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비시킨 ‘KT 화재’, 공포 불러일으킨 ‘통신 블랙아웃’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대 통신 마비…‘재난 경보마저 늦었다’

정규민 기자 | 기사입력 2018/11/30 [14:21]

서울 마비시킨 ‘KT 화재’, 공포 불러일으킨 ‘통신 블랙아웃’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대 통신 마비…‘재난 경보마저 늦었다’

정규민 기자 | 입력 : 2018/11/30 [14:21]

학업을 위해 용산에서 자취하는 김모군은 학교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자료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는 표시와 함께 인터넷이 먹통이 됐고 그는 급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표시된 내용은 가입 후 이용 바랍니다라는 문구였다. 어쩔 수 없이 PC방으로 이동한 그는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돼 PC 사용을 못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1124, ‘통신 블랙아웃이었다.


 

지난 24KT 아현지사 화재인명피해 없었지만 수도권 통신 불편 초래

KT 요금 감면 보상안 발표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비난 면치 못해

관계자들 과도한 비용 절감 때문에 피해 더 커졌다통신 공공성논란

수익성만 따라가 공공성 희생된 현재 상황, 2의 통신대란도 벌어질 것

 

▲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     © 김상문 기자

 

통신사 지사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는 국가적 재난이 됐다.

 

지난 1124일 서대문구 충정로3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오전 1112분 시작된 화재는 같은 날 오후 2130분 진압 완료됐다. 이 화재로 인해 인근 KT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의 유·무선 통신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당일 오후 3시 황창규 KT 회장,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KT 사장이 현장을 찾아 통신장애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현재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동기지국 15대가 현장 배치 중에 있으며 추가로 30대를 더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심 속 조난자 속출

이번 화재는 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했다. 통신 케이블만 설치된 이곳에서 시작된 불은 소방서 기준 대형 화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해는 대형 화재를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번졌다.

KT 아현지사는 단순 지국이 아닌 은평지사, 신촌지사, 용산지사, 가좌지사 등을 거느린 지역구 국사다. 이 때문에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를 넘어 수도권 북서부 일대의 모든 통신이 마비됐다.

 

통신 마비는 유·무선을 가리지 않았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과 데이트를 계획한 연인들은 연락할 수단이 없어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생활과 뗄 수 없는 위

치를 차지한 스마트폰이 사실상 벽돌이 되는 순간 대부분의 시민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조난을 경험해야 했다.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이 되자 급한 연락을 위해 공중전화를 찾은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공중전화 역시 KT 회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활한 통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피해 지역 대부분 상점의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상인들은 급히 현금결제 또는 계좌이체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를 써 붙였다. 하지만 A

TM 기기마저도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 카드도 사용하지 못하고 현금도 없는 시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발생 한 시간이 지난 오후 12, 소방재난본부청에서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KT 휴대폰을 사용 중인 사람들은 망 연결 자체가 끊겨 해당 문자를 받을 수 없었고 무슨 이유로 KT망 연결이 안 되는지 알 수 없었다. KT 인터넷과 ollehTV를 사용하고 스마트폰 통신사를 KT로 사용 중인 시민들은 철저한 고립상태가 된 것.

 

실제로 용산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당일 오전에 인터넷이 차단되고 오후 110분이 넘어서 문자를 보고 상황을 알게 됐다서울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이 오후 12시에 문자를 보고 전화를 했지만 연결도 안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울 강북지역은 안전 문자가 오후 12시에 도착했지만(위) 피해 지역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소식을 알 수 있었다(아래).     © 정규민 기자

 

구체적인 보상방안 발표

사고 발생 3일 후인 지난 1127KT오전 11시 시설기준으로 무선 96%, 인터넷·IPTV 99%, 유선전화 92%를 복구했다서비스 장애가 지속되는 일부 고객은 100번으로 전화 문의를 통해 조치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광케이블 유선전화는 99% 복구된 상황이지만 동케이블 유선전화는 10% 복구된 상황

이라며 동케이블은 굵고 무거워 맨홀로 빼내는 것이 불가능하며 화재현장인 통신구 진입이 가능해져야 복구가 진행될 수 있어 복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 복구 상황 안내와 함께 오랜 시간 정상적인 결제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방안이 발표됐다.

 

현재 장애가 지속되는 카드결제기 이용 고객 대부분은 동케이블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동케이블 기반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먼저 카드결제기 이용이 가능하도록 무선 LTE 라우터 1500대를 투입한다. 편의점 등은 가맹점 본사와 협의해 무선결제기 300여대를 공급한다. 이에 더해 1126일부터 집단상가 중심으로 일반 동케이블 유선전화를 광케이블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주문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착신전환서비스도 지원한다.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소상공인에게 같은 서비스를 무료 지원할 계획이다. 1127일부터 현장에 소상공인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직원 330명을 투입, 소상공인을 직접 방문해 지원하고 있다.

 

이어 지난 1129일 동케이블 인터넷 및 전화 가입고객 피해 추가 보상방안이 발표됐다.

