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비우고 채우는 온천 힐링 여행지 2곳

거기, 몸 담그면 뜨끈한 기운 스며들어 깊은 휴식 선사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3/04 [09:54]

3월에…비우고 채우는 온천 힐링 여행지 2곳

거기, 몸 담그면 뜨끈한 기운 스며들어 깊은 휴식 선사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3/04 [09:54]

약초 노랗게 우러난 물에 온천욕…머리 맑아지고 마음 차분
피 빨리 돌아 콧등과 이마에 땀 ‘송송’…눈도 스르르 감기고

▲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에 자리한 동의본가에서 어린이들이 약초 스파에 몸을 담근 모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월이 되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 되고, 뜨끈뜨끈한 온천이 끌리는 계절이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30%나 줄어든다고 한다. 겨울 끝자락에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온천여행이 제격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편안함과 휴식을 얻고자 하는 휴식형 여행, 힐링여행이 도시 생활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독이며 심신을 보살피는 힐링 여행지로서 온천 여행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그면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있던 여유가 생겨나고, 온천욕을 끝낸 후 느긋해진 걸음으로 산책을 하노라면 나도 모르게 마음과 몸이 치유되는 것 같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겨울 끝자락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과 전남 보성 율포노천해수탕을 꼽고 있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산청과 보성으로 비우고 채우고 머무는 쉼표여행을 떠나보자.


1. 산청으로 가는 쉼표여행
겨울에는 온천이 최고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세상이 그럭저럭 살 만하게 느껴진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고양이가 안심하고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별달리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믿음이 든다”고 했는데, 따뜻한 물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노라면 세상에 나쁜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온천은 이처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자, 그러면 어떤 온천으로 떠나볼까. 좀 더 특별한 온천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남 산청을 추천한다. “산청에 온천이 있다고?” 하며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동의보감촌에 자리한 동의본가에서 약초 스파를 경험해보자.


동의보감촌은 허준의 의서 <동의보감>을 주제로 꾸민 한방 테마파크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청에는 예부터 효능이 탁월한 약초가 많이 났는데, 우수한 약초를 알리고 산청을 한의학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동의보감촌을 조성했다. 한의학박물관과 한방자연휴양림 등을 갖춘 동의보감촌은 지난 2013년 문을 열었으며, 한방 의료와 힐링 체험 관광지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동의본가에서 체험하는 스파는 물을 뜨겁게 데우는 ‘인공 온천’이지만, 그 효능은 국내의 내로라 하는 온천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비결은 약초 주머니다. 산청에서 나는 약초가 가득 담긴 주머니로 우린 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성초·당귀·천궁·진피·구절초·산초·정향·치자 등 10가지 약초가 들어간다.


먼저 약초 주머니에 코를 대고 향을 맡아본다. 한약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같기도 한 향이 콧속으로 스민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하다. 이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차례. 약초가 한껏 우러난 물은 짙은 노란색이다. 몸이 노란색으로 물들 것 같다. 동의본가 전혜원 사무국장이 약초 스파는 신경통·류머티즘·관절염·근육통·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들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아요. 피부가 매끈해지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곳의 약초 스파는 아토피 치료에도 좋다고 한다.


5분쯤 지났을까.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피가 빨리 돈다는 말이다. 콧등과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즈음, 눈이 스르르 감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뭐랄까, 약간씩 어긋나 비뚤어진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조금은 관대해지는 것도 같고, 낙관적으로 변하는 것도 같다. ‘우리네 세상사, 대부분 결론 따위는 없잖아’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는 한순간을 꼽으라면, 오랜 시간 운전한 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뜨거운 물로 들어가는 때가 아닐까.


스파 체험으로 끝내기는 아쉽다. 건너편에 자리한 한의원으로 가서 진맥을 받고 쑥뜸도 떠보자. 쑥뜸은 30~40분 걸린다. 배에 쑥뜸기를 올리고 누우면 배가 따뜻해지면서 잠이 저절로 온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한결 상쾌하다. 동의본가에서는 약초 향기 주머니 만들기, 약첩 싸기 체험도 진행한다.

