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엄벌 사이에 선 ‘사형제’

도덕과 민의는 다르다?…악마도 살려야 할까?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28 [09:34]

인권과 엄벌 사이에 선 ‘사형제’

도덕과 민의는 다르다?…악마도 살려야 할까?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28 [09:34]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0월10일 ‘제16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사형제 폐지’ 의견은 15년 전보다 13.8%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1.6%포인트 늘었는데, 사형제 유지를 넘어 집행까지 바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20년간 집행되지 않은 사형을 다시 실시해 갈수록 늘어가는 흉악범죄를 억제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는 것이다. 다만 사형제도 실시가 범죄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로 폐지 논란 분분…20년 간 집행 건수 ‘0’
국민정서는 사형제 부활 가까워…본질적 기능은 엄벌

 

▲ 최근 잔혹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Pixabay

 

최근 몇 년간 잔혹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흉악범에게는 형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제도인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과 인권


사형이란 수형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자 형법 최대의 벌이다 형법과 군형법을 비롯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성폭력특별법 등 많은 광의의 형법이 사형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집행방법은 형법에선 교수 즉 목을 매달아 사망케 함으로 한정하고, 군형법에선 총살 즉 총을 쏘아 사망케 함으로 한정한다.


사형수는 아직 형이 집행되지 않은 미결수로 분류된다. 사형이 집행된 후에야 비로소 기결수다. 따라서 사형수는 교도소 내에서도 미결수가 입는 죄수복을 입게된다.


현재 한국의 형법에서 집행할 수 있는 형벌에는 9가지(사형·징역·금고·자격상실·자격정지·벌금·구류·과료·몰수)가 있다. 형벌이 침해하는 권리를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이는 생명형, 신체형, 자유형, 명예형, 재산형의 5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자유형이하 3개 항목은 일반적인 법치국가라면 대부분 집행된다. 신체형은 일부 동남아시아나 이슬람권등 전근대적인 형법체계를 가진 국가에서나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해당국이 아니면 큰 논란이 없다. 다만 거세형 또한 신체형의 일부임을 감안하면, 성폭력 사범들에게 ‘화학적 거세’를 드물게나마 실시하는 대한민국 역시 신체형을 실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신체형을 넘어 가장 논란이 되는것은 역시 인간의 기본권중 가장 근간을 이루는 생명을 박탈하는 생명형, 즉 사형이다.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권을 박탈하여 사망하게 만드는 가장 중한 형벌이다.


사형은 어떤 상황이 되었던 집행하는 측에서는 피집행자가 죽어야 하는 이유를 확실히 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밟아서 사망시켜야 한다.


현대에 와선 사법체계가 범법자의 처벌에서 계도를 중심으로 바뀌고 인권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찬반양론이 매우 분분하며, 지금도 식을 줄 모르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에서는 부활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현재까지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인정하는 국가는 74개국으로 통념과 달리 사형제 폐지 국가가 130여개 국으로 더욱 많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당시였던 지난 1997년 말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후, 20여 년간 단 한명도 실행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죄수들이 사형당했고 4명은 안구와 사체를 기증했다. 정부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되어 오후 3시에 모두 끝났으며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 의지를 표명하여 범법자들에게 법의 엄정함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킴으로써 사회 기강을 새로이 확립하기 위하여 실시하였다”고 밝혔다.


당시의 사형집행은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지난 94년 15명, 지난 95년 지존파 등, 19명에 대한 사형집행 이후 세 번째이며 긴급조치 시대인 지난 76년 2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후 최대 규모였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면서 이젠 두·세 사람 정도를 살해해도 사형이 선고되는 일은 잘 없게 되었다.

 

▲ 전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사형을 완전 폐지했다.     © 국제앰네스티

 

폐지 논란


이같은 사형제는 흉악범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때마다 요구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지난 2012년 여성을 납치해 잔혹하게 살해한 조선족 오원춘에게 서울고법은 1심의 사형선고를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사형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진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끊었다.


한국에선 사형이 선고된다 해도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2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유영철, 강호순 등의 연쇄살인범들도 사형을 선고받은 지 오래지만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사형 판결이 나왔으면 집행을 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은 법리적으로 보면 법무부 장관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판결문이 휴짓조각인가”라고 반문했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집행은 사형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한국의 사형 집행 중단은 인권 의식의 고양과 맞물려 사형제 폐지로 가는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98개국 중 104개국이 사형을 폐지했다. 한국처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도 37개국이다.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국가를 보면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파키스탄 등 ‘인권 후진국’이란 평가를 받는 국가가 다수다. 주요 선진국 중에는 미국(20건)과 일본(3건)만 이름을 올렸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면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국회에서는 사형폐지특별법안이 7차례나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한 번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국민 정서가 사형제 존치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폐지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형제 ‘찬성’ 응답률은 70~90% 수준을 기록해왔다. 피해자의 가족을 심적으로 위로하고 흉악범죄를 사회 정의 차원에서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논리다. 사형이 흉악범죄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경찰관계자는 “형벌의 본질적 기능은 엄벌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도소에 계속 수감하는 것도 사회적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형제 폐지 측의 의견도 끊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참혹한 범죄에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며 “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고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풀어나가 범죄 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 법률상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6개국이며 우리처럼 ‘사실상 사형폐지국’(법률은 있으나 10년 이상 미집행)은 36개국이다. 나머지 56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G20(주요 20개국) 중에선 13개국이 법률로 사형제를 폐지했고, 7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G20 국가 중 마지막 집행에서 사형제 폐지까지 가장 오래 걸린 국가는 아르헨티나(2008년 폐지)로, 92년이 걸렸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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