 

KT는 유선 사용 불가로 피해를 입은 고객을 대상으로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이용고객은 총 3개월 이용요금 감면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PSTN) 이용고객은 총 6개월 이용요금 감면 등 새로운 보상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1차로 공지했던 유선 가입자 보상안(1개월)에서 추가 보상(2~5개월)으로 늘어난 방안이다.

 

또 고객 편의를 위해 1126일부터 운영 중인 소상공인 헬프데스크를 용산(고객센터 8)으로 이전하고 확대 운영한다.

 

KT는 지난 1129일 지역별 3개 주요 거점(은평, 서대문, 신촌지사)에 헬프데스크를 설치했다. 헬프데스크는 동케이블 복구 지연에 따른 LTE 라우터 지원 일반전화 및 무선 착신전환 서비스(패스콜) 신청접수 등 업무를 지원한다.

 

노조 측 통신대란은 예상된 것

KT 노조는 화재로 발생한 통신대란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안일한 경영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KT 새노조는 공식성명을 통해 아현지점 화재로 발생한 통신대란에 대해 KT 구성원들의 일차적인 반응은 올 게 왔다는 것이라며 늘 그렇듯 통신서비스는 정상 작동될 때는 그 누구도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막상 대형 장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밝혔다.

 

통신 공공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통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난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여유 용량의 장비운용이 필요하다. 장비 이중화를 통해 우회 회선 구성을 가능하게 할 백업체계 구축과 적절히 분산된 시설 배치 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통신 공공성의 핵심은 투자비가 더 들더라도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투자와 철저한 관리. 수익성과 대립되는 이야기다. 통신사 경영은 그것이 설혹 완전 민영화가 되었다 하더라도 수익과 공공성에 관한 고도의 균형감을 요구받는 것이다.

 

노조 측은 통신 민영화 이후 통신사들은 통신경영도 다른 기업과 똑같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며, 통신 공공성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했다특히 이석채, 황창규 등 통신 문외한인 KT의 낙하산 경영진들로서는 통신 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취급했고 이번 KT 아현지점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은 이런 인식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민영화 이후 KT는 공공성을 저버리고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비용 절감이 모든 경영진의 최우선 방침이 됐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KT가 비용 절감을 위해 곳곳에 분산됐던 통신장비를 고도로 집중시켰고 장비 집중을 통해 여유가 생긴 전화국 건물은 통째로 매각하거나 부동산을 개발해 오피스텔, 호텔 등 임대업으로 돌렸다는 것. 노조는 그 실적 덕분에 경영진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길 수 있었다. 통신 공공성을 위한 분산 배치는 완전히 무시됐다고 말했다.

 

수익추구 경영에 따른 인재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KT아현지점은 D등급 국사여서 백업체계가 안 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비를 아현으로 집중화시키는 과정에서 설비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유휴 동케이블마저 빼 판매할 정도로 KT 경영진이 수익에 집착한 점을 감안한다면 백업체계 구축에 비용을 쓰느니 대형 장애가 발생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통신 공공성을 외면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안일한 관리 측면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화재 당시 KT 아현지점 근무자는 단 2명뿐이었다. 노조 측은 민영화 이후 KT는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휴일근무를 대폭 줄여나갔고 그 결과 긴급장애에 대비할 최소 인력조차도 근무하고 있지 않았던 셈이라며 물론 통신장비의 불통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익에만 관심을 두는 경영진들의 눈에는 긴급사태에 대비하여 휴일근무를 시킨다는 것은 인건비 낭비로 보일 뿐이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하 오주헌 KT 새노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성명서에서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마비가 인재라고 지적한 이유는.

일반전화가 점차 줄어들고 인터넷 전화가 늘면서 KT는 전화국을 매각하고 지하에 있던 동케이블들을 철거하고 장비들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일례로 한 케이블의 수용 인원이 3600명이라고 하자. 이 중 A케이블을 500명이 쓰고 B케이블을 1000명이 쓰고 있다면 KT효율화명목으로 1500명을 C라는 하나의 케이블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민영화 이후 꾸준히 해왔다.

 

-일원화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비는 없었나.

문제는 이렇게 하나로 몰아놨으면 장애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이다. 이쪽에서 장애가 나면 다른 쪽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백업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어야 한다. 설계 자체를 충분히 이중화했어야 했다.

 

-성명서에서는 인원 문제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

피해가 커진 또 다른 이유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긴급장애에 대비할 최소 인력조차 확보하지 않은 점이다.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사람이 직접 현장에 가야만 하는 상황도 있다. 그러나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커진 것이다.

 

-2의 통신대란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보완책이 있다면.

더 이상 수익을 위해 공공성이 희생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통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난상황에도 버틸 수 있는 여유 용량의 장비운용이 필수다. 이는 곧 장비 이중화를 통해 우회 회선 구성을 가능하게 할 백업체계 구축과 적절히 분산된 시설 배치 등을 의미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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