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검찰총장에 김진태 前 대검 차장 내정

준비된 ‘특수통’…정치검찰 우려 털고 구원투수 될까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3/11/04 [14:07]

새 검찰총장에 김진태 前 대검 차장 내정

준비된 ‘특수통’…정치검찰 우려 털고 구원투수 될까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3/11/04 [14:07]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는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4명의 후보를 추천한 지 3일 만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제 김 내정자가 현재 직면한 최대 과제인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 첫 번째 시험대는 11월20일을 전후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K(대구·경북)’ 라인인데다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을 두고 야권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그리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편집자 주>

 
朴대통령, 새 총장 후보로 김진태 前 대검 차장 지명
‘PK’ 출신에 김기춘과 각별…靑, 검찰 장악력 염두?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중립’ 놓고 고감도 검증 예고
검란사태 당시 직무대행으로 ‘강한 리더십’ 인정받아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빈자리를 채울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낙점했다. 법무부 추천위가 4명의 후보를 추천한 지 3일 만에 이뤄진 조속한 조치다. 이는 청와대 개입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수사를 조속히 매듭짓고 검찰조직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내정자가 굵직한 대형 사건의 수사경험이 많고 탁월한 상황 판단력으로 주요 정재계 사건을 처리한 대표적 특수통으로 분류된다는 점은 국정원 수사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총장 내정 배경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월27일 검찰총장 인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새 검찰총장 내정자에 김 전 대검 차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내정자는 총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며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 즉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위기에 빠진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 이 두 가지가 이번 인선을 통해 드러난 박 대통령의 ‘주문’이었다는 얘기다.
신임 검찰총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는 물론 외압 논란 등으로 흔들린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일도 남아 있다. 검찰 조직의 위기가 심각한 만큼 검찰총장에 거는 기대도 많은 셈이다. 반대로 이런 이유로 이번 신임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검찰의 독립성 화두

하지만 김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은 산적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는 그간 김진태 전 차장 검사를 내정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처리를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건넸기 때문에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 김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검란’ 사태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직후 대검 차장 겸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지난 1995년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고,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를 수사하는 등 대표적인 특수통으로서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처리를 훌륭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검란 사태 당시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의 안정을 일궈낸 김 내정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높이 샀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 내정자가 3명(길태기·소병철·한명관)의 검찰총장 후보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이고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아 조직안정화의 적임자라는 평을 듣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발표한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에서 당면한 현안별 적임자를 내정한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감사 등 ‘정치 감사’ 논란으로 혼란에 빠진 감사원 수장에 엄정한 법관이란 평을 듣는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기초연금 문제로 공약 후퇴 논란을 야기한 복지부 수장에는 연금전문가인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내정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 내부 조직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말 사상 초유의 검란 파동을 겪으며 추락한 검찰은 채 전 총장의 취임 이후 정상 궤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혼외 아들’ 의혹으로 채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여기에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전 특별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외압’, ‘항명’ 파동까지 더해지면서 검찰 조직은 격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정 라인과의 인연

이런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도 말이 많아 청와대가 말 잘 듣는 검찰총장을 임명하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천위가 이례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닌 토론을 통해 검찰총장 후보 4명을 토론했고 후보 1명은 위원들 간 이견이 많았지만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토론을 거쳐 후보를 뽑았을 때는 특정 인물 한 명을 추대 형식으로 뽑을 가능성이 높아 청와대가 한 명을 이미 낙점해놓고 요식 절차를 거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는 검찰 조직의 ‘공안통’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특수통’인 김 내정자를 신임 검찰총장에 앉힌 것도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전 팀장의 직무배제로 공석이 됐던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에 ‘공안통’인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임명됐는데 검찰총장까지 ‘공안통’으로 채울 경우 조직의 안정화를 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사건 처리의 공정성도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독립성이 최대 화두인 만큼 김 내정자와 청와대 주요 사정 라인 요직의 인연도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인연은 도드라진다. 1991년 김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맡은 시절 김 내정자는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보좌한 인연을 갖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논란은 김 실장의 ‘기획 작품’이라는 설이 나도는데 한번 인연을 맺었던 김 내정자가 향후 행보에서 얼마나 외풍을 버텨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이유다. 김 내정자는 또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보다 다섯 살이 많지만 사법연수원 1년 후배다. 황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윤석열 전 팀장은 수사 외압과 관련해 ‘법무부도 무관치 않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고감도 검증 예고

