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 빛나는 현대의 고전, 격찬받은 명무대 ‘산울림의 고도’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3/11/04 [17:48]

노벨상에 빛나는 현대의 고전, 격찬받은 명무대 ‘산울림의 고도’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3/11/04 [17:48]

▲     © 주간현대
소극장산울림 개관 28년 기념으로 사뮈엘 베케트 작/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지난 10월 8일(화)부터 소극장산울림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최근 베케트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쓰기 전 자필원고가 공개되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더욱 높아졌다. 사뮈엘 베케트는 이 작품의 원제와 도입부를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하는데,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 초연된 작품으로 44년 간 변함없이 사랑받고 끊임없이 기다려지는 무대가 됐다. 작가 자신도 ‘고도’가 누구인지 모른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이 세계적인 문제작을 한국의 임영웅연출이 만나 “한국의 고도”를 만들기까지는 그의 뛰어난 해석과 최고의 배우들, 스텝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고, 무엇인지도 누구인지도 모를 ‘고도’ 를 함께 기다려준 관객들이 있다. 올해도 고도의 물음에 그 답을 쫓고 있는 임영웅 연출을 비롯, 산울림 무대의 든든한 지원군 미술 박동우와 조명 김종호, 1994년이후 19년 만에 다시 블라디미르로 돌아온 이호성, 영원한 에스트라공 박상종, 포조의 새로운 젊은 피 정나진, 럭키의 박윤석과 소년 김형복의 앙상블이 관객들과의 뜨거운 교감을 이끌어 낼 것이다.<편집자 주>


전국에서 수없는 공연 모두가 기다리는 ‘산울림의 고도’
‘고도’로 이어진 무대와 관객과의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

 
[주간현대=박소영 기자]사뮈엘 베케트(1906~1989,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고도를 기다리며> 발표 전에 이미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등의 소설을 발표해 온 실험적인 작가로 1953년 성황리에 막을 내린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은 이후 파리에서만도 300회 이상의 장기 공연과 세계 50여 개 나라에 번역되어 공연되면서 연극계에 혁신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196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그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영국의 연극학자인 마틴 에슬린이 이 작품에 대해 ‘부조리 연극’이라고 명명함으로써 <고도를 기다리며>는 반연극 또는 부조리 연극이라는 새로운 연극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캐릭터 소개
블라디미르 역의 이호성은 연극 <황금용>, <고도를 기다리며>, <과부들>, <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흑인 창녀들을 위한 고백>, <33개의 변주곡>, <우리 테오와빈센트 반 고흐>, <늙은 부부 이야기>, <세자매>, <갈매기>,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우먼 인 블랙>, <루브>, <격정만리, 넌센스>, <출구와 입구> 외 다수,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 <여고생 시집가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외 TV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TV조선), 탐나는도다(MBC), 세상은 네게 모든 것을 가지라 한다 외 수상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 영희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에스트라공 역의 박상종은 연극 <14인의 체홉>, <878미터의 봄>, <저승>, <갈매기>, <7인의 기억>, <고도를 기다리며>, <오이디푸스>, <달이 물로 걸어오듯>, <봄날은 간다>, <카페신파>,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 <햄릿 프로젝트>, <내마> 외 다수에 출연했다.
포조 역의 한 준은 연극 <나 왔어요..엄마>, <멸>, <지하 생활자들>, <키친>, <적도 아래의 맥베스>, <쇼팔로비치 유랑극>, <단>,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 <리어왕>, <템페스트>, <남사당의 하늘>, <열하일기 만보> 외 다수에 출연했다.
 
럭키 역의 박윤석은 연극 <나의 황홀한 실종기>, <코끼리>, <아름다운 꿈 깨어나서>, <과학하는마음2 <북방한계선의 원숭이 편>, <과학하는마음3 - 발칸 동물원 편>, <로베르토 쥬코> 외 다수에 출연했다. 소년 역의 김형복은 연극 <흥남철수 - 정경숙 찾기>, <서라벌연기예술원극단서울무대공연에서 다수 공연> 외 CF 농촌진흥청에 출연했다.

초연이 시작되고
1953년 파리의 한 소극장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로 표기)가 초연된 이후,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무명의 아일랜드 작가로부터 일약 20세기 후반의 서구 연극을 주도할 대표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부각된다. 그리고 후에 이어진 일련의 작품들이 지닌 내용과 형식면에서의 새로움과 문제의식은, 1969년 베케트를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이른다.
 
또한 앵글로-색슨 문화권 출신이면서도 성년이 된 이후 파리에 머물며 자신의 모든 작품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며 쓰고 번역해온 그의 특이한 이력은, 영미문학과 프랑스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요인이기도 했다. 초연 당시엔 격렬한 논쟁을 유발시켰던 ‘문제작’이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은 ‘20세기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고도>는, 베케트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논의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온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이 서구 현대연극에서 지니는 위치와 소위 ‘부조리극’의 한 전형으로서의 의미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고도』라는 연극이 지닌 풍요로움은 오늘날까지도 새로운 ‘만남’과 ‘기다림’ - 등장인물들간의, 그리고 무대와 객석간의 -을 가능케 하고 또 의미를 재생산해낸다. <고도>가 애초에 관객에게 던져준 충격과 낯설음으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적이고 미학적인 거리를 두게 된 지금, ‘그들’의 기다림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기다림에 대해 다시 몇 가지 덧붙였다.

