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후보자, 서민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많은 부동산 보유”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의 신고가격은 52억6400만 원이지만, 시세는 74억5600만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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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기 내각 7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3월25일부터 시작된다. 인사청문회는 행정부의 자의적 인사권을 견제하고, 도덕성과 전문성 등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다. 재산공개는 후보 검증을 위한 기초적인 자료다. 특히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부동산 소유는 투기나 불로소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후보 검증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는 부분은 불법적 재산 증식과 부동산 문제다. 일부 후보는 재산에 관한 의혹이 쏟아지면서 까다로운 인사청문회 관문 통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실련이 3월22일 “7개 부처 후보자가 신고한 부동산 가격과 실제 시세를 조사한 결과, 총 신고가격은 약 152억 원으로 시세 약 252억 원의 60.4%에 불과했다”고 지적하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경실련에 따르면 장관 후보자들이 신고한 부동산 가격이 시세보다 약 100억 원이나 축소신고 됐다는 것.
경실련은 “1인당 평균 신고가격은 약 22억 원이지만 시세는 약 36억 원으로 1인당 약 14억 원이 축소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시세는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시세정보와 국토부가 공개한 실거래가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의 경우 8억9600만 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시세는 17억5600만 원으로 반영률은 51%에 불과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는 신고가격 11억8000만 원, 시세 12억 100만 원이었으며(반영률 98.2%),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보는 신고가격 7억6300만 원, 시세 12억6900만 원으로 반영률 60.1%였다.
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신고가격 21억4100만 원, 시세 42억7000만 원(반영률 50.1%),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는 신고가격은 36억500만 원, 시세 64억900만 원(반영률 56.3%)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의 신고가격은 52억6400만 원이지만, 시세는 74억5600만 원에 이른다(반영률 70.6%). 또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는 신고가격 13억8200만 원, 시세는 28억 6000만 원으로 나타났다(반영률 48.3%). 최 후보자가 지난달 급히 딸에게 증여해 논란을 부른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시세 7억9000만 원)를 포함하면, 시세는 36억5000만 원이다.
경실련은 “이처럼 후보자들의 부동산 신고가격이 시세보다 축소 신고된 것은 현행 허술한 제도와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면서 “재산공개 입법 취지와 달리 실제 시세와 동떨어진 축소신고로 형식적 재산공개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공직자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부동산 등 재산을 공개하게 되어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는 재산신고 가액산정을 공시가격과 실거래가(취득가)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경실련은 “대다수 후보자가 서민은 꿈꿀 수도 없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미 여러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나 특혜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 반곡동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서울 잠실 아파트 재건축 특혜 의혹, 성남 분당 아파트 증여 의혹이 불거졌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는 서울 용산 아파트와 상가 2채의 재개발토지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종로 아파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경실련은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해 분석한 결과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 장관 후보자들이 임대한 경우 전세 보증금은 총 30억900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의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은 13억 원,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의 서초구 서초동 신동아아파트 전세보증금은 5억 원, ▲박양우 문체부 후보의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전세보증금은 5억 8000만 원,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의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아파트 전세보증금은 7억 1000만 원이다.
경실련은 “여기서 상당한 이자소득 발생이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다주택자처럼 사업자 등록 없이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또한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이끌 핵심 인사들이 국민이 체감하는 주택정책,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우면서 “국민은 청렴한 장관이 제2기 문재인 정부를 이끌어가기를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에 관련된 사람을 고위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문재인 정부를 이끌어갈 장관 후보자들이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채로 임명된다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경실련의 논리.
경실련은 “수많은 중산층과 서민, 청년들의 노동의 의욕을 꺾고 있는 우리 사회 부동산 문제의 부조리가 이번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 속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회는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고위공직 후보자의 재산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국회가 공직자윤리법을 바꿔 제대로 된 재산공개가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재산의 형성 과정에 대한 소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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