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영] 현대사회의 낭만의 소멸

낭만이 사라져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4/03/10 [09:47]

[박민영] 현대사회의 낭만의 소멸

낭만이 사라져가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4/03/10 [09:47]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낭만의 소멸』. 이 책은 비인간적인 사회로 전락한 지금의 사회상을 휴대전화, 디지털 기술, 문화 산업, 경제권력, 일상 문화의 요소로 접근해 이러한 사회현상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저자는 자본주의로 물질은 풍부해졌으나 과거에 비해 일상에서의 낭만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이러한 위험한 사회적 징후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편집자주>



 
현대사회, 무엇이 우리에게서 ‘낭만’을 빼앗아 갔나?
낭만의 소멸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파멸의 징후

 


 


[주간현대=박소영 기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의 낭만의 소멸을 유발시키는 세계와 정치적 함의를 이해시키고 있으며 정치적 맥락을 이해해 사회문화 현상을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소통과 단절의 오브제로 휴대전화를 꼬집으며 어느 장소에서나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우리의 모습과 사람과 사람사이를 대화가 아닌 SNS로만 소통하고 정보화 시대의 노인 소외 현상을 설명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손 편지는 유물이 되어버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잃어버린 우리 모습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낸 ‘디지로그’ 와 같이 조작된 가짜 낭만으로 둘러싸인 사회의 모습 등 다양한 시각을 통해 우리에게 시사점을 남긴다.

낭만의 상실

낭만은 기본적으로 ‘합일’의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나 미(美), 자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조해내거나 그것을 보는 것, 산이나 바다에 가는 것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현대인이 이러한 것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낭만에 대한 접근은 주로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는 소비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함께 영화 보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상대방을 위해 돈을 얼마 썼는지가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증명이 된다. 즉 낭만도 자본화되었다.

우리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도 낭만의 소멸에 일조했다. 언제 만나자는 약속과 약속 시간까지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휴대전화로 인한 가벼운 약속만 남았다. 휴대전화로 매순간 소통하며 약속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게 된 우리는 빌렘 플루서가 <디지털시대의 글쓰기>에서 말한 ‘기다림이라는 종교적인 카테고리’를 잃어버렸다(본문 25~27쪽). 편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직접 손으로 정성스레 쓰던 편지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더 이상 우편배달부를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본문 356쪽).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빼앗는다. 디지털이 보여주는 시각적 세계는 이미 실재보다 더 실재 같다. 이러한 과실재는 일상적인 환경이 되어버렸고, 인간의 감성과 인식에 광범위한 왜곡을 낳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더욱 붕괴되고 있는데,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 낸 ‘디지로그’는 그 ‘모순 속의 몸부림’일 것이다. (본문 81~82쪽 中)

인간성의 파멸

사람들은 보통 과거에서 낭만을 찾는데, 그 이유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적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일, 좋아하는 소녀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연애편지를 쓰던 일,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던 일 등은 디지털 문화가 보편화되기 이전의,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세계의 경험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디지털 기술과 무한경쟁을 유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등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낭만의 소멸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게 만든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소외’, ‘자신에 의한 자기소외’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골방에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의 파리한 불빛에 의지해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딜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낭만의 소멸’에 포커스를 두고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에게 외로움과 쓸쓸함을 유발시키는 세계와 그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휴대전화, 디지털 기술, 문화 산업, 경제권력, 일상의 문화’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독자들이 이러한 사회현상이 발생하게 된 정치경제적 맥락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우리 시대 이전의 삶도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낭만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낭만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영화·소설에서나 발견될 정도로 희소해졌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낭만, 조작된 낭만, 가짜 낭만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낭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낭만이 없으면 인생은 비참한 것이 되고 만다. 심지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그렇다. 낭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것은 위험한 사회적 징후다. (본문 5~6쪽 中)
 
작가 소개 : 박민영
인문 작가. 문화평론가. 대학 시절에 오월문학상을 받았고, 대학생문학운동조직 ‘전국대학생문학연합(전문연)’ 의장을 지냈다. 글쓰기는 ‘자신을 벼리는 숫돌이자 세상을 바꾸는 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의하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4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6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