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창궐’, 준수한 ‘사극 좀비물’…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액션과 정치에 중점…자연스레 <부산행> 떠올라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0/24 [09:17]

[영화리뷰] ‘창궐’, 준수한 ‘사극 좀비물’…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액션과 정치에 중점…자연스레 <부산행> 떠올라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0/24 [09:17]

2018년 하반기 극장가의 기대작 중 하나로 뽑아지고 있었던 영화 <창궐>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야귀’라는 좀비와 흡사한 크리쳐와 장동건, 현빈과 같은 배우들을 내세웠다. ‘좀비버스터’면서도 정치와 사회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영화 <부산행>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창궐>은 <부산행> 정도의 밀도 있고 치밀한 사회묘사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시대적 배경자체가 <창궐>은 조선시대를, <부산행>은 현대를 다루는 만큼 복잡한 시대상을 보여주기에는 <창궐>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꽤나 의미 있는 연출로 이를 극복하려하는 점이 이 영화가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영화 <창궐>의 포스터 <사진제공=NEW> 

화려한 ‘검술액션’ 덕분…액션영화 역할 톡톡히 해내

‘안과 밖’·‘위와 아래’…공간으로 은유된 정치적 메시지

 

10월25일 개봉하는 영화 <창궐>은 야귀(夜鬼) 액션블록버스터로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가 창궐한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고 개벽을 이루려는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공조>로 781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는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 <창궐>도 감독의 전작처럼 액션영화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형 좀비영화로 한 획을 그었던 <부산행>이 그러했듯 좀비(영화는 ‘야귀’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라는 혼란이 발생하고 그 가운데 보이는 인물들의 군상을 묘사하면서 정치사회적인 풍자를 겸한다. 몇몇 대사들과 장면들은 최근 있었던 정치적 사태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 영화 <창궐>의 스틸 <사진제공=NEW>  


‘야귀버스터’

좀비물은 현대사회에 의문의 이유로 좀비가 창궐한 뒤 무너진 세상에서의 좀비들로부터의 생존, 생존자들끼리의 영역싸움, 좀비와 싸우는 초능력자들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 등을 말한다. 특히 ‘좀비버스터’라는 말은 이 같은 좀비물과 블록버스터가 합쳐진 말로 조금 더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 씬을 갖춘 좀비물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영화 <창궐>은 좀비버스터라고 충분히 할 만한 영화다. 대신 영화 속에서 좀비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 야귀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야귀버스터’쯤으로 하면 될 것이다. 

 

<창궐>은 좀비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많이 보여준다. 보통 좀비물은 좀비의 전염성과 잔혹성에서 드러나는 공포감을 묘사한다. 최근에는 좀비와의 싸움에도 무게를 둔다. <창궐>또한 마찬가지다. 야귀가 되지 않기 위해, 야귀의 창궐을 막기 위한 영화 속 인물들의 사투는 꽤나 긴장감이 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야귀는 실감나게 묘사가 됐다. 특수분장과 CG, 미술 등에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준다. 야귀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움직임도 실감나고 등장하는 야귀의 수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액션적인 면을 강하게 부각시켜주는 것은 검술 액션 장면이다. 주인공 ‘이청’을 연기한 현빈은 독특한 형태의 장검을 활용한 액션을 비롯해 맨몸 액션, 와이어 액션, 승마 검술까지 다채로운 액션을 보여준다. 현빈 외에도 조우진과 이선빈 등의 배우가 다양한 무기들로 보여주는 액션도 다채롭다.

 

이에 대해 김성훈 감독은 “기존에 봐왔던 기술적인 액션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생존적인 무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김태강 무술감독은 “무엇보다 묵직한 액션의 힘을 살리고자 했다. 각기 다른 무기를 활용한 무술을 통해 타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왕의 뒤에서 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육판서의 우두머리 병조판서 김자준을 연기한 장동건이 보여주는 검술과 카리스마는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 영화 <창궐>의 스틸 <사진제공=NEW>  

 

의미있는 연출

연출력에 관한 점도 나쁘지 않다. 영화 <부산행>에서는 KTX라는 공간은 좁고 빠르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적 은유였다. <창궐>에서 이와 비슷하게 은유되는 공간은 궁궐이다. 영화 속에서 궁궐이란 공간은 밀폐된 공간으로서 외부와 소통이 거의 없다. 즉 이 영화에서 ‘안과 밖’은 어떻게 나눠지고 이어지는 지는 사실 꽤나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안과 밖의 연결은 소통의 상징이다. 지난 촛불정국을 일으킨 원인이 ‘밀폐된 청와대’였던 것처럼 <창궐>도 이를 목적으로 한 듯. 밀폐된 궁궐을 묘사한다. 또한 절대 개혁과 혁명은 닫힌 공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영화의 메시지도 이와 관련되어있다.

 

‘안과 밖’ 뿐만이 아니다. ‘위, 아래’도 영화에서 의미 있는 비유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니만큼 왕과 신하 그리고 그 아래 백성까지 상하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 임금이 궁궐에서 앉는 ‘용상’이다. 영화 속의 용상은 실제 조선시대의 용상보다 높고 어두운 색으로 만들어졌는데, 영화 초반에는 이를 하이 앵글에서 촬영하면서 높이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장동건이 연기한 김자준이라는 인물이 특히 이 상하관계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 야귀를 이용하기에 이르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야귀를 지하 창고에 가둬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야심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지하에 있던 야귀들을 지상으로 불러내는데 이 장면은 그가 가지고 있는 ‘위로 향하고자 하는 야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야귀가 본격적으로 궁궐의 지상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조선의 상하관계’가 무너지는 점. 그리고 야귀로 인해 혼란스러운 궁궐 가운데서 유유히 용상에 앉는 김자준의 모습은 김자준이라는 인물을 ‘위로 향하고자 하는 야욕 있는 인물’로 묘사하는 것에 한 몫을 한다. 

 

반면 현빈이 연기한 이청이라는 인물은 궁궐 안팎을 오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인물이며, 그의 또 다른 이름이 ‘강림대군’이라는 점을 볼 때, 안과 밖에 선을 긋는 인물이 아니고, 위로 오르려는 인물이 아닌 아래로 ‘강림(降臨)한다는’ 점에서 구세주이자 김자준에게 반대되는 인물로 묘사된다.   

 

▲ 영화 <창궐>의 스틸 <사진제공=NEW>  

 

아쉬운 과잉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위해 김자준이라는 캐릭터를 과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중후반까지만 해도 상당한 카리스마로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김자준을 어찌하지 못한 채 클라이맥스를 위해 억지로 끌고 간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촛불정국을 상당히 염두에 두고 있는 연출들이 보이는 만큼 대중의 의식적 성장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교훈을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조선이라는 배경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그렇듯 지극히 왕정에 대한 영화로 끝을 맺는다는 점은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미 판타지적인 설정을 택한 만큼 아예 민주주의적인 교훈을 가진 결말을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비슷한 이유로 조선시대가 배경이니 만큼 정통사극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이 영화는 고증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가 인조반정을 모티브로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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