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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만]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유동적 현대’부터 ‘빌려온 삶’ 바우만의 이론 담다!

박소영 기자 | 기사입력 2014/04/14 [10:11]

[바우만] 빌려온 시간을 살아가기

유동적 현대’부터 ‘빌려온 삶’ 바우만의 이론 담다!

박소영 기자 | 입력 : 2014/04/14 [10:11]

바우만은 19세기 자본주의와 현대의 자본주의의 달라진 점을 비교한다. 19세기는 ‘생산의 사회’는 21세기는 ‘소비자 사회’로 변했으며 이에 따라 우리는 노동이 아닌 신용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런 ‘신용 착취’의 사회에서는 국가와 정치의 역할도 급격하게 변하게 되고 ‘사회복지국가’는 구현이 불가능하게 되면 ‘진보’ 정치 향수에 젖어 아무런 진전도 보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바우만은 이러한 거시적 관점 뿐 아니라 성과 사랑, 급 만남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를 광대하게 펼치며 지금까지 널리 이야기 되어 온 ‘정치의 죽음’과 ‘노동의 종말’ 등도 거론하며 우리 시대를 새롭게 사유하는 눈을 기르게 한다. <편집자주>


우리 시대를 새롭게 사유하는 바우만 이론의 종합선물세트

자본주의에 대한 거시적 통찰부터 오늘날의 부채 인생까지

 


[주간현대=박소영 기자] 왜 현대의 삶은 ‘신용 카드’ 등 신용을 중심으로 돌아갈까? SNS는 과연 ‘사회적 관계망’일까? 오히려 SNS는 관음증과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하는 현대인의 마법의 호리병이 아닐까?
 
왜 진보는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하고 보수는 아무리 실패해도 끄떡없을까? 안철수는 과연 ‘민주’와 ‘진보’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일까? 왜 청년 ‘실업’은 무수한 말잔치에 비해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일까?

놀라운 진단


이 모든 문제는 비단 정치가들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까지도 궁금해하는 골치 아픈 현대의 난제들이다.
 
이 모든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이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내 다시 현대의 본모습 그대로 짜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부분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전문가들이 존재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며 전후좌우의 맥락과 결을 진단할 수 있는 이론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바우만은 이 책에서 놀랍게도 그러한 시도를 감행한다. 2008년의 미국발 금융 위기를 계기로 8장으로 나뉘어진 이 대담에서 지금까지 일부 제시되어온 관점과 개념을 포괄적으로 재점검한다.
 
그러면서 우리 시대가 부딪힌 도전과 고민을 놀라운 시각으로 새로이 진단한다. 그는 먼저 19세기 자본주의와 비교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달라진 점을 점검한다.

1장에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에 대한 역사적 분석 작업은 우리를 현대 자본주의에 대해 놀라운 통찰로 이끈다.

 
즉 19세기는 ‘생산자 사회’였지만 21세기는 ‘소비자 사회’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은 노동이 아니라 신용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 사태는 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경우 뚜렷한 직업이 없는 젊은이들이 ‘신용’ 카드를 몇 장씩 소지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실례인 셈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국 ‘주체적으로 노동하는 건강한 삶’ 대신 ‘빌려온 잉여적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눈으로

바우만의 진단에 따르면 이러한 ‘신용 착취’ 사회에서는 노동과 노동자의 관리를 목적으로 했던 ‘국가’와 ‘정치’의 역할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이상적으로 구현했던 ‘사회복지국가’는 오히려 역사적으로 예외적 상태였으며, 이는 더 이상은 구현이 불가능한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현대의 소위 ‘진보’ 정치는 이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아무런 진전도 보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우만은 지금까지 널리 이야기되어온 ‘정치의 죽음’과 ‘노동의 종말’에 대해서도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위기는 단지 현대의 이 두 핵심적 범주만을 둘러싸고 진행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첨단 과학의 눈부신 발달을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생명공학을 둘러싼 첨단 과학이 인간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는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로 ‘기술적’, ‘공학적’ 관점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며 그것이 인간 그리고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리 깊이 탐구되지 않는다.

바우만의 이 대담집은 이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진전을 보여준다. 즉 ‘인간의 죽음’을 말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포스트-휴먼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바우만의 작업은 추상적인 ‘인문학적’ 논의를 넘어 보다 구체적으로 미래의 사회를 진단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도 역시 바우만의 진단은 그것이 자본의 운동에 가져오는 변화부터 시작해 여성의 모성적 지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아마 근대의 탄생이 ‘휴머니즘’의 탄생이었다면 21세기 자본주의는 분명 ‘POST-HUMANITY’로 이행할 것이다.
 
이에 대한 바우만의 선구적인 논의는 정치와 경제에만 쏠려 있는 우리의 고민을 기술과 문명이라는 또 다른 방향으로 넒혀주며 개안적인 충격을 가져다 줄 것이다.
 
작가 소개 : 지그문트 바우만
1925년생. 바우만이 명성을 얻기까지는 동시대인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대 사회학자들 가운데 가장 권위를 가진 학자가 되었다. 초기에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영국 노동운동과 계급 문제를 연구했으며, 점차 근대성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다수의 저작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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