남은 것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찬데 무엇보다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그리 녹록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을 검찰의 새 수장으로 내정한 것을 놓고 여야는 이미 공방전을 시작한 모양새다. 검찰 중립·독립성 측면에서 김진태 후보자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앞서 거론했듯이 김 내정자가 경남 사천 출신으로 이른바 ‘PK(대구·경북)’ 라인인데다 이른바 ‘왕실장’이라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임인 채 전 총장이 새 정부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라는 평을 들었던 것과 반대로 김 실장과의 친분은 새 정부 국정철학의 공유라는 점에서 인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벌써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검찰총장 인선을 두고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총장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최근 현안논평에서 “검찰총장 후보자 중 김씨가 김기춘 실장의 최측근이란 점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김기춘 실장이 또 1명의 대리인을 보내 검찰조직 장악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오는 11월20일을 전후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채 전 총장 사퇴를 놓고 불거진 여야 간 논쟁의 ‘연장전’인 동시에 국정원 댓글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그리고 검찰 개혁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장 여야는 정밀 검증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진태 내정자의 도덕성과 능력, 자질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검증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을 엄정중립의 자세에서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또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해낼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번 총장까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다면 검찰이 다시 서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내정자가 성공한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선 구태와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는 결단이 필요하며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준비된 특수통 출신

한편,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진태(61·14기) 전 대검찰청 차장은 리더십이 강한 원칙론 자이자 특수통으로 정보수집 및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총장 후보에 함께 올랐던 4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검찰 내에서도 ‘맏형’으로 통한다. 황교안(연수원56·13기) 법무부 장관보다 기수는 한 기수 아래이나 나이는 5살이 많다.

일선 검사 시절에는 정보수집과 상황판단 능력으로 업무 추진력이 탁월했으며, 검찰 후배들로부터의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노태우 전 대통령, 임창열 경기도지사,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등 거물급 수사 사건에 참여했다. 차분하면서도 강한 리더십이 강점으로 꼽히며 채동욱 전 총장의 사퇴 이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어수선한 검찰을 본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도 김 내정자가 검찰조직을 바로잡고 현안 사건들을 공정히 수사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김 내정자는 총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텁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김 내정자는 채 전 총장과 연수원 동기로 전임 총장의 동기가 신임 총장에 내정되며 기수가 수평 이동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김 내정자는 진주고를 중퇴하고 검정검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은행에 재직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5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해 대검 형사부장, 대구지검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달을 듣는 강물>이란 제목의 수필집을 내기도 했으며, 불교와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부인 송임숙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제가 없는 한 이르면 11월 말쯤 차기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baghi81@hyundaenews.com

이력 -

2013.08~ 법무법인 인 고문변호사
2012.12~2013.04 대검찰청 차장검사
2012.10~2012.12 제41대 서울고등검찰청 고검장
2011.08~2012.10 제19대 대전고등검찰청 고검장
2010.07~2011.08 제55대 대구지방검찰청 지검장
2009.08~2010.07 제8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지검장
2009 대검찰청 형사부 부장
2008.03~2009.01 제58대 청주지방검찰청 지검장
2007.02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
2006~2007.02 부산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
2005 인천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
2004.06~2005.04 제37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지청장
2003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제8부 부장검사
2002 대검찰청 중수제2과 과장
2001 대검찰청 범죄정보제1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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