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키워드로 본 부산국제영화제 ➃ - #여성 #체험하는 영화제

‘여성·소녀’ 영화 쏟아져 나와…여성영화 전성시대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0/14 [11:04]

[밀착취재] 키워드로 본 부산국제영화제 ➃ - #여성 #체험하는 영화제

‘여성·소녀’ 영화 쏟아져 나와…여성영화 전성시대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0/14 [11:04]

국내 최대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0월4일부터 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열렸다. 1996년 제1회를 시작으로 2018년 제23회를 맞이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권 최대 비경쟁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한 공이 큰 영화제다. 매년 10월 초 개최되어 10일간 진행되는 이 기간에 부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영화제의 들썩이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부산영화제는 지난 2014년 세월호와 관련한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서 일어났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열리는 첫 영화제라 그 분위기가 남달랐다.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의 스틸. 배우 이나영의 6년만의 복귀작이자 여성 영화로써 주목 받았다.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여성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한국 영화들의 특징 중에는 여자. 구체적으로는 10대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다는 점이다. <벌새> <선희와 슬기> <영주> <영하의 바람> <보희와 녹양> <나는 보리> <계절과 계절 사이>등이 이런 계열에 속하는데 ‘여주인공’을 내세우면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 <아워 바디> 등의 작품까지 함께 얘기될 수 있다. 

 

영화 <벌새>는 사랑을 갈구하는 중학생 소녀를 그린 작품으로 1994년 성수대교 붕괴라는 실제 사건과 미묘한 방식으로 연결된다. 부모는 바쁘고 오빠는 폭력적이며 언니는 바깥으로 나도는 어느 가족의 막내인 소녀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갈구하지만 세상은 소녀의 소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가 청소년기에 경험한 일들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반면 <선희와 슬기>의 소녀는 또래 집단에 끼고 싶은 여고생이다. 소녀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데 그것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친구의 자살을 계기로 소녀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도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녀들의 이야기가 쏟아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주류 한국영화가 남자들의 이야기, 액션 스릴러에 치중하는 동안 억눌렸던 것이 폭발하는 듯 소녀들의 영화가 쏟아져나왔다. 올해 나온 한국영화 신작 가운데 여성감독이 만든 작품이 많다는 것도 그렇다.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한국 작품 3편 가운데 2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20편 가운데 5편이 여성감독의 영화다. 또한 ‘아주담담’이라는 관객과의 만남 프로그램 중에 ‘새로운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의 등장’과 같은 자리도 마련돼,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여성인권에 대해서 놓치지 않고 있다. 

 

▲ 시민사회 커뮤니티와 손잡고 관심사가 비슷한 동호인을 발굴하는 「커뮤니티 시네마」가 부산에 위치한 모퉁이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병곤 기자>    


#체험하는 영화제

올해부터 부산 남포동에서 열리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커뮤니티 비프’는 직접 영화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이용관 이사장은 “온라인 시대에서 오프라인 영화제는 15년 전부터 전세계 모든 영화제의 고민거리였다. 아직도 그 문제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못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언제까지 프로그래머 몇 명이 1년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300여편의 영화를 선정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 비프’는 ‘시민참여·관객주도의 체험형 영화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정」, 「공유」, 「확장」, 「자율」, 「존중」을 모토로 자유롭고 능동적인 시민 참여와 관련 산업 저변 확대를 도모하는 ‘문화 축제’이자, 각 분야의 활동가들과 함께 전국에 산재한 도심과 지역공동체가 활력을 찾는 계기를 모색하는 ‘원도심 프로젝트’이다.

 

전 세계 영화 흐름을 보여주는 79개국의 323편은 해운대에서 상영하고, 장소를 이원화하여 원도심에서는 시민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주문 상영하는 일종의 프린지 페스티벌 형태의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여 영화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겠다는 선언이다. 따라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동참하는 사람들만 모을 수 있다면 누구나 영화제 프로그래밍에 도전할 수 있고 영상·공연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커뮤니티 BIFF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즐거움이 가득한 ‘비일상적 영화 보기’를 통해 관객의 감흥과 참여를 무한대로 자극하는 체험의 장과 스크린이 현실과 연계되는 공론의 장을 펼친다. 상영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자유롭고 능동적인 관객 참여가 보장되는 「액티비티 시어터」, 영화학도와 영화광을 위한 「시네필 라운드」, 시민사회 커뮤니티와 손잡고 관심사가 비슷한 동호인을 발굴하는 「커뮤니티 시네마」이다. 

 

먼저 「액티비티 시어터」와 「시네필 라운드」 섹션은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상영 프로그램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이 즐길 수 있는 ‘비프랑 키즈랑’, 신나는 영화를 보며 객석도 노래하고 춤추는 ‘쇼타임’, 밤을 잊고 영화에 취하는 심야극장 ‘취생몽사’, 미래 감독들이 총출동하는 ‘대학독립만세’, 감독의 장면해설을 들으며 잊지 못할 영화를 다시 만나는 코멘터리 픽쳐 쇼 ‘마스터 톡’ 등이 영화와 관객의 소통을 극대화했다. 이명세 감독, 윤종빈 감독, 변영주 감독이 ‘마스터 톡’의 첫 주자로 나섰다. 이 밖에도 부산생활문화센터 한성1918과 부산 관객운동의 구심점인 모퉁이극장에서 「커뮤니티 시네마」섹션이 상영됐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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