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확산되는 ‘체육계 미투’…근본 대책 마련 가능할까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씨 ‘도화선’…유도선수 출신 신유용씨 까지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9/01/15 [15:24]

점차 확산되는 ‘체육계 미투’…근본 대책 마련 가능할까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씨 ‘도화선’…유도선수 출신 신유용씨 까지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9/01/15 [15:24]

심석희 선수는 초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조재범 코치의 눈에 띄어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고, 이후 강릉에서 상경해 조 코치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재범 코치는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심 선수는 최근 조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재범 코치를 엄벌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석희 선수 “17살 때부터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 당했다”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 씨 “심 선수 덕분에 용기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체육계 미투, 스포츠 강국의 부끄러운 모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마지막이란 각오로 쇄신하겠다”

 

▲ 지난 1월 8일 심석희 선수는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밝혔다.     ©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체육계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8일 심석희 선수는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밝혔다. 세종 측은 “심석희 선수가 만 17살 미성년자일 때부터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행위여서 지난달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세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해 지도자가 상하관계의 위력을 이용한 폭행과 협박을 가했다”며 “성폭행 등의 범죄행위가 이뤄진 곳은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은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폭행에 너무나 쉽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전혀 저항할 수 없도록 얼마나 억압받는지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은 “당시 경찰은 조재범의 핸드폰 등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 관련 사실을 비밀로 유지하여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심석희 선수와 협의한 끝에 당일 오후 예정된 형사 공판기일에는 부득이 상습상해 부분에 관해서만 피해자 진술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 씨도 ‘미투’ 고백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고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가 다른 종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백이 ‘체육계 미투’의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 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교 시절 몸담았던 유도부 코치로부터 수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신 씨의 고백은 큰 관심을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의 사건이 불거지면서 언론 매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신 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석희 선수가 이번 일을 공론화하면서 다시 한번 체육계 미투가 이슈가 됐다고 생각해서 고맙다고 생각을 했다”며 “자신들이 잘못한 게 아니니까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고 자책하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신씨는 영선중학교에 다니던 2년간 손 코치에게 유도를 배웠다. 이후 영선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1년 여름부터 고교 졸업 후인 2015년까지 당시 영선중 유도부 코치였던 손 코치에게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신 씨는 손 코치가 용의주도했다고 밝혔다. 손 코치는 신씨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 테스트기 사용과 산부인과 진료를 종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난해 유도계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은 손 코치 아내가 남편을 의심하자 손 코치는 신씨에게 “50만원을 줄 테니 아내에게서 연락이 오면 성관계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라”고 회유까지 했다.

 

신 씨는 자신에게 진심 어린 사죄 없이 회피하는 손 코치의 태도를 보고 지난해 3월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이 후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손 코치는 변하지 않았다. 손 코치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은 없었으며, 신 씨와는 연인 관계였다. 단지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유도회는 손 코치에 대해 유도회 영구제명 및 삭단(유도 단 또는 급을 삭제하는 것)키로 했다. 황성주 유도회 홍보팀장은 “손 코치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유도회도 지난해 인지하고 꾸준히 지켜봤다”며 “당초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해당 코치의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대중적으로 주목받게 된 만큼, 재발 방지와 일벌백계 차원에서 선제적 조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학생을 선도해야 할 지도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든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본다”며 “추후 법원 판결 등으로 징계가 줄어들 가능성은 전혀 없다. 유도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게 유도회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지난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1년 넘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이후 용기를 내 여자 코치님과 동기 한 명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며 증언을 부탁했지만 두 사람 모두 들어주지 않았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두 사람 모두 내 편에 섰다면 유도계에 계속 몸담고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성범죄 예방이나 신고, 상담과 관련한 교육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만약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더라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MBC 뉴스 캡쳐>     ©주간현대

 