 

▲ 동의본가 약초 스파 외관.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동의보감촌 탐방에 나서보자. 먼저 갈 곳은 귀감석. 거북이를 닮은 커다란 돌이 있는데, 그 무게가 127톤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가 센 지역 중 한 곳이라는데, 사람들이 기를 받고 소원을 빌기 위해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전 사장이 이곳에 다녀간 뒤 사장으로 추천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복석정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있다. ‘복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 이 바위에 동전을 세우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한의학박물관은 입구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 동상이 있는데 높이 4.7미터, 너비 13.5미터, 길이 20미터에 달한다. 안에 들어서면 <동의보감>과 한의학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옛날 한의원 풍경을 재현해 놓은 곳도 있다. 두뇌와 키가 성장하는 쑥쑥 한방법, S라인과 V라인을 만드는 날씬 한방법, 100세까지 무병장수 하는 한방법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한의학을 만나는 코너도 유익하다.


경남 산청은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 남명 조식이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기른 곳이다. 그가 머무른 산천제(山天齋)와 그의 사상을 돌아볼 수 있는 남명기념관, 후학이 조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덕천서원이 남명의 정신처럼 또렷이 남았다. 남명 조식은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다. 그의 사상은 실천을 강조하고 사회 현실과 정치적 모순을 적극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입장은 제자들에게도 이어진다. 곽재우·정인홍·이제신·김효원·문익성·하항 등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이들이 바로 남명의 제자다.


남명은 말년에 산청 덕산으로 들어와 산천제를 짓고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어 마지막 거처로 삼았다. 산천제는 남명이 61세부터 임종하기까지 머물던 곳으로, 그가 마당에 심은 남명매는 여전히 해마다 꽃을 피운다. 산천제 맞은편에 자리한 남명기념관은 지난 2001년 남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해 건립이 추진됐으며, 2004년에 완공됐다. 남명과 관련한 각종 유품과 자료를 볼 수 있다.


산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남사예담촌이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마을로, 박씨·이씨·정씨·최씨·하씨·강씨 등이 집성촌을 이룬다. 이곳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아름다운 돌담 때문이다.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돌담과 토담은 전체 5.7km에 이르는데, 이중 3.2km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예담촌이라는 이름도 ‘옛 담마을’이라는 뜻이다.


산청의 별미는 어탕국수다. 모래무지·피라미·꺽지·붕어·미꾸라지 등을 잡아서 뼈를 발라낸 뒤 풋고추·호박·미나리 같은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어탕에 국수를 만 음식이다. 한 그릇 먹으면 땀이 쏙 빠지면서 건강해진 느낌이 든다. 마블링이 촘촘한 산청 한우와 쇠고기국밥도 맛있다. <글·사진/최갑수(여행작가)>

 

율포노천해수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고단한 여정마저 눈 녹듯
얼굴 휘감는 득량만 찬바람, 뜨끈한 기운 몸에 스며 오감 유쾌

 

▲ 노천탕 중앙에 있는 유아탕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즐기기 좋다.    

 

2. 보성으로 가는 쉼표 여행
전남 보성 율포로 가는 길은 더디고 따사롭다. 몸속에 스며드는 해수탕의 온기처럼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구불구불 언덕을 내려서 차밭을 지나 육지 끝까지 내달리면 회천면 율포다. 모래 해변과 솔숲이 호젓한 곳에 ‘뜨끈한’ 율포해수녹차센터가 2018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노천해수탕과 녹차탕에 테라피 시설까지 갖춘 현대식 건물이 제법 듬직하다. 율포해수녹차센터에 닿기 전에 득량만 바다가 눈길을 끈다. 고깃배가 드문드문 떠 있는 바다는 해안에 명물 하나를 보탰다.


율포해수녹차센터는 3층 건물이다. 이곳의 자랑거리는 3층에 들어선 노천해수탕과 테라피 시설이다. 노천해수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고단한 여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득량만 바다와 솔숲, 율포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으로 전해지는 은은한 짠맛, 코로 확인되는 바다 향과 솔 향, 얼굴을 휘감는 득량만의 차가운 바람, 몸속으로 스며드는 뜨끈한 기운이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 여기에 꼬마들의 웃음까지 더해지면 오감이 유쾌한 노천해수탕 체험이 완성된다. 노천해수탕은 율포의 일출을 감상하는 이색 포인트다. 율포해변은 남해의 해돋이 명소로, 올 초 해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이곳 해수탕은 지하 120미터에서 끌어올린 암반 해수를 사용한다. 해수 온욕은 미네랄이 풍부해 신진대사에 효능이 있으며, 혈액순환과 피부미용, 면역력 강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뜨끈함으로 치면 노천탕 중앙에 위치한 유아탕이 인기다. 몸을 눕히고 가족끼리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기에는 이곳이 오붓하다. 이 밖에 야외 공간에는 족탕, 냉탕 등이 있다. 겨울에는 바닥이 얼기도 하니 노천해수탕 주변에서 이동할 때는 미끄럼에 주의한다.


