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드러난 세 가지 ‘불편한 진실’

박근혜 정부 첫 시험대…‘이런 말말말 주목 끌었다’

김설희 기자 | 기사입력 2013/11/11 [13:53]

국감에서 드러난 세 가지 ‘불편한 진실’

박근혜 정부 첫 시험대…‘이런 말말말 주목 끌었다’

김설희 기자 | 입력 : 2013/11/11 [13:53]
 
2013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올해 국감은 국정원 대선개입과 개성공단 현지시찰,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한전비리,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사과, 동양그룹 부회장의 눈물, 재계 증인 출석 논란 등 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특히, 매년 파행을 겪어왔던 여야가 이번 국감을 통해 상시국감 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쟁과 구태가 여전했다는 평가 속에 국감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감결산을 맞아 지난 20일간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불편한 진실’을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검찰, 외압·항명 논란서 軍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까지
靑 경제 상황 회의서 경제 수장들, 동양그룹 사태 논의

 
감사원 “4대강 감사 관련 MB 사법처리 검토했다” 파문
‘번외 국감’ 앞두고 여야, 대선개입·인사·공약후퇴 ‘맞불’

 
 
[주간현대=김설희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진통 속에 마무리됐다. 특히 국가기관 대선 개입과 동양사태 등으로 이슈를 모았던 국감장에서는 불편한 진실도 드러났다. 이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다. 국정원 소속 요원들의 댓글 활동에서 시작된 논란은 국감 기간 내내 연일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폭로되면서 이제는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물론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으로 몸집이 커졌다.

둘째, 청와대 경제 상황 점검 회의에서 경제 수장들이 동양그룹 사태를 논의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최수현 금감원장은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과는 단 1차례 회의를 했다고 증언했다가 금세 말을 바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셋째, 감사원 국감장에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했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의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놓였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은 검찰 수뇌부의 윤석열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 직무배제 논란을 거치며 이번 국감 최대 이슈로 자리 잡았다.

대선 개입·동양 사태

이른바 ‘윤석열 수사팀’은 국정원 요원들의 트위터 활동을 근거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혐의를 추가, 법원에 공소장 변경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상부보고 절차 등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윤 팀장을 직무배제시켰고, ‘외압’ 논란이 일었다.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팀장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밝혀 정국은 새 국면을 맞았다. 여당은 윤 팀장에 대해 ‘항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온라인상에 정치성향 글을 게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국가보훈처와 안전행정부 등이 안보교육을 수단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야당은 이를 한데 묶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확대시켰다. 여당은 전국공무원노조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맞불작전’을 펼치면서 양측의 파열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청와대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경제 수장들이 동양그룹 사태를 논의한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은 동양사태 논의를 위한 청와대 회의에 3차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위증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10월28일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서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산업은행에서 받은 홍 회장의 ‘청와대 출입현황’ 자료를 토대로 홍 회장이 9월1일과 22일, 10월6일 등 3차례에 걸쳐 청와대 대책회의에 참석했다고 폭로했다. 서별관 회의라 불리는 청와대의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18일 금감원 국감장에서 조원동 수석과 홍기택 회장과는 단 1차례 회의를 했다고 증언했다가 금세 말을 바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최 원장은 조원동경제수석·홍기택 회장 등과의 ‘3자 회동’이 거론되자 “8월 중하순쯤 한 번 정도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얘기했을 뿐 동양 사태는 따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최 원장은 서별관 회의 자체를 부인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기식 의원 등이 당시 회동이 ‘서별관 회의’가 아니었느냐고 묻자 “신제윤 위원장도 있었다”고 뒤늦게 인정해 위증 논란이 일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경제수석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경기고, 서울대 후배라는 것이다. 또 홍기택 회장은 9년 가까이 동양증권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최 원장 역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MB 사법 발언 논란

