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사건, 인터넷 속 ‘혐오’가 현실로 나왔을 때

전문가들 “이수역 사건과 ‘성 대결’ 문제 구분 지어져야”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1/24 [15:04]

이수역 사건, 인터넷 속 ‘혐오’가 현실로 나왔을 때

전문가들 “이수역 사건과 ‘성 대결’ 문제 구분 지어져야”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1/24 [15:04]

‘한 술집에서 남자 3명과 여자 2명이 말다툼 끝에 싸움을 했고, 결국 폭행까지 일어났다. 경찰은 이들을 쌍방폭행 혐의로 입건했고 현재 조사 중이다.’ 최근 여론을 뜨겁게 달군 ‘이수역 사건’의 곁가지를 떼고 보면 이렇게 단순하다. 하지만 여기에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두인 ‘남성혐오·여성혐오’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순간, 이 사건은 남성과 여성이 서로 가시를 세우고 대립한 ‘성 대결’로 그 성격이 바뀐다. 


 

▲ 지난 13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자신이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남성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 해당 게시글 캡쳐


지금껏 논란이 됐던 성 갈등은 주로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인터넷에서 여초사이트이자 급진적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워마드’, ‘메갈리아’와 같은 사이트들은 ‘한남’(한국남자의 줄임말이지만 주로 멸칭으로 사용되는 단어), ‘소추’(한국 남성의 성기에 대해 비하하는 단어)과 같은 단어를 생산해내며, 남성혐오를 주도해왔다. 

 

이에 질세라, 남초 커뮤니티도 이들을 대상으로 여성혐오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남초 커뮤니는 ‘메갈년’(메갈리아하는 여자의 줄임말), ‘메퇘지’(메갈리아하는 여자들의 외모에 대해 비하하는 단어)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남성혐오에 대응한다. 

 

메갈리아와 같은 여초사이트들은 보수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나 그동안 남성들이 해왔던 비윤리적 태도들에 대한 미러링(‘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남성혐오 행위를 합리화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는 이를 비난하기 위해 다시 여성혐오를 생산한다. 이렇게 인터넷상에서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는 서로를 재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수역 사건이 현실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제 ‘성갈등’은 더이상 인터넷상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나 볼 수 있던 ‘한남’, ‘소추’ 그리고 ‘메갈년’, ‘메퇘지’란 단어들은 이제 현실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단어가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현실→인터넷

이수역의 한 술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인터넷으로 판을 옮긴다. 그리고 사건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월13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진 하나와 함께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피가 흥건한 붕대로 감은 누군가의 뒤통수가 찍혀있었고, 글은 ‘자신의 머리가 숏컷이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여성혐오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것이다.

 

해당 글에 의하면 11월13일 오전 4시쯤 이수역 근방의 한 맥주집에서 작성자와 그의 언니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한 커플이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쳐다보고 수근거렸고 작성자 일행과 이 커플은 시비가 붙었다. 이 와중에 관계없는 남성 5명이 "메갈년"과 같은 인신공격성의 언행을 하며 작성자 일행에게 지속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이에 작성자가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성 1명이 "네가 찍는 건 몰카 아니냐?"라며 작성자의 휴대폰을 빼앗고 목을 조르며 넘어뜨렸고, 이에 작성자의 언니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남성들은 도망갔다.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작성자의 언니가 제지하려 하자 한 남성이 그를 발로 찼고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출혈이 났다. 그 결과 작성자의 언니는 응급실에 이송된 후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한다. 작성자는 자신을 도와줄 여성 경찰이 없어서 자신이 피해를 봤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임의 동행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상에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리고 지난 11월14일 글에 등장하는 남성 5명을 처벌하고 신원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 지 1시간 만에 1만 6천명, 2시간 만에 10만 명, 당일 오후 11시 경에 20만 명을 달성한 후 몇 시간 후에 30만 명을 넘겼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 내의 여성혐오가 실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음에 분노와 공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유튜브에 하나의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여론은 다소 달라졌다. 동영상에는 이수역 사건에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여성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여기서 이 여성들은 남성혐오 발언은 물론 성소수자 혐오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모욕적 언사를 들었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게시 글의 내용과는 분명히 달랐다. 

 

사건의 진위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은 지난 16일 이례적으로 초기 수사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서울 동작경찰서는 "몸싸움의 발단은 여성 일행 측이 먼저 남성의 손을 친 것"이라면서 "이후 서로 밀고 당기는 쌍방 폭행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3일 새벽 4시쯤 한 술집 내부에서 시작됐다. 주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 따르면 2명의 여성 일행이 소란을 피운 뒤, 남성 일행 쪽으로 다가가 먼저 손을 쳤다. 이에 흥분한 남성 일행이 손을 때린 여성 일행의 모자를 쳐서 벗겼다. 이후 양측은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다. 

 

폭행은 지하 1층 주점에서 바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 장소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구체적인 정황은 증언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소방당국 기록에 따르면 여성 일행 가운데 한 명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실신했다. 머리 뒤쪽에는 4cm 크기의 상처가 생겼고 출혈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터넷상의 여론은 다시 나뉘기 시작했다. 남성 측을 옹호하는 여론은 “모두 여성 측이 시작했다”며 “대체 청원에 동의한 30만 명은 무슨 생각이냐?”고 비난했다. 반면 여성 측을 옹호하는 여론은 “남성 측은 옷의 단추 정도만 뜯겼을 뿐이지만, 여성에게는 머리 뒤쪽에 4cm 크기의 상처와 출혈이 생겼다”며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과 상처의 크기에 대해 말한다. 

 

인터넷→현실

이번 이수역 사건은 인터넷상의 혐오가 현실로 나왔을 때의 후폭풍을 보여준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로 인터넷에 유포되는 정보들은 계속된 혐오만 낳을 뿐이다. 남녀 간의 폭행이 있었고, 이 가운데 여성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 이수역 사건의 본질이다. 하지만 여기에 인터넷상에서 계속되던 혐오가 살로 붙으면서 이 사건은 남녀가 진형으로 갈리는 ‘성대결’로 변모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 성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갈등이 심화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건강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진행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과 연계된 논쟁과 최근의 남혐·여혐 현상을 뒤섞어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문제에 대한 지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경찰의 조속한 수사가 필요하고 이것과 구분지어, 남혐·여혐 문제는 여러 가지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대목이 틀림없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9월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그의 취임사에서 “여성, 이주민, 난민, 성소수자 등을 비하하는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며 “평등권 실현과 혐오?배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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