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주차장·부산 일가족 살인사건의 ‘공통점’

‘살해 위협’ 해도 금방 풀려나…‘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11/05 [09:58]

강서구 주차장·부산 일가족 살인사건의 ‘공통점’

‘살해 위협’ 해도 금방 풀려나…‘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11/05 [09:58]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 기인해 이름 붙여지는 ‘이별 범죄’는 친밀한 사람에 의한 살해, 협박, 폭행이라는 ‘강력범죄’다. 최근 갈수록 늘고 있는 ‘전 연인·전 동거인·전 남편’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계속된 스토킹에 시달렸던 피해자들이 당할 가해 상황을 ‘뻔히’ 예측할 수 있었던 상태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벌 강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 피해자들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훈방조치로 풀려나오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    ©사진출처=pixabay

 

아버지 ‘사형’ 해달라고 청원한 딸들 “다음은 우리 차례”

스토킹하고 8만 원 내면 ‘자유인’…피해자만 불안한 사회 

 

연인과 헤어질 때 왜 뒷일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 최근 발생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전 연인에 의한 살해위협 문제’는 우리 사회에 극심한 공포심과 함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과 같은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인 전 남편으로부터 끊임없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거처를 6번이나 옮길 만큼 위협을 받는 상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가해자는 평소에도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면서 법의 제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역시 신고한 뒤 훈방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받을 보복을 우려해 신고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신 날마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부산 사하구 일가족 살인사건의 가해자도 피해자의 전 동거인이었던 남자였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와 가족의 집에 침입한 가해자는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 결과 치밀한 계획범죄임이 드러났고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막을 수는 없었을까.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피해자의 세 딸은 ‘아버지를 사형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가해자인 아버지가 풀려나면 다음은 우리 차례다. 강한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였다. 가해자에게 유독 친절한 나라 한국에서 가해자가 친족일 경우 사건은 ‘가정 보호사건’으로 처리돼 공권력이 개입할 여지는 더욱 줄어든다. 때문에 ‘접근 금지 명령’, ‘스토킹 처벌법’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친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경찰에 넘겨지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간 살인은 지난해 55건, 올해 7월 기준 30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파악된 살인사건 914건 중 ‘애인, 동거친족’에 의해 발생한 살인사건은 263건으로 28.7%가 친밀한 관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었다. 

 

또 지난 3년간 연인관계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뻔한 피해자는 살해미수를 포함해 221명이었다. 이어 작년 한 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3만8489건으로 피해자의 74.6%가 여성이었다. 재범률은 2015년 4.9%에서 2017년 6.1%, 2018년 7월 기준 8.7%로 1.8배 증가했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정폭력의 특성상 재범의 위험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구속률은 0.8%에 불과했고 기소율은 26.7%에 그쳤다. 이에 반해 가정폭력 가해자 처벌이 아닌 가해자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비율은 34%에 달했다. 

 

‘아무 소용없는’ 접근금지명령

이러한 상황에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 가해자는 ‘(긴급)임시조치(접근 금지 명령)’를 받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계속해서 협박했다. 그리고 숨어다니는 피해자 주변을 맴돌면서 동선을 파악해 살해 계획을 세웠고, 전 부인이었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런 사건으로만 봐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허술한 격리조치 규정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긴급)임시조치’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경제적 부담만 가져오고 있어 제도적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폭력범에 대한 격리조치는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 두 가지로 나뉜다. 긴급임시조치는 사건 현장의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재범위험성이 높을 때 경찰 권한으로 내리는 조치로 판사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임시조치 전 단계다. ‘임시조치’ 시 경찰은 가해자에게 퇴거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통화 금지 등의 가해자 격리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를 위반 시 ‘과태료’에 불과할 뿐 징역 등의 형사적 처벌이 수반되지 않고 있다. 결국 임시조치를 위반해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반 동안 임시조치 대상자는 19270건이었고 이 중 신고된 위반자는 1359명이었으나 과태료 부과 건수는 362명으로 턱없이 적은 숫자의 사람만 벌금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긴급)임시조치 위반 시 과태료 대신 형사 처벌을 신설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발의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정 의원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위해 임시조치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가 아닌 징역형을 부과해 강력한 가해자 분리조치를 통해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져 사전에 극단적인 범죄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해도 처벌해야

가정폭력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소 취하’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일 문제는 누가 죽일지 뻔히 안다는 거다. 피해자도 알고 죽일 사람도 알고, 결국은 인명 피해가 날 것임을 양자가 다 알고, 심지어는 경찰에서도 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이 예비적인 감시와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개입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고위험군 가정폭력 사건 같은 경우엔 전에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나가는 것밖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현장에 출동한 형사가 현장에서 용의자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없다 보니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 또는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훈계 내지 경고의 조치만 한 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반의사 불벌죄’라는 법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했더라도 나중에 마음이 약해져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처벌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이수정 교수는 “가정 폭력 처벌법에 있는 반의사 불벌죄는 절대로 폐지해야 한다”면서 “외국에는 다 형사사건으로 처리한다. 가정 보호 사건으로 처리해서 유야무야 개입을 안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살해 전 예비행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쫓아다니거나 집착하는 ‘스토킹 문제’도 불거졌다.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과 부산 살인사건 모두 장기간의 스토킹 과정 끝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는 스토킹 범죄를 신고하더라도, 고소의 의지를 끝까지 유지해도 가해자는 8만 원의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 가해자의 범죄 계획이 스토킹에서 살해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공권력의 힘을 빌어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국회에도 스토킹 관련 법안이 5개나 계류돼 있지만 실제로 통과된 안은 없다. 이에 이수정 교수는 “문제는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상당한 사람들이 일종의 구애 행위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공감대 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들을 토대로 스토킹 방지법을 꼭 통과시켜야만 상습 스토커들에 대한 구속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안전 이별’, ‘이별 범죄’가 나오는 현 상황을 비판하며 해당 행위는 명백한 ‘살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실 이별이 피해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형사 사건화를 주장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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