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살인 행위 ‘음주운전’

술술 들어가면 ‘흉기로 변하는 자동차’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30 [09:07]

도로 위의 살인 행위 ‘음주운전’

술술 들어가면 ‘흉기로 변하는 자동차’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30 [09:07]

최근 정부가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천명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모두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의지를 밝혔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참사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국민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물론 음주운전은 선진국 후진국 할 것없이 전세계 어딜가든 발생하는 범죄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처벌수준이 매우 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망사고 늘어난 음주운전…文대통령도 강력처벌 주문해
대한민국 범죄 입건 행위 중 20%를 차지하는 흔한 사건
‘취한기준’ 아닌 ‘운전 前 음주 기준’으로 1차 판단 내려
단속 시 인정 못한다며 채혈검사 하면 오히려 수치 높아

 

▲ 음주운전     © Pixabay

 

정부가 음주운전을 상습적으로 하다가 적발되거나 사망 등 피해가 큰 교통사고를 낸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

 

처벌 강화 천명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월21일 오전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해 “경찰 단속 기준으로 재범률이 45%나 되는 만큼 습관적인 음주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엄정대처 방침을 밝혔다.


박 장관은 상습 음주운전 사범과 사망·중상해 교통사고를 야기한 음주운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양형 기준 내에서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적극 항소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했다.


음주운전 사범의 구속영장 기각율은 25%로, 전체 형사사건 평균 18%에 비해 높은 편이다. 법원은 음주 교통사고 사범에게 구형량의 50%가량을 선고한다. 집행유예 비율은 상해사고 95%, 사망사고는 77% 정도다.


박 장관은 3년간 3번 적발된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하고 기간과 상관없이 3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하면 벌금형 아닌 징역형을 구형하는 ‘음주운전 삼진 아웃제’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사망·중상사고를 내 실형을 선고받으면 가석방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경찰과 협력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사망사고 등 사안이 중대한 경우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도록 했다. 음주운전 사범의 차량을 압수해 재범을 방지하고, 동승자 등이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유발한 경우 공범으로 적극 수사하라고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최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윤창호(22)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의 참여 인원이 20만명을 넘자 답변자로 나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10일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피해자 윤씨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 수치를 낮추고 사망사고를 내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 제정을 제안했다. 국회에는 이미 음주운전 처벌 강화 법안이 17건 발의돼 있다. 박 장관은 “엄벌 필요성과 해외 선진국의 입법례 등을 종합 검토해 국회 논의 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흉기 변하는 자동차


이같은 음주운전은 말 그대로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인뿐만 아니라 죄없는 남까지 죽거나 다칠 수 있게 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대한민국 범죄 입건 행위 중 20%를 차지하는 흔한 사건이며 엄연히 전과 기록에 남는 중대 범죄 행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음주운전을 단순한 ‘경범죄’로 아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죄임을 알면서도 과거 음주운전이 비범죄였던 시절의 습관을 못버린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판정을 받은 자들에게 운전을 못 하게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소견서에 괜찮다는 이야기를 써줘야 운전이 가능하지만 술을 완전히 끊고 약물치료도 끝낸 이후에야 그런 소견서를 써줄 수가 있다. 형식상 그렇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음주운전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술을 포함해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거나 사람의 지각능력, 판단능력에 영향을 주는 약물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항정신성의약품이나 마약 같은 것들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이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 음주운전이다’라는 것이다. 이는 본인 스스로 ‘나는 취하지 않았다'고 느꼈으니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은 ‘취했는가 아닌가?’라는 주관적 판단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운전 전에 음주라는 행위를 하였는가?’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1차 판단을 내리며, 그 후 혈중 알콜농도라는 2차 판단을 하는 것이다. 소주 반 잔을 마셨어도 ‘음주운전’ 자체는 한 것이다. 다만 법상 처벌 수준의 혈중 알콜농도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훈방을 하는 것일 뿐이다.


알코올의 작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상당히 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주 수 병을 비워도 멀쩡한 사람이 있다. 다만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지만, 스스로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라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운전 중 생각 이상으로 반응 속도가 늦어지고 속도 감각이 흐트러진다. 즉,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늦어지고 무의식 중에 과속을 하게 된다는 것. 이는 술이 중추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흔한 주사 중 하나가 ‘나는 취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다.


