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입시경쟁, 이대로 괜찮을까? ‘상 몰아주기’ 심각

학종 밀어주기 너무하지 않나…한 학생에 최대 ‘88개’ 상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10/10 [09:09]

왜곡된 입시경쟁, 이대로 괜찮을까? ‘상 몰아주기’ 심각

학종 밀어주기 너무하지 않나…한 학생에 최대 ‘88개’ 상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10/10 [09:09]

수시 막바지에 이르러 학생들에게 상을 남발한 학교의 행태가 지적되고 있다. 한 학생이 1년 동안 최대 88개의 상을 받는 등 수시합격을 대비한 학교 측의 지나친 밀어주기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대학 측에 따르면 교내상의 개수 자체는 당락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오해와 지나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 사진설명/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 몰아주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 당 1개의 수상실적만을 기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사진출처 = 연합뉴스TV 갈무리

 

수시 합격 위해 ‘우등생’만 상 독식하게 한 고교

실제론 영향 없어…대학들 “단순한 양 보지 않아”

 

대학 입학을 위한 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도를 넘고 있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경쟁의 수준을 넘어 학교 차원에서 우등 학생들을 중점으로 ‘상 퍼주기’, ‘상 뿌리기’ 등의 실태가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수상실적은 수시대입제도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에 반영되는 요소로 고교에서 특정학생들을 상위권 대학에 보낼 목적으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학종 자체의 공정성·투명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고교, ‘교내 상 몰아주기’ 심각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2017년 고등학교별 교내대회 수상 현황(지역별)’의 교내대회 수상자 총 상장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고교에서 교내대회 수상자가 특정학생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충남의 모 고교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한 명의 학생이 총 88개의 상장을 수여받았으며, 서울의 모 고교에서는 한 학생이 79개의 상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 학생에게 1년 동안 20개 이상의 상장을 발급한 고등학교는 전국 627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는 1년 동안 발급한 80개의 상장 중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개의 상장을 한 학생에게 수여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학교에서는 111개의 상장 중 28개의 상장이 한 학생에게 돌아갔다. 울산에서는 한 학교의 한 해 총 205개의 발급 상장 중 10%에 해당하는 21개의 상장을 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등 교내 수상의 몰아주기가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위 사례를 비롯해 일부의 경우 최다 수상자가 수상한 상장의 개수가 1년 동안 해당 학교에서 개최한 교내대회의 총 개수보다 더 많은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2017년 한 해 동안 27개 교내대회가 개최되었으나 같은 해 교내대회 최다 수상자는 총 57건의 상장을 싹쓸이했다. 또 다른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21개 대회를 개최했지만 한 학생이 40개의 상장을 수여받는 사례 등이 있었다.

 

이에 김해영 의원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따른 스펙 부풀리기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한 교육기회의 보장을 통한 입시공정성의 확보와 학생들의 과도한 부담 경감을 위해 교내상과 관련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내 상, 당락에 실질적 영향 없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 몰아주기 현상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학교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의 정량 평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상실적의 ‘양’이 학종의 당락을 결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입학사정관은 “교내 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실시한 교내대회 수와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실시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언론보도대로 교내 상 수상경력이 학종평가의 주요 요소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학종은 말 그대로 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특정 영역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왜곡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듯 정부는 수상경력 기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2년 대입부터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교내 상 수상경력을 학기당 1개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의 결과가 큰 관계가 없다는 조사도 나왔다. 2016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로 102개 학교 중 33위를 기록했다. 1인당 입상 수는 72위였다. 52명 이상을 배출해 하나고 다음을 잇는 경기과고 또한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에 머물렀다. 반면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교내수상이 학종의 평가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학종 자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근거로 나타난다.

 

입학사정관들은 수상실적이 학생의 관심사와 학교생활의 성실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상의 개수가 많다고 성실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마다 수여하는 상의 종류와 수상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전부 고려한다. 1차적으로 출신 고교별로 지원자를 분류해 교내 상 수상실적을 비교하고 이후 각 학교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교내 상 개수와 수상비율 등을 지원자의 실적과 전반적으로 비교한다”고 밝혔다.

 

정교한 평가로 잘못된 부풀리기 없어야

서울대는 다수 고교의 수상실적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2019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자료로 교내수상 평가방식을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대는 “교내 경시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취를 거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다만 교내 경시대회는 학교마다 상이하게 시상이 이뤄져 단순히 수상의 양이 아니라 참가대상, 수상인원 등을 파악하고 교육 환경 안에서 수상의 의미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의 개인적 특성을 경험의 유무나 활동의 양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경시대회에 참여한 노력과 학습한 내용이 서류에 드러날 경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종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교내대회 기재항목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교사들은 “교외상의 대입활용도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온 것을 인정한다”면서 일부 학교의 상 몰아주기 때문에 항목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교의 상 남발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박정근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의 남발이 문제가 된다”면서 “교내 상으로 국한하되 상의 종류와 수상자 비율을 엄격히 정해 운영하고 그 결과를 대입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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