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반대’로 악마된 택시의 우울한 속사정

일방적인 여론재판 ‘카풀은 천사 택시는 악마?’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0/31 [09:59]

‘카풀 반대’로 악마된 택시의 우울한 속사정

일방적인 여론재판 ‘카풀은 천사 택시는 악마?’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0/31 [09:59]

지난 10월18일 택시업계의 광화문 시위가 있던 날, 인터넷 여론은 거의 일방적이었다. 대다수가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을 비난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는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택시는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부정적인 이슈의 중심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에지친 시민들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원했고, 이에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을 좋은 감정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문제는 ‘과연 차량공유 서비스가 순기능만 있느냐’라는 논의는 거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더불어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에 대한 ‘무시’도 심각하다.


절대적인 지지받는 카풀서비스…택시 비난여론 커져
공론화 되지 않는 차량공유 단점…각종 위험에 노출
사회 취약계층 많은 택시기사…시급해지는 상생대책

 

▲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지난 10월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는 모습.     © KBS 영상 캡처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도 차량호출·카풀 서비스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택시운전자 7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차량호출·카풀 앱의 다운로드와 호출 건수는 급증하는 상황이다.

 

요구 커지는 카풀 서비스


쏘카의 자회사 VCNC가 지난 10월8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11인승 승합차 카니발과 운전기사를 함께 보내준다. 택시보다 요금이 20% 비싸지만 시범 서비스 2주 만에 앱을 내려받은 사람이 6만명을 넘어섰다.


자동 배차 방식이라 승차 거부가 없고 무료 와이파이, 스마트기기 충전도 가능해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소문을 탄 결과다. VCNC는 현재 서울·경기 지역에 수백 대의 승합차를 운행 중이다. 쏘카 관계자는 “정확한 호출 건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서비스 초기 대비 이용자가 10배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도 자체 카풀 서비스 출시에 앞서 운전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 10월15일에 내놓은 기사 신청 앱 다운로드 수는 현재 10만건을 넘어섰다. 이 앱에 차량 정보와 운전면허증, 운전자 사진, 보험증, 차량등록증을 입력하면 곧바로 신청이 완료된다.


이용자들도 택시 대체 서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풀 찬성은 56%, 반대는 28.7%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모든 지역, 연령, 이념 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택시 대체 서비스가 운용되기에는 쉽지 않다. 자가용 자동차로 돈을 받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때문이다.

 

차량공유의 문제점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IT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업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전국 택시 조합으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카풀을 하려는 자동차들이 대거 거리로 나서면 당초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여객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또 다른 반대 논리다.


전국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택시 공급이 많다는 지적에 2005년부터 택시의 수를 제한하는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카풀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된 보험처리를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량공유 서비스에 경우 각종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차량 호출과 카풀 서비스의 경우 운전자의 범죄 경력 조회, 사고 시 보험 처리와 같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과도기라 자칫 승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현재 택시는 면허증 발급 단계에서 성범죄·마약·폭력 등 강력범죄자나 상습 음주운전자는 아예 시험을 볼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면허를 받은 뒤에도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기적으로 범죄 경력을 조회해 해당자는 면허를 취소시키고 있다.


반면 카풀 기업들은 운전자를 모집할 때 택시처럼 범죄 경력 조회를 할 수 없다. 현행법상 구직자의 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직종이 제한돼 있는데 카풀은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를 모집하는 한 기사 관리 업체는 홈페이지에 ‘음주운전 경력도 상관없다’고까지 안내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동승자가 다쳤을 때 보험 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업무용 자동차 보험의 경우 유상운송 특약이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카풀 운전자는 개인용 보험이라 개인 과실로 사고가 날 경우 동승자는 보상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카풀 활성화에 발맞춰 별도의 전용 보험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차량공유 서비스의 대표주자 ‘우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 이 기사는 “요금을 정하는 것도 일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우버’인 상황에서 그는 회사만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한다.   © MBC 영상 캡처

 

상생대책 마련


이처럼 ‘IT사업 육성’과 ‘이용자 편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각종 ‘현실적 문제’들 공론화되면서 부정적 여론도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차량 공유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다면 직접적으로 타격을 볼 택시기사의 일부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포함되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법인택시 기사는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26일을 일해야 월 평균 203만2000원을 벌 수 있었다. 이를 시간당 임금(6512.8원)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최저시급(6470원)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이같은 문제의식으로 인해 최근 카풀을 수익 모델로 삼은 IT 기업들이 택시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복지 기금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카풀 갈등을 둘러싼 정부·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보기술업계의 노력이 ‘신산업 육성’과 ‘취약계층 보호’를 모두 취할 수 있는 상생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카풀을 포함한 승차·차량공유 업체 6곳이 모여 만든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은 최근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택시업계 복지 기금을 회원사 갹출로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포럼은 국내 사용자 규모 1~2위 카풀 앱을 운영 중인 ‘풀러스’와 ‘럭시’,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 전세버스 승차공유 업체 ‘위즈돔(이(e)버스)’, 카카오 택시·대리운전 등을 운영하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 모빌리티’ 등이 지난해 11월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창립한 모임이다.


포럼의 한 관계자는 “택시 기사 자녀들의 장학재단을 만드는 방안 등을 두고 회원사끼리 수차례 논의해왔다”며 “아직 의결을 위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한 단계는 아니지만, 회원사 다수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금 규모나 출범 시기에 대한 논의까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회원사 대부분이 기금 마련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상태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여러 아이디어를 두고 검토하는 단계여서, 택시업계까지 포함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상생 방안을 제시하자는 데는 회원사 간 별다른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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