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갈등의 서막? ‘이재명 논란’

신난 野의 ‘분열프레임’…속 타는 與는 ‘부글부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2/03 [09:51]

민주당 내부갈등의 서막? ‘이재명 논란’

신난 野의 ‘분열프레임’…속 타는 與는 ‘부글부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2/03 [09:51]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연루됐다는 ‘혜경궁 김씨’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여야는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분분한 당 내 의견에 속앓이를 하고 있고, 야권은 이번 논란이 내부 분열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공세 수위를 높이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여당 내부에선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탈당론이 재부상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새나오고 있다.


갑작스레 문준용 언급한 이재명…당에 대한 불만 토로?
당내에서 분출되는 ‘탈당론’…지도부는 일단은 ‘신중론’
상황 호재로 본 보수야권…‘분열 프레임’으로 맹폭개시
수사력 집중하는 검찰…‘친형 강제입원’ 기소여부 고심

 

▲ 이재명 경기도지사      © 김상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조사를 받고 있는 이른바 ‘혜경궁김씨’ 사건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文 언급한 李


이 지사가 친문 진영에서는 일종의 금기와도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채용비리 의혹을 언급한 것이 친문 진영과 선을 그은 행위인지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 지사가 지난 11월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하자는 데서 비롯됐다.


이 지사는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면서도 고발의 원인이 된 트위터 글의 위법성을 판단하려면 우선 “특혜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상적이지 않은 제3자의 '대선경선후보 명예훼손 고발'로 이렇게까지 온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하고 억울한 의혹제기의 피해자인 문준용씨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이날 발언이 자신의 사견과는 무관한 ‘팩트체크’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지만 당내 반응은 이와 다르다.


당내 일각에서는 보수 야당의 단골 대여 공격 소재였던 준용씨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을 다시 점검하자고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기존에 이 지사가 경찰 수사 등을 맹비난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한 사실점검 차원이 아닌 의도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내인 김혜경씨가 해당 트위터의 계정주가 아님을 밝히면 모든 의혹이 자동적으로 해소됨에도 굳이 무죄성을 입증하기 위해 준용씨의 채용과 관련한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고발된 계정에서 여러 차례 게시된 준용씨 사건에 대한 글들을 역이용해 사실상 자신을 보호하지 않은 문 대통령과 당내 친문 진영에 대한 역공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나는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제명 등 당내 요구에 대한 대응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2012년부터 문제가 됐고 새누리당이 5년 동안 우려먹었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아주 정치적으로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사건을 이 시점에서 문제제기를 한 것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았고, 경기도지사까지 된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반응은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며 “경선 때도 아닌데 문 대통령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은 결국 이번 사건을 토대로 자기 정치의 발판을 다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수그러들었던 ‘탈당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철희 의원은 최근 방송에서 “이 지사가 억울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명예를 회복해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는 것이 맞지 정치 세력간 다툼으로 만들면 팩트는 사라지고 이전투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이 지사가 스스로 (감정을) 톤다운해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당과 본인, 경기도민을 위해서 좋은지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은 자제했지만 사실상 자진탈당을 권고한 것이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당 지도부가 빨리 결정을 해주는 게 좋다”면서 “재판까지 지켜보자는 건 너무 큰 상처와 논란(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이 지사 당적 관련 ‘조기 진화론’을 제기하는 쪽이 주로 비주류·비문재인계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지사의 자진탈당을 처음 언급했던 이철희 의원도 비문계다. 비문이 조기수습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여권 분열이 더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당 차원에서는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도권 친문계 의원은 “개인 입장을 밝히면 ‘친문 대 비문’ 프레임이 만들어질 걸 알기 때문에 생각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신중한 지도부


반면 신중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자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는 주장에 대해 쉽게 ‘역린’이라는 낙인을 찍었다가 자칫 무혐의로 처분될 경우 역풍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법적으로 어떠한 결론도 나오지 않았고 본인도 특혜채용이 허위라고 확신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굳이 당이 나서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충분히 기다린 후에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원 일부가 이 지사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며 징계를 요구하고 있어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 도덕적으로 명백한 결격사유가 발생하기 전에는 징계를 논할 수 없도록 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해야 한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 본인이 성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에 위법 여부를 떠나 불륜이 인정되기 때문에 도덕적인 사유로 징계를 할 수 있었지만 이 지사의 경우 자신이 지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정치적인 해법으로 탈당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방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사건의 수사과정, 검찰의 공소과정, 법원의 재판과정을 보고 나서 얘기할 사안”이라며 대권주자급 인사에 대한 정석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이후 당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친문성향의 당원들은 SNS를 통해 출당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어 당 지도부로서는 원칙과 여론 사이에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안과 바깥 양쪽에서 흔들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 지사는 “자진 탈당은 절대 없다”며 당내에서의 무죄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 지도부의 고민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문재인 대통령.     © 국회사진취재단

 

공세 펼치는 野


보수야당은 이번 상황을 호재로 보고 ‘여권 내 분열’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이 지사와 민주당 사이를 더욱 멀어지도록 압박하고 있다.


야권이 공세를 취하는 것은 개인적 문제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와는 달리 이 지사의 문제 자체가 여권 지지자에게서 처음 거론되면서 내부 분열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른바 친문과 비문,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프레임으로 구도가 나눠지기에 야권의 입장에선 잃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야권은 이 지사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확산되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포문을 열었다. 홍 전 대표는 이 지사가 문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지난 11월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성남 FC가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축구연맹 징계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징계 심의 때 나를 걸고 넘어지면서 왜 홍준표는 징계하지 않고 나만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기 문제에 부닥치면 이를 피하기 위해 자기를 도와준 사람도 같이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 행태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임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아마 이번에 알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내분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같은당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 언급은 ‘반문선언’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나올 만한 자기정치의 시작”이라고 가세했고, 김용태 사무총장은 “정권 중반에 ‘역린’이라는 말, 특히 ‘역란을 건드렸다’는 말이 나오면 그 정권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대통령의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 야당선언"이라며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은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해 이 지사가 야당 수준으로 민주당을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법정 공방전 시작?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사를 마친 검찰이 이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지사의 기소 여부는 다음주 중후반께 이뤄질 전망이다. 이 지사가 본인에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 없어 검찰은 충분한 법리적 해석을 통해 기소 여부를 검토중이다.


현재 적용되는 의혹 가운데 몇 가지 혐의가 기소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이 지사의 진술과 증거 자료 및 사실관계를 통해 기소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기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핵심은 ‘친형(이재선) 강제 입원’이다. 검찰은 ‘적법한 공무집행’ 부분을 두고 법리적 해석을 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감금’ 혐의가 적용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된다. 감금 혐의는 증언만으로도 사실관계가 인정되고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전 분당구 보건소장 2명을 불러 조사했고, 이 지사가 부당한 지시를 해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2012년 당시 분당구 보건소장이던 이 모씨는 해외출장 중이던 이 지사가 자신에게 연락해 친형 재선 씨의 입원 절차를 재촉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검찰에 진술했다.


또 입원에 대해 ‘적법하지 않다’고 한 공무원을 강제로 전보시키고 이후 새로 온 공무원에게도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이 지사에게는 매우 불리한 증언이지만, 이 지사는 “친형을 강제입원시킨 것은 형수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친형 강제 입원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직권남용 ▲감금 ▲정신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된다. 모두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도지사 등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박탈당한다. 집행유예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1일 분당경찰서는 ▲친형 강제 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관련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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