3층 실내 공간에는 테라피를 위한 아쿠아토닉풀이 있다. 강한 수압으로 결리고 쑤시는 몸을 다스리는 곳이다. 넓은 풀에 온도가 적당해 꼬마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다. 실내 시설은 찜질방으로 연결된다. 스톤테라피방, 황옥방, 황토방, 아이스방 등이 테마별로 갖춰졌다. 황옥방에서는 창으로 바깥 풍경이 훤히 내다보인다. 오락 기구가 있는 키즈방 역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다.


2층으로 내려가면 남탕, 여탕 등 본격적인 욕탕과 사우나 시설이 있다. 찻잎 모양을 형상화한 욕탕 내부는 녹색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는 해수탕 외에 고온녹차탕이 있다. 보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의 고장.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는 녹차의 이름과 효능을 빌려 찻잎을 하루가량 우린 물로 녹차탕을 운영한다. 고온녹차탕은 녹색이 아니라 진한 황토색을 띤다. 뽀글뽀글 기포까지 더해져 녹차를 ‘몸으로 마시는’ 기분이 든다. 녹차 온욕은 피부 질환, 항균 작용,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율포해수녹차센터 1층에는 특산품 코너와 카페 등이 있다. 3층 휴게실에서는 간식거리를 판매한다. 입장료는 대인(만 7세 이상) 7000원, 소인·경로 5000원이다. 테라피용 의류 대여비 2000원, 모자는 3층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연중무휴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6시~오후 8시다.


율포해수녹차센터 정문에서 율포해변이 바로 연결된다. 율포해변은 보성군의 대표 해수욕장으로, 잔잔한 바다와 고운 모래밭, 고요한 포구가 어우러진 남도 바다의 모습을 갖췄다. 해변 따라 이어진 솔밭은 산책 코스로 좋다. 50~60년 된 곰솔이 늘어섰으며, 곳곳에 조각 작품이 분위기를 더한다.

 

▲ 50~60년 된 곰솔이 늘어선 율포해변 솔밭.    


몸이 개운해졌으면 보성의 과거를 더듬어볼 시간이다. 득량역에서는 1970~1980년대 추억의 거리를 만난다. 경전선이 정차하는 득량역 주변이 세월의 온기가 전해지는 거리로 변신했다. 50년이 넘은 이발소, 옛날 역전다방, 전파사, 롤러장 등 추억을 다독이는 상점이 길목에 재현됐으며, 주점과 가게에서 주전부리를 판다. 벽화로 단장된 득량역에서는 과거 역무원의 옷과 모자를 빌려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경전선을 넘나들어 달리면 보성의 전통마을과 조우한다.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들이 19세기 중반~20세기 초에 지은 옛 가옥이 원형대로 보존된 곳이다. 오래된 돌담 따라 마을길을 오르면 수려한 열화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마루와 담벼락을 대신한 연못은 ‘한국의 미’가 도드라진다. 열화정에서 대밭 너머 몇 발자국 떼면 보성의 바다가 보인다. 30여 채 가운데 솟을대문이 인상적인 이용욱 가옥을 비롯해 고택 세 곳과 열화정이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훈훈한 보성 나들이는 벌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꼬막과 소설 <태백산맥>으로 유명한 벌교는 많이 변했다. 태백산맥문학거리가 반듯하게 조성됐고, 현부자네집과 김범우의집 등 소설 속 명소를 더듬는 코스는 걷기 여행자에게 인기다. 태백산맥문학거리에는 나무로 된 이층집에 오붓한 카페가 들어섰고, 소설에 나온 술도가와 꼬막 요리를 내는 식당들이 나란히 어깨를 맞춘다. 벌교초등학교 앞 보성여관(소설 속 남도여관)은 새롭게 단장해 숙소이자 관광 명소로 태백산맥문학거리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글·사진/서영진(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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