따라서 ‘술 마셔서 취해야 음주운전’이라는 기준은 법적으로 규정화되기에 명백히 부적합하다. 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음주를 하지 않았어도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혈중 알콜농도가 측정되어도 훈방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소독용 알코올의 경우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경우가 있고, 처리가 제대로 안 된 술빵을 잘못 먹어도, 술 초콜릿에 술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먹어도 음주단속에 걸린다.


훈방기준은 ‘명백히 자기 의지로 음주를 한 것이 아닌데 체내 알코올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처벌하기는 가혹’하기에 알콜농도를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술 마시고 한숨 잤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알코올 분해 속도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잤어도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소위 ‘숙취운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술 마신 다음 1시간 후 정도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추가 음주가 없었던데다, 통념상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법원이 인정할 경우 작위성이 없는 음주운전으로 보아 면허구제해주고 형을 감해주는 경우가 있으나, 그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운전 능력 저하 말고도, 대부분 이성적 판단을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나면 뺑소니로 연결되는 경우도 흔하다. 형법상으로는 ‘인식 있는 과실’에 해당된다.


마시고 차 안에서 그냥 잠만 잔 것은 음주운전으로 적용되지 않지만, 도로뿐만 아니라 어디서라도 음주운전하면 처벌받는다. 그리고 당연히 시동 걸고 클러치나 기어를 조작하여 차를 1mm라도 움직였다 걸리면 음주운전으로 취급된다.


다만 시동 꺼진 차나 오토바이가 내리막길에서 스스로 내려올 경우 음주운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엔진을 사용하지 않으면 운전이라 할 수 없기 때문. 또한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그 대리기사가 앙심을 품고 도로 한복판에 주차 해놓고 도망갔다든가, 차량이 거기에 있으면 명백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어쩔 수 없이 운전한 경우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어 구제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1대 중과실에 해당되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더라도 양형 과정에서 참작사유만 될 뿐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워낙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었고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재범율도 상당히 높다. 한국에서는 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범죄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이 결국 점점 늘어나 2012년부터 법이 개정되어 보다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에는 그 죄의 강도의 비해 처벌 수준히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 지난 5년간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2822명이나 된다.     © KBS 뉴스 캡처

 

경찰 단속 이모저모


특히 최근 연말이 다가오면서 음주운전 위험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들은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문제는 ‘경범죄’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걸려도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여 경찰들이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처벌이 워낙에 약했고 그게 꽤 장기간 유지되어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운전자들 중 일부가 경찰에게 뇌물을 내서라도 빠져 나가려고 했다. 물론 이것을 이용해 받아 챙기는 경찰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인식이 엄격해져서 단속 경찰에게 돈을 쥐어주다가 뇌물공여죄가 덤으로 얹혀서 처벌받은 사례가 상당히 많다.


몇몇은 아예 단속에서 걸리면 무시하고 도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옆에 경찰을 무시하고 달리기만 하면 모르는데 간혹 아예 달려드는 경우가 있다. 혹은 경찰을 매달고 달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음주단속 하던 경찰을 매달고 달려서 사망하게 한 사례도 존재한다. 최악은 인도나 강 등 엉뚱한 곳으로 뛰어드는 사태다. 물론 이 경우 대부분 붙잡히게 될 뿐더러 남은 사례는 도망치려다 교통사고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보통 경찰들도 이를 잘 알고 있어서 단속장소 근처 골목 등에 경찰차를 배치한다.


음주 단속에 적발된 경우 극소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채혈을 하면 수치가 높게 나온다고 한다. 실제 단속현장에선 시간이나 업무상 이유 때문에 단순 측정값으로 기록하지만 병원에서는 채혈시간과 단속 걸린 시간을 알콜 분해속도 비례 계산식을 이용해 역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인정 못한다고 채혈검사 하다가 안 잃었어도 될 면허증까지 잃는 케이스도 꽤 많다고 한다.


단속 순서는 감지기로 주취자를 걸러낸 후 따로 측정기로 정확한 값을 기록하는데, 차안을 환기 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소독약을 사용하거나 만취자들과 동승하고 창문을 닫은 경우 오작동으로 음주단속에 걸릴 수 있으니 당황할 필요 없다.
이에대해 경찰관계자는 “음주운전을 차라리 조금 돈이 들거나 귀찮더라도 택시를 타거나 대리운전을 불러야 한다”라며 “시대가 좋아져서 전화 하나면 택시가 앞까지 바로 달려오고, 식당에 말만 해 두면 대리기사가 오는 만큼 꼭 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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