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에 가슴이 시립니다!

너희 두 사람 사이의 그 우정을 내가 가지고 싶구나!

김덕권 시인 | 기사입력 2018/10/31 [09:44]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에 가슴이 시립니다!

너희 두 사람 사이의 그 우정을 내가 가지고 싶구나!

김덕권 시인 | 입력 : 2018/10/31 [09:44]

▲ 김덕권 시인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나 봅니다. 벌써 서울에도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렇게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에 가슴이 시립니다.  친구란 무엇인가요? 친구는 가족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 어려움을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해 주고, 슬플 때는 위로해 주는 사람이지요. 또한 힘이 들 때 도와주고 심지어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요?

 

친구에 관한 사자성어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수어지교(水魚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 ‘금란지교(金蘭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 ‘죽마고우(竹馬故友)’ ‘문경지교(刎頸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등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많은 사자성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친구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요? 잘 나가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 1786-1856) 선생이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가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연락이 뚝 끊어 졌습니다. 찾아오는 친구는 한 사람 없었지요.

 

그런데 예전에 중국에 사절로 함께 간 선비 이상적이 중국에서 많은 책을 구입하여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쳤습니다. 극도의 외로움과 어려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그 책들은 엄청난 위로와 용기, 감동을 주었습니다.

 

나중에 추사는 둘 사이의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그것이 저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입니다. 세한도란 논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난 후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는 뜻이지요.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가을이 되면, 상록수와 활엽수가 확연히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모름지기 친구 관계 또한 자연의 이치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신의! 의리! 충절! 지조! 우리들 곁에 세한도 같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중에도 목을 내놓아도 좋을 우정이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우정이지요.

 

조선시대 광해군(光海君 : 1575~1641)때, 나성룡(羅星龍) 이라는 젊은이가 교수형(絞首刑)을 당하게 될 위기(危機)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효자였던 그는 집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광해군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선례(先例)를 남길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성룡에게 작별 인사를 허락할 경우 다른 사형수들에게도 공평하게 대해줘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만일 다른 사형수들도 부모님과 작별인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멀리 도망간다면 국법(國法)과 질서가 흔들릴 수도 있었습니다.

 

광해군이 고심하고 있을 때, 나성룡(羅成龍)의 친구 이대로(李大路)가 보증(保證)을 서겠다면서 나섰습니다. “전하! 제가 그의 귀환(歸還)을 보증(保證)합니다. 그를 보내주십시오.” “대로야, 만일 나성룡이 돌아오지 않는 다면 어찌하겠느냐?” “전하! 어찌 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친구 잘못 사귄 죄로 제가 대신 교수형(絞首刑)을 받겠습니다.” “너는 성룡이를 믿느냐?” “전하! 그는 제 친구(親舊)입니다.”

 

광해군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나성룡은 돌아오면 죽을 운명(運命)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돌아올 것 같은가? 만약 돌아오려 해도 그의 부모가 보내주지 않겠지, 너는 지금 만용(蠻勇)을 부리고 있다.” “저는 나성룡의 친구가 되길 간절히 원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부탁드리오니,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전하!!”

광해군은 어쩔 수 없이 허락했습니다. 이대로는 기쁜 마음으로 나성룡을 대신해 감옥에 갇혔습니다. 드디어 교수형을 집행하는 날이 밝았습니다. 그러나 나성룡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바보 같은 ‘이대로가 죽게 됐다’며 비웃었습니다. 정오(正午)가 가까워졌습니다. 이대로가 교수대로 끌려나왔습니다. 그의 목에 밧줄이 걸리자 '이대로'의 친척들이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우정(友情)을 저버린 나성룡을 욕하며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목에 밧줄을 건 이대로가 눈(目)을 부릅뜨고 화를 냈습니다. “나의 친구 나성룡을 욕하지 마라! 당신들이 내 친구를 어찌 알겠는가?”

 

광해군의 사형집행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가 말을 달려오면서 고함을 쳤습니다. 나성룡 이었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다가와 말했습니다. “오는 길에 배가 풍랑을 만나 겨우 살아났습니다. 그 바람에 이제야 올 수 있었습니다. 자, 이제 이대로를 풀어주십시오. 사형수(死刑囚)는 접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고(告)했습니다. '나성룡'이 말했습니다. “이대로! 자네는 나의 소중한 친구일세, 저 세상에 가서도 자네를 결코 잊지 않겠네.” 두 사람의 우정을 비웃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歎息)이 흘러나왔습니다. 교수형 밧줄이 이대로의 목에서 나성룡의 목으로 바뀌어 걸렸고, 교수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광해군은 사형집행을 중지 시켰습니다.

 

“부럽구나! 내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라도, 너희 두 사람 사이의 그 우정을 내가 가지고 싶구나.” 그리고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왕(王)의 권위로 결정 하노라, 저 두 사람을 모두 방면(放免)토록 하라. 비록 죄를 지었지만, 저 두 사람이 조선의 청년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도다.”


옛 성인이 돕는 벗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곧고 너그럽고 앎이 많은 벗이지요. 우리 삼세(三世)의 숙연(宿緣)과 윤기(潤氣)로 얽힌 덕화만발의 동지요, 동무들입니다. 서로 돕고 곧고 바르게 깨우치며, 알뜰히 이끌어주는 세세생생의 동지와 동무가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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