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문희상 국회의장

“20대 국회는 협치하라는 국민 뜻 따를 수밖에 없다”

김충열(브레이크뉴스 정치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19/04/19 [13:08]

만나고 싶었습니다...문희상 국회의장

“20대 국회는 협치하라는 국민 뜻 따를 수밖에 없다”

김충열(브레이크뉴스 정치전문 기자) | 입력 : 2019/04/19 [13:08]

올해는 3·1운동 100년, 임시 의정원 출범 100주년을 맞는 중차대한 해다. 2016년 시작된 20대 국회는 소위 ‘1987년 체제’의 헌법을 글로벌 시대에 맞게 개정하여 대한민국을 선진민주 복지국가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중차대한 임무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1년여 남은 현재도 정쟁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새로운 100년의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1987년 체제’의 단점으로 지적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보복으로 이어지는 불행이 반복되고 있다. 그로 인한 거대 양당 간 사생결단 적대적 공생관계의 대결은 국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을 통한 국리민복을 외면하게 하고 타협과 조정이 실종된 채 오직 집권을 위한 권력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한반도 주변정세는 21세기 글로벌 경제와 안보 다극화, 환경과 복지,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구축을 담보할 새로운 평화헌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법부 수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어떤 구상과 전략을 갖고 20대 국회의 대미를 장식할 것인가? 4월13일 오후 국회의장실을 찾아 문 의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 떠나 선거제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대통령제 폐해 바꾸라는 게 민심…20대 국회 이를 제도화해야”


“국민 눈높이 맞춰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하고 인사·예산 점검”
“남북 국회회담 추진…친서 교환 끝나 날짜만 정하면 실현 가능”

 

▲ 문희상 의장은 4월13일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촛불 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꾸라는 것이며, 이를 제도화해야 하는 것은 제20대 국회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상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조정하여 발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 말해달라.
▲패스트트랙(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른 절차다. 다당제 구조에서 여야가 협의하여 결정하는 일이다.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므로 의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다만,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선거제도 개혁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표심을 왜곡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이루는 것이 어렵겠지만, 이를 못하면 정치개혁은 무산되는 것이다.


정치개혁은 정당·국회·선거제도 개혁을 포괄한다. 그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은 촛불 민심이고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정쟁과 대결만 일삼는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싸움을 해야 한다면 국회를 열어놓고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막말이 아닌, 논리 대 논리로 싸우면서 주고받는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도 각 당 지도부의 통 큰 결단만 있다면, 제20대 국회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개헌은 소명이며 책무”


-선거제 개편과 원 포인트 개헌 논의를 동시에 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은 있는가?


▲특정 사안만 논의하자는 원 포인트 개헌이 아니다. 이미 대통령이 제안했던 개헌안이 있고, 그동안 이루어졌던 국회 내 논의로 의견이 접근한 개헌안이 있다. 이를 기초로 재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야 합의로 개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은 동시에 할 수도 있고, 별개로 논의해도 되는 사안이다.


촛불 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꾸라는 것이며, 이를 제도화해야 하는 것은 제20대 국회의 숙명이다.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으로서 개헌은 소명이며 책무이다.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결코 늦지 않았다. 제20대 국회가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시 용기를 내주리라 기대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국회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개헌을 한다면 국회 총리추천제 도입, 감사원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등 국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우선은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회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국회의 권한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체크 앤 밸런스(Checks And Balances), 즉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냈던 촛불 민심과 국민의 명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현행 제도는 그대로 두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촛불 민심의 명령을 제도화, 시스템의 대전환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모든 혁명적 대사건은 개헌이라는 큰 틀의 제도화, 시스템의 대전환으로 마무리됐다.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그러했다.

 

“법안소위 활성화 큰 의미”


-국민은 국회가 민생, 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입법 통과를 도외시한 채 적대적 기득권 공생관계를 누리며 싸움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장 취임 후 가장 효율적으로 변화된 정책들은 무엇인가?


▲임기 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특수 활동비를 폐지했고, 국회혁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예산·조직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도록 했다. 일하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서 국회개혁을 위한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4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소위 활성화’를 위해 제안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되었다. 법안소위를 복수로 설치하고 매월 2회 이상 법안소위를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상임위원들의 법안심사 참여 범위가 확대되고 보다 활발하게 법안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개혁 법안의 심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일부개정 법률안에는 전자청원제도 도입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연말 12월1일부터 ‘전자청원 시스템’을 통해 일정수 이상의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국회의원 소개 없이도 국회에 청원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이제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을 포함한 국회 선진화법 제도개선, 법사위 체계와 자구 심사 제도개선,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의 국회 개혁안이 마련되어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회외교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을 했다. 국회의장 직속 의회외교활동 자문위원회를 통해 지난 2월21일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사전심사를 통한 외유성 출장 전면 차단, 해외출장 결과보고 전면 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 의회외교 평가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의원외교 규정 개정은 4가지 사안이다. 철저하게 지켜나간다면 의회외교의 새 지평을 열게 될 획기적인 개선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추가될 국회개혁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가 될 것이다. 의장 임기 동안 단 1%라도 국민의 신뢰를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해방공간에서 찬탁과 반탁으로 나뉘어져 분단 71년을 맞이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우리 민족에게는 또 하나의 분수령이다. 국회 차원에서 남북 긴장완화를 위해 특별히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것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신뢰구축을 통해 관계개선에 적극 임하도록 하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체제 안전을 통해 ‘밝은 미래’가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현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북한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한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일을 돕는 것, 중재하는 것, 전달하는 것 등 막중한 역할이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대한민국 국회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한·미·일 삼각공조 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예리하게 살피며 꾸준히 전진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나 또한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첫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북측과 친서 교환은 이루어졌으며, 날짜만 정하면 실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남북 국회회담 성사가 목적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는지가 가장 큰 기준이다. 만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즉각 추진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 문희상 의장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첫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미 북측과 친서 교환은 이루어졌으며, 날짜만 정하면 실현 가능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음 세대 위한 정치를 해야”


-4·3 보궐선거 결과, 민주평화당의 견제로 4당 체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불확실하다. 선거제 개혁,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현행 체제와 4당 체제 중 어느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제20대 국회가 협치를 해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명령한 것이다. 여러 당을 만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협치를 하라’는 국민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총선 시간표가 가까워질수록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걱정이다. 눈앞의 일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여당은 여당의 입장, 야당은 야당의 입장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갖는다면 품격 있는 국회, 협치의 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돌발 질문

Q. 대권 도전? A.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질 것”

 

정치에 있어 육체적 나이는 무시할 수 없는 크나큰 과제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비웃듯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민주당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 중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은 78세이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77세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73)이 문희상 의장보다 한 살 밑이다. 문희상 의장이 정치적 멘토로 삼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 또한 74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언제부터인지 국회의장은 스쳐지나가는 정거장으로 인식되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국회의장 자리는 대통령 보은의 자리이지 대권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출신지역을 보면 권력 중심축이 심각하게 어느 한 지역에서 60년 가까이 독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 폐단이 매우 크다. 문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1980년 군부독재 시절 전국 30만 청년전위조직인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을 이끌었다.


그런 차원에서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내년 퇴임 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대권에 도전할 의사는 없는가?’ 물었다. 단호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져 갈 것이다”라고 짧게 말했다. 문 의장의 심중엔 오로지 ‘19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 민생 국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 그 무게의 중압감에서인지 고뇌에 찬 모습이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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