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상’에서 파격 연기 변신 한석규

“비겁하게 뒤통수 치는 연기 해보고 싶었다”

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3/15 [10:59]

영화 ‘우상’에서 파격 연기 변신 한석규

“비겁하게 뒤통수 치는 연기 해보고 싶었다”

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3/15 [10:59]

아들 때문에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 맞은 도의원 캐릭터 열연
“연기는 내가 하는 능동적 액션…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시나리오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분위기에 압도됐다.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한숨이 나오더라. 이 한숨을 표현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 한석규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부끄러움의 신호가 온다. 그걸 무시하면 생각나지 않고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데, 구명회가 그렇다”고 소개했다.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배우 한석규(55)는 3월20일 개봉하는 영화 <우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어떤 부자가 있었다. 이 부자는 마르지 않는 부를 누릴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가진 재산을 투자해 더 큰 재물을 얻고 싶었다. 창고에 재물을 담으려 했으나, 그날 밤 죽었다. 이 이야기는 예수가 말했다. 조금 과장해서 죽었다고 표현했다. 정곡을 찌르는 비유,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상>이 그랬다. 나를 포함해 제작진, 동료 연기자 모두 정성을 다한 작품이다. 영화란 무엇인지,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관객들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란다.”


영화 <우상>은 아들 탓에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은 도의원과 피해자 아버지, 사건 당일 자취를 감춘 여성의 이야기다. 세 사람은 각자의 우상을 좇아 돌진한다. 영화 <적의 사과> <한공주> 등을 연출한 이수진(42) 감독의 신작이다. 이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


한석규는 “연기자들도 선택당하는 입장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 이수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한 번 해봅시다'라고 해줘서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그 시대 그 사람의 이야기다. 이 감독이 왜 이렇게 시나리오를 썼을지 생각해봤다. 엔딩신이 어떻게 그려지고, 관객들이 내가 받은 인상을 그대로 느낄지 궁금했다. 대한민국의 고민과 모습, 인간 군상을 그린 영화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기만 하고,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마음으로 봐주면 좋겠다.”


한석규는 도의원 '구명회'를 연기했다. 차기 도지사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으나, 아들이 교통사고에 연루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아들을 자수시키고 사고를 매듭지으려고 한다.


한석규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부끄러움의 신호가 온다. 그걸 무시하면 생각나지 않고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데, 구명회가 그렇다”고 소개했다.


“우상을 좇으면서 동시에 우상이 되고 싶어한다. 육체와 정신이 우상에 잠식당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변해간다. 구명회를 꼭 연기하고 싶었다. 이미지 변신 때문에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비겁한 인물이라 끌렸다. 무슨 짓을 해도 살아남는 역할을 원했다. 구명회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구명회는 배우들이 도전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인자한 미소 너머에 가늠할 수 없는 속내를 감추고 있고, 시민들 앞에서 친절하다가도 일순간 돌변한다. 내면 깊은 곳에 간직한 욕망까지 섬세하게 그려냈으나, 연기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


“연기는 내가 하는 능동적인 액션이라고 생각했고, 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그러나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연기는 다른 사람의 액션에 반응하는 것, 리액션의 작업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정치적인 성향도 다르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아니라 모두 같으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내 직업은 연기자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연기는 왜 하는가, 연기로 뭘 얻으려고 하나, 왜 시작했나,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쉽게 답이 안 나오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한석규는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52)·천우희(32)를 칭찬했다.
설경구에 대해 “현재는 내 후배이지만 나중에는 동시대의 배우가 될 것이다. 같이 나이가 들어가는 동료다. 좋은 연기를 보여줘서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치켜세웠고, 천우희에 대해서는 “제일 늦게 합류했다. 연기를 잘못하면 밑천이 드러날 수 있었는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평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1990년 KBS 성우극회로 입사해 성우로 데뷔했다. 1991년 MBC 공채 탤런트가 됐다. MBC TV 드라마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1995년 영화 <닥터봉>으로 스크린 데뷔했다. 영화 <초록물고기>를 비롯해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등을 성공시키며 ‘국민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 <텔 미 썸딩> <그때 그 사람들> <구타 유발자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베를린> <상의원> <프리즌>,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낭만닥터 김사부> 등 수많은 히트작과 화제작을 내놓았다.


한석규는 “어릴 적부터 극장에 많이 갔다. 어머니 덕분에 감수성이 풍부해졌다. 화술도 닮았다“고 털어놓았다.
“영화를 보는 것도 훈련인 것 같다. 유전적인 영향이 있지만 부모의 액션에 자식들이 반응하는 것이다. 사람이 유한한 존재인데, 무한한 삶을 꿈꾸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해야 한다. 현재를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연기다. 예전에는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처음에 가졌던 마음, 예술적 체험을 다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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