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기업, ‘사회적 책임 경영’ 시급한 이유

“돈 쓸어 담는 재벌, ‘노블리스 오블리주’ 회피한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2/13 [14:15]

재벌 대기업, ‘사회적 책임 경영’ 시급한 이유

“돈 쓸어 담는 재벌, ‘노블리스 오블리주’ 회피한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2/13 [14:15]

우리나라 부의 60%를 1%도 안되는 대기업집단이 독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부의 독식’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독식’ 구조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와더불어, 대기업 내 민주적이지 않은 구조도 심각하다.

 

대기업의 총수는 그 집단 안에서 ‘왕’과 다름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고, ‘재벌 일족’이 아니라면 사실상 거수기와 다를 바 없게 전락한다.


총수 있는 대기업 29%, 본인은 이사등재 안 해
이사등재 회사 97곳 중 75.2%가 사익편취 회사
8개 기업 집단은 오너 일가 이사등재 아예 없어
‘예스맨’ 사외이사…내부거래 경우엔 100% 승인

 

▲ 1%로도 안되는 재벌 대기업이 우리나라 부의 60%를 독식하고 있다.     © Pixabay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대기업집단을 분석한 결과, 재벌 일가는 ‘책임 경영’보다는 지배력이나 잇속 챙기기에 관심이 더 있다고 발표했다.


대기업들은 사외이사나 위원회 등 외형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수기’나 '예스맨'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에 따라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많아졌지만,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여전히 미약했다.

 

책임경영의 부재

 

 공정위 발표 자료를 보면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 소속회사 1774개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1.8%(386개사)였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8.7%(155개사)에 불과했다.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셀트리온(88.9%)·KCC(82.4%)·부영(79.2%)·SM(72.3%)·세아(66.7%) 순으로 높았다.

 

반면 미래에셋(0.0%)·DB(0.0%)·한화(1.3%)·삼성(3.2%)·태광(4.2%) 순으로 낮았다.

 

총수 본인이 전혀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집단은 14개(28.6%,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에 달했다. 이 중 8개는 2·3세도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았다.

 

등기임원을 맡지 않는다는 의미는 사실상 책임경영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불편한 개인정보의 공개를 회피하고 경영권만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총수일가는 기업집단의 지배력이나 이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회사에는 적극적으로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386개사를 분석해 보면 주력회사(46.7%), 지배구조 정점인 지주회사(86.4%),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65.4%) 등에 집중됐다.

  

거수기 이사회


이사회 작동 현황을 보면 내부 감시 기능을 높이려는 장치들이 도입됐지만, 실효성은 미흡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56개 집단 소속 253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787명으로 전체 이사의 50.1%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3%였다.


하지만 최근 1년간(작년 5년∼올해 4월) 이사회 안건 5천984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고작 0.43%인 26건에 불과했다. 99.57%가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말이다.


특히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 810건 중 부결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단 2건이 수정 또는 조건부 가결됐을 뿐이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상장사는 법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었다. 상법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내부거래위원회는 법률상 의무가 없지만, 설치 비율이 2014년 23.1%에서 올해 35.6%까지 증가했다.


기업 스스로 내부 통제장치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형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년간 상장사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1천501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8건(보류 1건, 수정의결 6건, 부결 1건)에 불과했다. 내부거래위원회 안건은 100% 원안 가결됐다.


공정위가 이사회나 위원회 안건 중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295건을 분석한 결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안건 279건 중 그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81.7%나 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맥주캔 통행세’로 총수 2세에게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과징금 79억5000만원을 부과한 하이트진로의 이사회회의록에 관련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며 충실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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