정치권도 한 목소리 

지난 8일 알려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 고소 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조재범 전 코치의 인면수심 행태에 함께 분노하며, 체육계의 성폭력 비위 행태를 철저히 전수 조사하여 발본색원해야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정 대변인의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경천동지할 고백에 그간 심석희 선수가 겪어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어떤 말로 감히 위로를 전할 수 있을지 마음이 저리고 아려 온다”며 “당시 심석희 선수는 만 17세, 고교 2학년의 미성년자였으며, 성폭행은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되기 2달여 전까지도 지속됐다고 하니, 이것이 정녕 사실이라면 조재범 전 코치의 인면수심 작태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 심석희 선수는 만 17세, 고교 2학년의 미성년자였으며, 성폭행은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되기 2달여 전까지도 지속됐다고 하니, 이것이 정녕 사실이라면 조재범 전 코치의 인면수심 작태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 영구제명 등 제제 규정을 정비하고, 성폭력 예방책과 피해자 보호제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참에 전수 조사하여 썩은 뿌리를 모조리 뽑아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로 조재범 전 코치가 저지른 모든 악행의 진상을 밝혀주기 바라며, 정부도 철저한 특별조사를 통해 다시는 이러한 야만적인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난 10일 “상명하복의 선후배 문화, 제도 범위를 넘어선 코치의 폭언과 폭행, 성폭력과 이를 은폐하는 체육계의 폐쇄성이 조재범이라는 괴물을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이 대표는 “심 선수의 증언은 성폭력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행사되는지를 또 한 번 보여줬다”면서 “권력과 그 권력을 이용하는 위력이 존재하는 모든 일상에서 성폭력은 행사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 1월 이래, 사회 각 분야에서 수많은 미투가 있었음에도 국회는 제가 제출한 비동의 강간죄 신설 법안을 비롯해 아직 단 한 건의 미투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또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논란에 대해 "전면적인 전수 조사를 통해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무엇보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있는 분위기와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학연과 인간적 관계 등 매우 폐쇄적인 ‘인의 장막’ 속에 갇혀 운영되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며 "금번 심석희 사건이 그런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출처=청와대>

 

문 대통령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 이뤄져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왔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외형의 성장을 따르지 못한 우리 내면의 후진성이기도 하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새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로 최근 가장 뜨거운 사회현안으로 떠오른 체육계 성폭력 사태를 비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최근 가장 뜨거운 사회현안으로 떠오른 체육계 성폭력 사태로 채웠다. 체육계 성폭력 사태는 지난 9일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새해 첫 현안점검회의에서도 논의 대상이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드러났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을 못한 채 이어진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개선과 우리 사회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한 조사와 수사 그리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어떤 피해에 대해서 2차 피해가 없도록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보장 하에 모든 피해자들이 자신을 위해서나 후배들을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피해를 용기있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아가서 차제에 체육 분야의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체육은 자아실현과 자기성장의 길이어야 하고 또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라며 "성적 향상을 위해 또는 국제대회의 메달을 이유로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선수들에게 학업보다 운동에 우선 순위를 두도록 하고 있어서 운동을 중단하게 될 때 다른 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라며 "선수들이 출전·진학·취업 등 자신들의 미래를 쥐고 있는 코치와 감독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운동부가 되면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합숙소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 체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체육계도 과거 자신들이 선수 시절 받았던 도제식의 업악적 훈련방식을 되물림하거나 완전히 탈퇴하지 못한 측면이 없는지 되돌아보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쇄신책을 스스로 내놔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15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최근 있었던 '체육계 미투'에 대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대한체육회 “마지막 각오로 쇄신하겠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또한 관련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15일 이기흥 회장은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1차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용기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지원과 성원, 격려를 해준 국민과 후원해준 정부, 기업인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그간 내부 관계자들이 폭력, 성폭행 사안의 징계와 상벌 결정에 관여해온 관행과 병폐에 체육회가 자정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하고 적폐 근절을 위한 실행 대책을 밝혔다. 

 

이 회장은 “체육회는 폭력,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묵인·방조한 회원종목 단체를 즉시 퇴출하고 해당 단체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회원종목 단체의 폭력, 성폭력 조사와 징계에서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관련해서는 사건의 조사를 모두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 파문으로 얼룩진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철저하게 조사해 관리ㆍ감독의 최고 책임자로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하겠”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메달을 포기하더라도 체육계에 만연한 온정주의 문화를 철폐하고, 성적 지상주의로 점철된 현행 엘리트 체육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합숙ㆍ도제식 훈련 방식의 전면적인 쇄신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선수촌 내에는 여성 부촌장과 여성 훈련관리관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범위하고 철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하여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정상화시키겠다”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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