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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순례를 떠나는 낙타

물질만능시대 사라져가는 타인과의 교감 이야기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4/03/31 [09:49]

[신간] 순례를 떠나는 낙타

물질만능시대 사라져가는 타인과의 교감 이야기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4/03/31 [09:49]

사막에 가거든 침묵하라. 그저 보고 느끼고 하나가 돼라. 사막에 가거든 탄성을 지르지 마라. 감동은 네 안에 쌓아 두라. 사막에 서면 누구나 구름이고 풀꽃이다. 그래서 낙타는 울지 않는다. 그저 고독과 슬픔을 씻어 낼 뿐이다, 화제의 신간, 유희봉의 <순례를 떠나는 낙타>가 탐욕에 가득찬, 물질만능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순례를 가르쳐줄 것이다.
<편집자주>

순례라는 것은 나를 비우고 ‘상대방을 공경’한다는 것!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대변해
 

[주간현대=박소영 기자] 낙타와 소의 특징은 눈이 매우 크고 슬퍼 보인다는 점이다. 시인의 관점으로 볼 때 소나 낙타의 눈이 슬퍼 보이는 이유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컨대, 봐서는 안되는 것,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숙명이기에 슬픔이 묻어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시를 써 오던 작가가 계속 소설에 집착을 하고 있는 이유도 낙타의 눈에 비유를 할 수가 있다.



 

낙타로 보는 순례

작가는 시에서는 수용하거나 풀어 낼 수 없는 난제들은 소설은 과감하게 수용하고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대작(大作)이라는 신비로운 도착지를 향해 사막을 출발해서 고독한 여행을 한다는 것과 비유 할 수가 있다.

 

비록 사막을 횡단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고독, 외로움, 번뇌, 절망 같은 것들이 수시로 찾아오지만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그 희열은 사막을 보지 못한 사람은 얼른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낙타들 중에는 열악한 환경 탓인지 간혹 비정한 낙타들이 있다. 새끼를 낳고도 돌보지 않는 낙타는 새끼가 굶주려 죽게 생겼는데도 먹이던 젖은 물론이고 발로 차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할 때, 몽골사람들은 이런 매정한 어미를 다스리는 독특한 비법을 가지고 있다.

 

마두금 이라는 현악기와 함께 그 마을에서 가장 자식을 많이 낳은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그러면 놀랍게도 구슬픈 가락을 듣고 낙타는 눈물을 흘리며 모성애를 되찾아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정성껏 잘 키운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동물과 사람도 같은 하늘아래 교감을 한다.

비움의 문학의 全形

소설가 한만수씨는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희봉 시인이자 소설가의 <순례를 떠나는 작품>은 비움의 문학이라 해도 무리는 없다.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는 순례 (巡禮)의 사전적 의미는 종교상의 여러 성지나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참배한다는 뜻이다. 참배를 한다는 것은 추모나 공경의 뜻이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나를 비우고 상대방을 추모하고 공경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상징적인 동물로 작용을 하는 낙타의 문학적 이미지는 고난, 고독, 여행, 외로움, 사막, 희망 따위 일 것이다.

 

그 낙타가 순례를 떠난다는 발상은 가히 시인이 아니면 만들어 내기 어려운 훌륭한 주제라고 볼 수가 있다. 또한 그 낙타가 사는 사막은 대개 항상 추억을 잊으려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네 이야기

조병화씨의 작품 ‘사막’에는 사막엔 지금도 <마렌느 디트리히>가 신발을 벗은 채 절망의 남자를 쫓아가고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는 조경란의 문제작 ‘나는 봉천동에서 살고 있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제대로 나이 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될 수 있다. 대저 문학은 삶의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굳이 장자(莊子)를 빌지 않아도 少年不及大年이다. 아지랑이(野馬)와 먼지(塵埃)를 벗어 던질 여유가 생긴 이상 글 쓰는 세기(細技)야 대수랴. 일찌감치 시인이 된 유희봉이 소설을 펴냈다. 완전 연소되지 못한 욕망의 퇴적물이 남아 있기에 당연한 일이다. 허영과 허망의 시장에 허덕이는 중년 한국인의 작태가 투영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사회에서 비교적 성공한 계층에 속하는, 대학교수, 화가, 연구소 소장, 갤러리 사장 등이다.

 

그들은 쾌락과 섹스 욕망으로 뚤뚤 뭉쳐 있지만 인간성은 소원하기만 하다. 성공을 갈망하고 있는 계층은 성공한 계층들을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깨끗한 인물로 평가한다.

 

하지만 성공한 계층들의 사회는 반드시 아름답고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이자 학자인 현종은 행복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허가 난 도둑들인 은행간부, 정치인, 변호사는 물론 지금은 교수들까지 학생 모집에 돈이 끼어 있다며 사회 서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유희봉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종국적인 목적은 “허가 난 빌딩업자에게 보증금에서 월세를 내다보니 원금도 없어지고 실내 인테리어 비용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망한 서민들, 허가 난 도둑이 한 가난한 예술가를 등쳐먹는 스토리를 통해 법에서 도울 수 없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변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작가 소개 : 유희봉
1993년 <현대시>로 같은해 <문예한국>에 수필로 등단하여 현대시 동인회장을 역임하였다.시를 쓰면서 틈틈이 소설쓰기를 계속하다가 다시올문학 장편소설 <하얀까마귀>를 등재하면서 소설가로도 데뷔하였다. 호서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동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현 한국카톨릭문인회 감사로 (사)한국시인협회 감사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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