을 유발하는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황제 경영’을 엄단하기로 함에 따라 최근 제재심의위원회에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박동창 전 KB금융 전략담당 부사장에 대한 징계가 내려졌다. 이번 징계는 KB금융 내 권력 다툼으로 미국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ISS의 보고서 왜곡과 관련 사안.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예상 깬 징계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모면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런 징계안을 제출했으나 당사자 소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최종 결정이 늦춰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금 원안대로 처리한 것.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금융지주, 국민은행, 하나캐피탈 등과 연관된 ISS(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 사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 문제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해당 기관 및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와 관련해 어 전 회장(감독자)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 경징계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의적 경고는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5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경징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퇴직자 신분으로 징계를 받을 경우 ‘상당’이란 표현을 쓴다.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행위자)에게는 감봉 조치가 내려졌다. 제재수위 결정은 최종적으로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제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 경징계 결정은 당초 예상 밖의 결과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어 전 회장과 박 전 부사장에게 각각 문책경고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상정하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것. 앞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다가 실수할 경우 배려할 수 있으나 지배구조 변동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부 민간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징계가 각각 한 단계씩 낮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재심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결과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사전 심의하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외부 민간위원 6명과 법률자문관과 금융위 안건담당 국장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주요 관심사는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징계 수위였다. 어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로, 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대 인맥으로 꼽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고려대 총장 등을 지냈고, 2010년 7월 KB금융지주의 제2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제1대 황영기 KB금융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연이어 물러나는 상황 속에서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임 과정을 거쳐 회장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어 전 회장은 이미 퇴임했지만 퇴직자 신분으로도 ‘문책 경고 상당’의 징계를 받으면 어 전 회장은 3년간 은행 및 금융지주사 취업이 금지되며 수억원에 달하는 스톡그랜드를 못 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어 전 회장은 이 같은 ‘중징계’를 면함에 따라 금융회사 취업금지와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성과금 취소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중징계 면한 어 전 회장의 ‘경징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SS 사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인데도 불구 징계 수위가 한 단계씩 낮아진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당국이 민간 외부위원들의 입김에 밀려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징계는 KB금융 내 권력 다툼으로 미국 주총 안건 분석 전문회사인 ISS의 보고서 왜곡과 관련 사안으로, 어 전 회장의 측근인 박 전 부사장은 올해 초 일부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막고자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 ISS에 KB금융 내부정보를 전달해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ISS는 당시 ‘KB금융지주 정기주총 안건 분석 보고서’에서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사외이사의 선임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무산이 이들 ‘정부 측’ 사외이사의 반대 때문이며, KB금융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박동창 전 부사장이 보고서가 나오기 전 싱가포르에서 ISS 관계자와 접촉해 KB금융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금감원과 검찰 등이 조사에 나서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전·현직 임직원은 업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업무 외의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대 징계 ‘불명예’는 여전

그러나 비록 중징계는 면하긴 했지만 어윤대 전 회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됨에 따라 KB금융은 초대 황영기 전 회장, 2대 강정원 전 회장 등 역대 회장 3명이 내리 징계를 받는 ‘불명예’ 역사는 씻을 수 없게 됐다. 황 전 회장은 2009년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으나 제재심의 과정의 법률적 문제가 제기돼 징계취소 판결을 받았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 행장 시절 투자손실로 중징계를 받아 회장 선임 1년 만에 자진 사퇴했다. 강 전 회장은 2010년 문책경고 상당을 받았다. 강 전 회장은 황 전 회장 사퇴 이후 금융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임 절차를 강행해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됐다가 곧바로 이어진 금감원의 강도 높은 검사 착수에 따라 내정된 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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