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강정이 겪었던 큰 아픔…이제 해결될 수 있을까?

文 “해군기지 건설, 절차적·민주적 정당성 부족했다”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1/02 [16:38]

작은 마을 강정이 겪었던 큰 아픔…이제 해결될 수 있을까?

文 “해군기지 건설, 절차적·민주적 정당성 부족했다”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1/02 [16:38]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은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들 중 하나였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하느냐 말아야하느냐를 둘러싼 여론의 찬반 논쟁도 상당히 첨예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16년2월28일 대한민국 해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와 주민, 활동가 등 개인 116명을 대상으로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 책임을 묻겠다며 34억 원대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정부나 대기업에 비판적인 집회 등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려는 목적임이 의심됐다. 뿐만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과 관련해 611명이 연행되고 이중 463명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작은 마을 강정에게는 상당히 큰 아픔이었다.


 

▲ 영화 <비념>은 해군기지 문제로 떠들썩한 서귀포시 강정마을과 제주 4?3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사진제공=인디스토리> 


4·3부터 강정까지 이어진 국가의 폭력…제주의 아픔으로

국정감사서 “제주 해군기지 관련 재판, 내년 초 마무리”

 

지난 10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정부와 10년 이상 갈등을 빚은 강정마을을 찾아 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연행된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의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국제관함식을 찾은 이후 강정마을로 이동해 주민들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이미 철회됐다"며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관련된 재판이 모두 확정돼야만 할 수 있다. 그렇게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이 같은 정부의 행보로 인해 찬성과 반대, 폭력과 평화, 내부인과 외부인들로 혼잡스러웠던 강정마을의 상처와 얼룩들을 이제는 씻겨 나갈 수 있을까.

 

제주의 아픔

"1948년 3월 제주도에는 전례 없이 많은 올챙이 때문에 소와 말들이 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연못의 물은 길 위로 넘쳐나기 시작했고 길가에는 허옇게 올챙이들과 시체들이 널렸다."

 

지난 2013년 4월 3일 개봉한 임흥순 감독의 영화 <비념>의 한 장면이다. 영화 <비념>은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4.3 사건 피해자 유족 중 한 명인 강상희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강상희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와 유족, 4.3 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피신한 재일교포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거쳐 강정마을에 세워진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현장까지 이어진다. 

 

<비념>의 프로듀서인 김민경씨의 외할머니인 강상희 할머니는 결혼한 지 몇 년만에 남편 고(故) 김봉수씨를 잃었다. 강상희 할머니뿐만 아니라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4.3 사건으로 가족과 친지를 잃거나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제주도민의 상당수가 4.3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3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의 증언으로 시작된 <비념>은 어느덧 촬영 당시 공사를 강행했던 강정 해군기지 건설 이야기로 이어진다. 영화는 여기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또한, 4.3 사건과 마찬가지로 국가적 폭력의 일환임을 말한다.

 

제주 4.3 사건이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한 국가 폭력의 상흔이라면, 강정 해군기지 사태는 현재진행형 폭력이다.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뉜 것은 차치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했기 때문이다. <비념>은 아름다운 관광지 제주도의 낭만적인 풍경 속에 묻힌 시린 역사와 기억들과 나무, 돌, 바람, 숲의 실제 풍경을 통해 제주 섬과 제주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불러낸다. 그리고 오랜 풍파와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의 흔적을 보여주며 제주의 아픔을 기억하고자 한다. 

 

▲ 지난 10월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강정마을을 찾아 기지 건설 반대 활동으로 연행된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의 사면·복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절차적 소통

지난 10월11일 강정마을을 찾은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일을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과 계속해서 소통하며 절차적인 장애물들을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주민을 보니 정말 감회가 깊다.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그리고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에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며 "지금도 당연히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하고 사법처리 대상자를 사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문 대통령은 또 강정마을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 회복을 위해 지난달 공동체 회복사업이 포함된 지역발전사업계획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존중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마을 공동체가 다시 회복돼야 정부 신뢰도 살아날 것"이라며 "정부도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주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강희봉 강정마을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사법처리 된 강정마을 주민에 대해 사면·복권 등 아무런 구원조치가 없는 실정"이라며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다시 꽃 피우기 위해서는 사면·복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강정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왔다. 이날 발언들에 따르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갈등과 관련해 기소된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에 대한 재판들은 내년 초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권 제주지법원장 직무대행은 2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서울 강남병)이 “제주 해군기지 관련 재판이 언제 마무리 되느냐”고 질의하자 “내년 초 거의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직무대행은 “오래전 기소된 사건도 있고 최근에 기소된 사건도 있는데 증거로 제출된 CD 사본에 대한 증거 능력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느라 재판이 늦어졌다”면서 “총 60건의 강정마을 해군 기지 건설 관련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과 관련해 연행된 사람은 611명에 이르고 이중 463명이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의원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갈등과 관련해 연행된 사람이 611명, 형사처벌 받은 사람이 463명, 무죄 15명, 재판 종료 22명, 재판에 계류중인 사람이 111명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재권 제주지법원장 직무대행은 “맞다”고 답했다.

 

이은재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절차가 마무리 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기 했지만 사면권 발동을 언급한 바 있다. 사법권 침해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법원장들의 입장을 묻기도 했다. 과연 이번 논의들로 인해서 약 10여년 동안 지속됐던 강정마을의 혼란이 평화로워질 수 있을지 귀추가 모이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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