- 베케트와 <고도>, 혹은 아이러니 -<고도>에 대해 한동안 - 어쩌면 오늘날까지도 - 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었던 편견 혹은 오해는, <고도>가 난해하고 어두운 연극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베케트의 전체적인 작품 세계 안에서 보았을 때, <고도>는 상대적으로 의미 파악이 가능하고 또 희극적인 요소들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작품에 속한다. 이는 작가 스스로 밝힌 <고도>의 집필 동기와 과정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즉 그는 소설 3부작(<몰로이>, <말론은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을 구상하고 집필하면서 자신의 작가적 역량과 야심을 집중시키던 시기에, 그 숨막히고 혹독한 작업으로부터 잠시 해방되기 위해 ‘기분 전환’ 삼아   <고도>를 썼던 것이다.
 
작가의 고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는 물론 <고도>의 완성도나 작품성이 그의 소설 3부작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베케트가 소설을 통한 외롭고 치열한 길찾기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 대화와 몸짓을 주된 표현수단으로 하는 연극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작업을 보다 외면화 및 상대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 약속, 만남, 그리고 기다림의 놀이 - 나무 한 그루뿐인 어느 시골길에서, ‘고도’라는 인물과의 약속을 위해 (다시) 만난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 지루한 기다림, 그 과정에서 잠시 스쳐가는 포조와 럭키라는 기괴한 인물들, 끝내 연기되는 약속, 그래도 반복되는 기다림...『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은, 몇 줄로 그럭저럭 요약될 수 있는 이 연극의 ‘줄거리’는 물론 그 이면의 본질적인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고도>의 기다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고, 더욱 부조리한 것은 약속의 시간도, 장소도, 목적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대상도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찍하다”는 에스트라공의 푸념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총체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들에게 보다 시급한 것은 ‘지금-여기’의 상황을 메우고 견뎌내는 일이다. 잠시라도 의혹과 좌절의 순간들을 벗어나기 위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에스트라공).
 
<고도>의 희극성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절망적인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나’의 존재를 둘러싼 모든 부조리함이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 그 방식대로 ‘나’도 자유롭게 ‘놀 수’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상황이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서커스라면, 코미디라면,
 
결국 ‘연극’이라면, ‘나’도 ‘배우’로서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고고와 디디가 벌이는 다양한 ‘놀이’들(핑퐁처럼 주고받는 대화들, 만남을 축하하기, 인사하기, 욕하기, 반대말 하기, 화해하기, 모자 놀이, 포조와 럭키 놀이...)은, 자신의 존재를 하나의 ‘역할’로 받아들이면서 무의미를 견뎌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그 외에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고도를 기다려야 해”라는 말은, 마치 거역할 수 없는 마법의 주문처럼, 고고와 디디를 다시 그 지루한 ‘기다림’의 현실로 불러들인다.

폭발적인 반응들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Irish Independent, 1990.10.2) 한국에서 온 산울림 극단은 베케트의 이 고전적 작품을 여느 서구 극단들과 다를 바없는전통적인 양식으로보여주었다.
행사당국의 사전홍보에 따라 필자는 이 극단이 무용적 동작을 사용한 독창적인 양식일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 준 것은 손색없는 연출과 연기에 의한 전통적인 방식의 공연이었다. (중략) 그러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표정과 신체표현에만 의존하더라도 이 작품이 아일랜드 무대에 올려진 <고도> 중에서 가장 애정스럽고 코믹한 해석을 가한 작품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중략) 그러나 영원히 계속될 기다림의 게임을 하는
두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는 순수한 즐거움만으로도 이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선명하게 전달된 연출력(Irish Press, 1990.10.2) 사뮈엘 베케트의 외침이 지닌 보편성은 언어의 장벽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산울림 극단이 Project Art Center에서 공연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국말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베케트와 <고도>의 진면목이 강렬한 인상으로 전달되었다.

여러 가지 세부사항에서도 그러하였으나, 특히 세련된 양식미를 갖춘 동양적 접근기법이
두드러진 차이를 보여 주었다. 그토록 웃으면서도 그처럼 분노하고, 그렇게 우아하면서도 민첩하고, 그토록 애교스럽고도 인상적인 두 사람의 부랑아를 전에는 본 적이없다. 더구나, 의기양양했다가는 그토록 변덕스럽게 풀이 죽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그토록 순식간에 절망하는 두 사람의 뜨내기를 본 적이 없다. 기법 면에서 매우 훌륭한 공연이며, 작품을 관통하는 희극적인 맥락이 잘 짜여있다.

전반적으로 베케트의 국경을 초월한 이 작품의 분위기와 긴장감이 선명하게 전달되었으며, 이는 무엇보다도 연출자인 임영웅의 예술적 역량에 그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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