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생활안전활동이란

진민호 | 기사입력 2018/11/08 [08:28]

119 생활안전활동이란

진민호 | 입력 : 2018/11/08 [08:28]

  

국민의 소방업무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물론 대형화재에 대한 화재진압, 교통사고에 의한 구조활동, 응급환자에 대한 구급활동이 주 임무인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긴급상황에 대한 소방활동과 더불어 비 긴급 상황(생활안전활동)에 대한 업무도 실행하고 있다. 생활안전활동이란 환자나 노약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문 개방, 엘리베이터 개방, 동물구조 등을 말한다.

 

본 기고문에서는 국민이 소방 생활안전 서비스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활동의 의의, 필요성, 법적 근거를 알아보고 해외의 다른 나라들은 동일한 활동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비교해봤다.

 

안전을 국어사전으로 검색해보면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고 정의돼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욕구를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서 보면 식욕, 성욕, 휴식 등을 말하는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욕구가 안전에 대한 욕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하는 안전이란 육체적인 안전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인 안전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이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는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는 욕구이고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돼야 더 진보적인 욕구(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보면 긴급, 비 긴급을 포함한 모든 소방활동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주된 소방업무는 화재진압이었으나 사회구조와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다양한 인적ㆍ자연재난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는 1983년에 구급업무, 1988년에 구조업무가 소방업무로 편입됐다.

 

그 이래로 지금까지 긴급성을 가진 화재진압, 구조ㆍ구급 활동을 주로 해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비응급 소방활동에 대한 요청이 증가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비응급 소방활동을 수행했지만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상황에 따라 신고단계에서 비응급 서비스를 거절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에 따라 당국에서는 비응급 생활안전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12년 3월 28일에 소방방재청훈령 제 271호 ‘119생활안전대 편성ㆍ운영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고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위 훈령에서는 119생활안전활동이란 ‘119에 접수된 출동요청 중에서 위험성은 있으나 긴급성을 요하지 않는(준긴급 또는 잠재긴급) 구조 및 위험요인제거 등 생활안전 지원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생활안전대의 편성ㆍ운영 목적으로는 ‘119에 접수된 국민의 생활안전과 위험제거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효율적인 구조서비스 제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해외 각국의 소방서비스를 볼 때도 소방의 주 임무를 화재진압, 구조ㆍ구급 서비스 지원으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소방서비스는 나라ㆍ지역별로 상이한 것을 볼 수 있고 특히 소방서비스에 대한 비용부과와 비응급 소방 서비스 시행 여부가 가장 큰 비교 점이라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배수 작업과 단순 문 개방, 고목 제거 등 시민들의 비응급 소방 서비스 요청에 대부분 응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응급 소방서비스를 수혜 받은 뒤에는 시민들은 법령에 정해진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승강기를 개방할 경우 176유로 (한화 약 25만원), 위험요소가 없는 단순 문 개방의 경우 85유로 (한화 약 12만원)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소방당국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방관서에서 보유한 인원, 장비를 활용해 신속하게 시민들의 생활안전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최소한의 경비를 징수함으로써 재정적인 손해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각 주 정부마다 상이하게 소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시애틀 소방서의 소방업무를 예로 들면 아기나 노인이 갇혀있는 경우에만 주택이나 자동차의 문을 개방해 주고 비응급 상황의 신고는 출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고접수단계에서 신고자가 단순 문 개방, 동물구조 등의 생활안전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관련 업체에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 국가들과 같이 비응급 소방서비스 수혜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려는 ‘소방업무 유료화 서비스’에 대한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소방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청구된다면 아직은 우리나라 정서상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응급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부과될 경우 사회 취약계층은 양질의 소방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다소 제한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응급 소방서비스 유료화 정책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글을 마치며 사명감 하나로 사는 한 명의 소방관으로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소방관들과 소방업무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제고됐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화재나 교통사고 등이 아닌 비응급 서비스(문 개방, 동물구조, 승강기구조 등)를 ‘소방관들이 잡일 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다.

 

이러한 인식은 소방관들이 비응급 서비스(생활안전활동)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본 기고문을 통해서 국민이 소방당국에서 하는 다양한 업무를 조금 더 이해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업무라는 숭고한 가치가 조금 더 제고되길 기대해본다.

 

화순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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