이에 대해 당시 김 의원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금융당국이 무언가 계속 숨기고 있다”며 “11월1일 열리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당시 국감에서 ‘(홍 회장 등과) 1차례만 만났다’고 발언한 적이 없다”며 “고의적으로 은폐할 일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감사원 국감장에서는 4대강 감사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했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을 빚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0월15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해 이 같이 밝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 총장은 당시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감장에서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지난 7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3차 감사 당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검토했는지를 묻자 이처럼 대답했다. 김 총장은 하지만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또 ‘4대강을 대운하로 바꿔 추진한 것이 이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하지만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일정 부분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은 “전문가도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를 일부 6m 구간을 팠다고 감사원이 무슨 근거로 운하 추진이라 하느냐”면서 “청와대 행정관, 국토부 사무관이 의견을 교환한 수준의 문건으로 바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우는 근거로 삼느냐. 정신이 있는 거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이 전 대통령도 경제를 하신 분이다. 20조원을 들이면서 경제적 타당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가 있느냐”며 “운하를 염두에 뒀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불러서 물어 봤어야지. 그래놓고 지금 책임이 일부 있다고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학용 의원은 “예산낭비 사례, 담합 사례 등에 대해 지적하는 게 감사원의 주목적인데 확실한 것도 아니고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할 일 많은 국정감사 시간을 뺏느냐”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도 일정 책임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대단히 건방진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쓸데없이 정치논리에 끼어들려고 하지 말고 (관용차) 운행일지나 잘 작성하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의원은 성용락 감사원장 대행에 대한 질의에 김 사무총장이 끼어들자 “실세라고 소문나더니 자기 한참 선배도 무시하고 있다. 경고하는데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발언을 두고 ‘망언’을 하고 있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아까 말한 책임은 법률적 책임이 아니고 점점 수심이 깊어지고 커진 것에 대한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제가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법적)책임 검토는 끝났고 고발이나 사법처리 목적으로 검토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사업이 수정되고 커진 데는 대통령 의중도 작용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언이 ‘(이 전 대통령에게) 도의적이라든지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지적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입장을 꺾지 않았다.

감사원은 김 사무총장의 발언과 관련해 보도 자료를 내고 이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4대강의 수심이 깊어지게 된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과정에서의 통상적인 행정적·형사적 책임 여부를 일반적으로 검토했다는 취지라면서 이 전 대통령을 특정해 책임 여부를 검토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번외 국감, 여야 촉각

국감이 끝났지만 여야는 첨예한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 싼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각종 법안과 예산 심의에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감에서도 민감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 상임위마다 대립했고, 예결위 정책질의에서도 ‘댓글 의혹’과 새로 불거진 공무원 노조의 대선 개입으로 여야의 공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상 국감은 끝났으나 국회 정보위와 운영위 등의 ‘번외 국감’에서 여야는 각종 쟁점을 놓고 격돌한다. 여야가 그간 부처별 국정감사에서 전방위로 충돌했다면 이번에는 대선개입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정원과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 비서실이 피감기관이라는 점에서 여야 간 충돌은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 4일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위 국감장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논란의 중심에 선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장관 등을 ‘5인방’이라 지칭하며 이들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남은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 부자감세 철회, 폐기공약 복원을 통한 약속실천 등을 3대 기조로 제시하며 대여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은 고질병을 고치고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면서 “발목 잡기를 그만하고 효율적이고 국민을 위한 정기국회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14일 개최될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에서는 대선개입·인사·공약후퇴 등 ‘국감 종합세트’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혼외 아들’ 의혹 논란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관련,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청와대의 ‘찍어내기’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 체포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둘러싸고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의 업무배제를 놓고도 민주당은 외압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계속 요구하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정보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외압의혹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수사와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로 청와대 엄호에 나설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전공노 등이 민주당과 연계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대야(對野)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함께 최근 내정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등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야당은 권력기관장 인선에 대해 ‘신(新) PK(부산·경남) 시대’, ‘김기춘(청와대 비서실장) 사단’ 등으로 공격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능력 있는 인재를 뽑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방어하고 있다. 기초연금으로 대표되는 복지공약 후퇴논란과 공약이행 재원마련을 위한 부자감세 철회 문제 등을 놓고도 여야 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각종 법안 최대변수

11월11일부터 예정되어 있는 인사청문회도 녹록치 않다. 특히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야야 대치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달 중순 이후 각종 법안과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되면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국정원 개혁, 금산분리 강화 방안, 취득세 인하 시점,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 여야의 조율이 가능할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을 넘길 개연성도 높다. 최근 문제가 된 국가보훈처의 예산과 권력기관 예산 통제 방안 등이 복병이다.

게다가 ‘대통령 예산’이라고 야당이 보고 있는 새마을운동이나 창조경제 등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국가안보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마련된 정보기관의 예산회계특례법 폐지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예산의 삭감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ksh1983@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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