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재점화되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남녀대립 심화 되나

“사법부 원칙 어긋났다”…혜화역 맞불 시위까지?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0/30 [09:34]

논란 재점화되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남녀대립 심화 되나

“사법부 원칙 어긋났다”…혜화역 맞불 시위까지?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0/30 [09:34]

지난 2017년11월26일 새벽 1시 대전 유성구의 한 곰탕집에서 남성이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시비가 발생했고 이후 사건이 피고인의 주소지인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되며 재판이 열렸다. 그리고 2018년9월5일 1심에서 부산동부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김동욱은 피고인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법정구속했다. 그러자 법원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아 알게 된 피고인의 아내가 지난 9월6일부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현 성추행 주장 사건 재판의 현실과 성폭력 무고죄와 관련한 이슈가 촉발된 사건이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다.


 

▲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단체 ‘당당위’는 지난 10월 27일 혜화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출처=당당위 카페> 

재판부, 증거 불충분함에도 피해자에게 유죄판결 내려

갈등 가라앉지 않았는데…청와대 답변까지 논란 키워

 

 

‘피해자 진술 이외의 직접증거 없이 동종 전과 없는 강제추행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여 대중의 사법불신을 야기한 판결. 물증 없이도 여성의 증언만으로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현대 대한민국 성범죄 재판의 현주소를 알려준 대표적인 판결’

 

이 말들은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곰탕집 사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다. 지난 10월25일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원의 1심 판결에 반발하는 집회도 지난 10월2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렸는데, 이는 마치 여성단체들이 주도했던 ‘혜화역 시위’의 맞불시위처럼 작용했다. ‘남성 대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더욱 첨예해지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남녀대립

지난 10월24일부터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A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시작했다. 문 부장판사는 재판 시작에 앞서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제3자, 사건 관련자의 지인,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등의 방청 여부를 확인했다. 이어 “사건 내용이 공개되면 안 된다”며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방청객의 퇴장을 요청했다. 

 

애초 사건은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벌어졌다. 모임 중이던 남성 A씨가 그 식당에서 다른 모임을 하던 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이 여성은 그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1심에서 A씨는 검찰의 구형(벌금 300만 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쟁점은 1심 재판부가 충분한 증거도 없이 유죄 판결을 내렸는지 여부다. 증거로 채택된 CCTV 영상으로는 두 사람이 잠시 스친 것은 확인되나, 추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목격자나 물증도 없다. 이처럼 피해자와 피고인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두 사람의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진술과 (추행 장면이 포착되지 않은) CCTV 영상을 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법원이 피해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만 가지고 A씨에 대한 유죄를 판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의 유죄추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유죄를 옹호하는 쪽과 무죄를 옹호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유죄가 맞는 것 같다.", "남편이 숨기는 것이 있을 것이다."와 "무고한 사람을 법원이 증언만으로 유죄로 만들었다.", "유죄추정이다", "사법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대체적으로 판결문이 올라오기 전에는 "글쓴이의 글 이외에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다."라는 반응도 꽤 존재했는데 판결문이 올라온 이후로는 여초 커뮤니티와 남성혐오 커뮤니티를 제외하면 네티즌들의 전반적인 여론이 피고인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심지어 구속된 A씨의 부인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올린 글에는 30만명이 넘는 공감이 올라왔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게시물이 올라온 당일부터 국민청원이 20만에 달한 기점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전체 반응을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초반의 전체적인 불신과 무관심에서 점차 공개되는 자료를 접하게 되면서 첫째로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냐와 둘째로 원고가 말하는 접촉이 실재했다 하더라도 그게 6개월 실형이 말이 안 된다는 주장 등 전반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분개하는 여론이 크다.

 

▲ 청와대 청원에 대한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    ©



재점화

지난 10월12일 구속된 A씨의 부인이 올린 청와대 청원 글에 대한 답변이 다시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온라인 공론장인 청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줄 수 있지만 삼권분립 원칙상 사법부나 입법부 관련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도 청원에 참여할 때, 이 부분은 감안해주시길 바라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한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입법부와 사법부 문제에 있어서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직접 개입하기가 어렵고, 실제로 청원의 상당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끝났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는 아직 1심 판결만 나왔을 뿐이지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 직접 언급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이런 부분은 답변에도 포함되어 있다. 청원내용이 성추행 무고죄 관련이거나 기타 내용이 아니라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였기 때문에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호소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답변을 맡은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의 개인적인 성향이 답변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가 래디컬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페미니스트적인 발언을 했던 과거 SNS 기록을 찾는 등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인해 “사법부의 원칙에 어긋난 판결을 비판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인터넷 카페가 개설되기도 했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라는 이름의 해당 카페는 “성범죄는 증거가 잘 남지 않는 특징 때문에 신고자의 진술에만 근거하여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완화시키거나 무시하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대해 이 카페는 그런 수사와 재판의 관행이 죄가 없이 사회에서 매장 당하고 직장을 잃고 수년간의 시간을 공포와 분노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등 고통을 겪는 사람을 계속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 10월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1차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집회의 정식 명칭은 ‘사법부 유죄추정 규탄 시위’로, 1만5000여명이 운집했다. 혜화역은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가 불법촬영 사건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집회를 벌여온 곳으로, 서로 다른 두 단체가 같은 장소에서 사법부의 편파판결을 주장하는 시위가 열린 것이다. 

 

당당위는 카페를 통해 미투 폭로에 따른 남성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당당위 운영진은 ‘상대방의 증언이 일관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피해를 본 사례를 제보받는다’고 공지한 상태다. 당당위 측은 혜화역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취지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올바른 기능을 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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