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8일 만에 파업종료…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택배노조 “빠른 택배 아니라 안전한 택배 만들어야”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2/01 [23:31]

택배노조 8일 만에 파업종료…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택배노조 “빠른 택배 아니라 안전한 택배 만들어야”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2/01 [23:31]

지난 10월29일 밤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하차 작업을 하던 택배 노동자 유아무개(34)씨는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숨졌다. 이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8월에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감전사고로 숨진 바 있다. 전국택배노조는 “이제 일하다가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빠른 택배가 아니라 안전한 택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들이 지난 11월21일 파업을 시작한 이유다. 그리고 지난 11월29일 파업을 벌여온 전국택배노조가 29일 0시를 기해 파업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경북 경주와 울산, 경남 창원, 대구, 광주 등의 택배대란이 일단 해소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국택배노조 측과 CJ대한통운 사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11월5일,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민주노총 서울본부, 민중당,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진보연대는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죽음의 외주화” CJ대한통운 규탄, 근본 해결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택배연대 노동조합

 

대한통운, 직영 기사·배송 차량 동원해 물량 빼내

택배노조 “피해확산 막기 위해 배송 다시 시작한다”

 

CJ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본격적인 파업은 지난 11월21일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하차작업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했지만 회사 쪽이 사과는커녕 아무 조처를 내놓지 않자 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11월19일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조는 “CJ 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다단계 하청 구조개선, 노동조합 인정 등을 함께 요구했다. 정병덕 전국택배노조 부위원장 등 3명은 “안전한 일터”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CJ 대한통운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사망사고로 인해 대전물류센터는 3주 가까이 작업중지 상태에 있으나 회사 쪽은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할 사고재발 방지대책마저 내놓지 않았다. 회사는 “고용부 점검 결과에 따라 추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만 고수했다. 

 

또한 “택배배송원들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협상에 임할 이유가 없다”며 택배기사들과의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총파업

지난 21일 전국택배노조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했다. 이날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본사의 노동조합 인정과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집회에 모인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700여명으로 파악됐다. 파업엔 서울, 경기도, 대구, 광주, 울산 등 전국 대리점에 소속된 기사들이 참여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으로 배송에 차질을 생겼다. 특히 울산이 파업으로 인한 여파가 큰 데 당분간 택배대란으로 이어질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파업 여파로 울산에서는 약 3만 건의 택배가 울산지점에 묶였다. 특히 울산은 수도권 등 타 지역에 비해 파업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울산은 전체 기사 4명 중 1명꼴로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데, 전국의 파업 참여율이 5% 남짓인 것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파업 여파가 큰 울산과 창원 등에는 택배 발송 접수도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들도 손실을 떠안았다.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사업장이 멈춰 일감이 떨어지면 수입이 없는 처지다. 김진일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사고가 난 사업장에 대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과 작업중지 명령은 당연히 필요한 조처이지만, 회사는 물류센터 재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다. 센터가 멈춘 동안 택배 노동자들은 거래처가 떨어져 나가는 등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업 3일 차인 지난 11월23일부터 CJ대한통운 대구중터미널, 대구달서터미널에서는 대체 배송을 위해 CJ대한통운측이 직영 기사와 배송 차량을 동원해 물량을 빼내려고 시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막으려는 파업 참가자들과 회사가 요청해 출동한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영오 서비스연맹 대경본부 사무국장은 “경찰을 동원해 오늘까지 조합원들의 물량을 다 빼갔다. 택배 기사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는데, 개별 조합원에게 할당된 물량을 들고 가는 건 도둑질이다”고 지적했다. 파업 참가자 배달 구역에는 ‘집배 권역 오류’로 전산상 배송 접수가 안 되도록 해 일감이 내려오지 않았다.

 

최영오 사무국장은 “이틀째까지 물량이 정상적으로 내려와서 파업 중인 물량이 적체돼 있었다”며 “그 이후로는 전산 상으로 조합원 배송 구역에는 집하 자체를 안 되도록 했다. 이건 공격적 직장 폐쇄다”라고 말했다.

 

직장폐쇄

지난 11월27일 전국택배노조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CJ대한통운측이 교섭거부를 위해 파업지역의 택배접수를 중단하는 등 택배노동자에 대한 해고 위협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합법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 측이 불법적 직장폐쇄로 조합원을 해고 위협으로 내몰고 있으며, 각종 거짓말로 자사의 노조법 위반 불법행위를 합리화시키고 있다”며, “노동부가 직계약 조합원에 대한 교섭거부 행위에 대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자신들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뻔뻔스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하루경고파업 이후 현장에 복귀했지만, 7월부터 회사 측이 물량을 주지 않아 전국택배노조 영남권 4개 지회(창원 성산, 울산, 경주, 김해) 230여 조합원들은 3주 동안 배송물량이 없어 고통을 겪은 겪었다. 노조는 이번에도 회사 측이 똑 같은 방법으로 노조원들을 고사시키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이들 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CJ대한통운이 코드 발급을 거절해 정식 직원이 아닌 동료의 물건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며, “벌써 수개월째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은 코드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측이 노동조합과 개별 대리점 사이의 교섭이 이루어지도록 중재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노조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위탁대리점들도 노조가 적법한 노동조합인지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본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리점들에게만 교섭을 하라고 하면 대리점들이 과연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이는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이 마치 자신들이 노조와의 교섭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위선된 행태에 불과하다”고 일침 했다.

 

노조는 “파업지역 택배접수가 중단되는 등 서비스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해를 막자는 대화 중재도 발로 차버렸다”며, “CJ대한통운은 자신들의 교섭거부를 위해 온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하고, 불법적인 직장폐쇄 및 집화금지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지난 11월29일 전국택배노조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 택배접수를 중단하는 조치를 해 택배 노동자와 고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피해확산을 막기 위해 배송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인정에 대한 CJ대한통운과 전국택배노조 측의 시각차가 워낙 큰 상황이라 양측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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