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의주·두만강 누비는 南열차 ‘남북 공동철도조사’

“자유왕래의 첫걸음, 철마는 달리고 싶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2/01 [23:32]

北 신의주·두만강 누비는 南열차 ‘남북 공동철도조사’

“자유왕래의 첫걸음, 철마는 달리고 싶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2/01 [23:32]

통일로 향한 첫걸음, 남북 자유왕래의 시발점이 될 ‘철길’이 열렸다. 10여년 만에 북측 철길에 우리나라의 기차가 달리는 것이다. 남북이 지난 11월30일부터 12월 중순까지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시작했다. 향후 남북 간 교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공동조사로서, 앞으로 늘어나게될 교류를 책임지는 중심에 철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공동조사 열차는 평양을 지나 서북쪽으로는 중국과의 국경인 신의주역에 도달하고, 동북쪽으로는 러시아 국경인 두만강역까지 가는 등, 북한 전국토를 누비고 돌아오게 된다.


평라선·동해선 운행…南 열차 北 구간 운행은 11년 만
공동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착공식 연내 개최 추진해

 

▲ 지난 11월3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열린 남북철도현지공동 조사단 환송식에서 떠나는 열차를 배웅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1월30일부터 18일간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한다. 남북은 30일부터 12월5일까지 경의선 개성~신의주 400㎞ 구간을 조사한 뒤 8~17일 동해선 금강산~두만강 800㎞ 구간을 조사할 계획이다.

 

북한 철도 일주


이번 공동조사는 우리 측 열차가 북측 구간을 운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남북 간 철도 교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동조사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4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총 6량으로 구성됐다. 운행에 사용되는 유류 5만 5000톤을 실은 유조차와, 300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발전차, 72석의 객차, 28석이 구비된 침대차, 사무 공간과 세면 등의 설비가 갖춰진 침식차, 물이 실린 유개화차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순수 공동조사에 소요되는 16일간의 일정을 포함해 총 20일이 넘는 북측에서의 체류 기간을 감안해 우리 측 조사단의 숙식이 가능토록 열차를 개조했다.


남측 철도차량 7량은 기관차-유조차-발전차-객차-침대차-침식차-식수차 순으로 연결됐다. 사무 및 세면에 활용되는 침식차에는 붙박이 옷장, 접이식 탁자, 좌식 의자, 싱크대, 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전기밥솥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마련됐고 샤워칸도 설치됐다.


침식차의 경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온돌 바닥으로 개조했으며 싱크대와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샤워실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설비를 모두 구비했다.


식수차에는 조사단원들이 20일간 사용할 물이 실렸는데 중간에 한 번 급수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 일원인 지용태 한국철도공사 남북대륙사업실 실장은 “지난번 (북한 철도) 조사 때 배앓이를 많이 했다”며 “그래서 물을 많이 준비해서 간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6량의 열차를 도라산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리 측 디젤 기관차가 이끌고 간 뒤, 판문역에서부터는 북측 기관차에 연결해 운행했다.


이는 철도 신호 체계 등 북측에서 현재 운영 중인 철도 운행 시스템과 상황에 맞춰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다.


남북은 열차를 타고 선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측의 철도 시설과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차량은 개성~신의주 구간을 운행한 뒤 평양으로 내려와 평라선으로 원산으로 이동, 안변역에서 두만강역까지 조사한 뒤 평양을 거쳐 귀환한다. 총 이동구간은 약 2600㎞다. 금강산역~안변역 구간은 북측 요청에 따라 버스로 조사한다.


경의선과 동해선 조사에는 통일부과 국토교통부의 과장급 인사와 한국철도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 남측 인원 2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각 평양과 원산에서 버스로 귀환할 예정이다. 북측도 철도성 관계자 등 우리 측과 비슷한 인원으로 조사단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단장인 임종일 국토교통부 건설교통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7년에도 철도 공동조사단원으로 참가했고, 11년 만에 다시 조사단으로 가게 돼 감회가 새롭다”라며 “북측 철도의 구조물을 우리가 준비한 테스트기기로 검사하고, 또 조사단원들이 이 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시설의 노후화 등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참가하는 한영아 한국철도시설공단 과장은 철로 궤도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한 과장은 “여성 최초로 공동조사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라며 “북측에서는 지난번 공동조사 때도 여성 대표가 나온 적이 있다. 남측에서는 궤도 분야에 여성 참여자가 적은데 이번 기회에 제가 처음으로, 첫발을 디딘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역에서부터 북측 판문역까지 우리 측 열차 6량을 이끄는 기관차의 기관사로 이날 근무하는 김재균 씨는 “녹슨 철길을 제거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열차가 상시적으로 운행하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0년 철도 경력의 베테랑인 김씨는 20년의 기관사 근무 후 관리직으로 배치됐지만 베테랑의 경력을 인정받아 이날 특별히 기관차 운행 임무에 투입됐다.


앞서 임 단장이 밝힌 것처럼 남북이 북측 철도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벌이는 것은 2007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당시 남북은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에 대해 7일간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남쪽 열차가 북측 철도 구간을 달리는 것은 개성공단 건설자재 등을 실어나르다 2008년 11월 운행이 중단된 도라산-판문역간 화물열차 이후 꼭 10년 만이다. 또 남측 열차가 동해선 구간을 운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공동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역시 남북 간 합의사항이었던 착공식의 연내 개최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철도에 이어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도 남북 합의사항이었던 만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공동조사와 착공식의 연내 성사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 남북공동 현지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지난 11월3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 내 경의선 철도 통문을 통과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공식 환송행사


한편, 지난 11월30일 오전 8시 우리 측 지역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에서 열린 공식 환송 행사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청와대 인사로는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이 참석했다.


조명균 장관은 “하나로 이어진 철길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번영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한반도를 오가는 열차는 동북아와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실어 나를 것”이라며 “남북의 철도 연결 사업이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 여당 간사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도 국회를 대표해 참석했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유관기관 관계자로 환송 행사에 참석했다.


공동조사 열차는 이날 환송 행사를 마친 뒤 오전 9시께 기관사가 “안! 전!”이라고 힘차게 외치는 출무신고에 이어 오영식 사장의 “102호 열차 발차!”라는 구호와 함께 북측으로 향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오영식 사장이 기관사에게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목도리와 귀마개를 씌워 주기도 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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