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공유주방’ 사업 진출 막후

주방 나눠 쓰는 플랫폼 주목해 15억 베팅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4/12 [11:09]

롯데그룹 ‘공유주방’ 사업 진출 막후

주방 나눠 쓰는 플랫폼 주목해 15억 베팅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4/12 [11:09]

‘공유경제’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외식업계에 ‘공유주방’이 새로운 사업으로 뜨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공유주방 사업에 15억 원을 베팅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공유주방은 외식 사업자에게 주방 설비와 기기가 갖춰진 공간을 임대하는 서비스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공유주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콘셉트의 공유주방 업체에 투자자 및 유통업체들이 러브콜을 날리고 있다는 것. 롯데그룹 역시 이 같은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사업모델을 도입해 식품·유통 계열사와 시너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액셀, 엘캠프 스타트업 출신 ‘심플프로젝트컴퍼니’에 15억 투자
롯데호텔·롯데지알에스 등 4개사, 공동 R&D·판로지원 등 협업 추진

 

‘공유주방’이란?
음식점 매장 통째로 빌리는 대신
여러 사업자가 임대료 나눠 부담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용 줄여
외식업계 새로운 화두로 뜨는 중

 

▲ 외식업계에 ‘공유주방’이 새로운 사업으로 뜨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공유주방 사업에 15억 원을 베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심플프로젝트컴퍼니 직원들이 2017년 4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진행된 ‘롯데액셀러레이터 데모데이’에 참여한 모습.    

 

롯데그룹이 공유주방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그룹이 공유경제형 비즈니스에 투자한 것은 공유 오피스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그룹 측은 최근 공유주방 스타트업 ‘주식회사 심플프로젝트컴퍼니’에 투자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최근 공유오피스 사업에 적극 뛰어든 데 이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공유주방사업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식품·유통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이를 위해 3월26일 심플프로젝트컴퍼니에 15억 원의 투자를 완료했으며, 롯데그룹의 핵심 유통·식품사인 롯데호텔·롯데쇼핑 e커머스·롯데슈퍼·롯데지알에스 4개사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와의 사업제휴를 통해 제품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기로 했다.

 

외식 사업자에 각광받는 공유주방


음식점끼리 주방을 나눠 쓰는 공유주방(Shared Kitchen)은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나온 사업모델로, F&B(Food&Beverage) 사업자들의 투자비용을 낮춰주는 공유경제형 비즈니스다. 공유주방의 열기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다. 캘러닉은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클라우드 키친’이라는 공유주방 브랜드를 선보였다.


공유주방은 한 사업자가 매장을 통째로 임대하는 대신 여러 사업자가 임대료를 나눠서 내는 방식이어서 외식창업에 가장 큰 요인인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도시장인 미국에서는 2013년 130여 개였던 공유주방이 2016년 200여 개로 3년 사이 50% 이상 늘어나는 등,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배달전문 업체, F&B 창업자 등이 크게 늘며 각광받고 있다. 외식·숙박업 창업자 5명 중 1명만 5년간 생존하는 상황에서 초기 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이려는 예비 창업자들의 발길도 공유주방 쪽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서울 시내 음식점 평균 창업 비용은 9200만 원이다. 공유주방 업계는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80만~700만 원대에 창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높게 보고 공유주방 창업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10월 설립된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공유주방 서비스인 ‘위쿡(WECOOK)’을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위쿡은 주방설비를 갖춘 음식 제조공간을 사업자가 필요한 시간·넓이만큼 임대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와 마켓, 백오피스,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도 갖췄다.

 

▲ ‘위쿡’ 사직점 내부 모습.    


위쿡은 생산공간뿐 아니라,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연결을 통해 사업확장의 기회도 제공한다. 이외에 식자재 공급, 파트너사 연결 등 F&B사업자에게 필요한 여러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인큐베이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2017년 8월 서울 마포구 소재의 서울창업허브에 처음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올해 안으로 15개점 추가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3월 현재까지 460팀 이상이 위쿡을 사용했으며,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이번 투자로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받은 누적투자금액은 150억 원을 넘어섰다.

 

다양한 협업 추진 시너지 창출


심플프로젝컴퍼니는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인 ‘엘캠프(L-Camp)’ 출신이다. 2016년 10월 엘캠프 2기로 선발돼 2000만 원의 창업지원금 외에 사무공간, 사업 컨설팅, 멘토링 등을 지원받았다.


당시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공유주방’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로 위쿡 론칭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위쿡에 입점할 사업자 모집 및 부동산 업체 연결에 중점을 두고 지원했다. 특히 공유주방사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시장에 사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데모데이, 네트워킹파티 등을 통해 홍보·마케팅에도 힘을 쏟았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공유주방이라는 사업모델의 우수성과 서비스 확장가능성 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사업확장을 지원하고, 롯데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우선 롯데호텔은 소속 셰프 200여 명의 R&D센터로 위쿡을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호텔을 비롯해 롯데슈퍼, 롯데쇼핑 e커머스는 F&B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지원하기로 했다. PB 제품 개발 역시 논의 중이다.


롯데지알에스는 공유주방·공유식당 등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부동산 공동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컨세션 등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복합시설물 내에 심플프로젝트컴퍼니가 인큐베이팅한 우수한 F&B 사업자의 매장 입점을 추진하고, 배달전용 제품의 R&D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투자 및 협업을 통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청년창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진성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공유주방 사업은 F&B 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다년간의 경험과 전문인력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해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식품·외식·유통 분야에서 명실공히 글로벌 강자인 롯데그룹과 전략적 사업제휴까지 추진하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 더욱 많은 기회와 사업적 발전을 기대한다”며 “국내외 F&B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롯데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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