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떠나는 연두색 소확행 여행

청신·발랄 신록의 혜택 있으매 “아, 이런 게 행복!”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4/26 [10:21]

5월에 떠나는 연두색 소확행 여행

청신·발랄 신록의 혜택 있으매 “아, 이런 게 행복!”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4/26 [10:21]

어느덧 명랑한 5월이다. 깨끗하고 신선하며 생기 있는 이 즈음의 신록을 보노라면 수필가 겸 영문학자였던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이 자꾸만 떠오른다. “봄·여름·가을·겨울 두루 4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중에도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산을 바라보라….” 5월에는 나뭇잎이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고, 화사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고운 언덕 위에 녹음방초 성한 이때,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꽃 한 송이를 보며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여행을 떠나보자.

 


 

바람에 꽃잎 흩날리고 작은 터널엔 달달한 나팔꽃 향기 가득
길옆으로 만개한 분홍·빨강 철쭉들은 “날 보라”며 나그네 유혹


초록 숲이 마음을 사로잡고, 정겨운 들꽃은 눈 못 뗄 만큼 고혹적
수목원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피톤치드 달고 시원한 공기는 보너스

 

1. 청양으로 가는 꽃여행


속리산에서 출발한 한남금북정맥이 칠장산에 닿자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이어서 서남 방향으로 솟으며 달리던 금북정맥이 바다에 닿기 직전 정북 방향으로 급선회한다. 급선회하는 구간을 충청남도 청양군이 품고 있다. 그래서 청양은 산지가 비교적 많다. ‘충청남도의 허파’로 불리는 이유다. 덕분에 청양 어디서나 서북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끝없이 이어진 능선이 보인다. 그 고운 산세 속에 청양의 대표적 식물원이 하나 있다. 고운식물원이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식물원의 친절한 자연을 벗 삼아 한 바퀴 돌며 풍경을 담았다.

 

▲ 식물원 초입, 분홍 겹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청양은 연평균기온 11.5℃, 1월 평균기온 -2.8℃, 8월 평균기온 26.3℃로 기온차가 심한 내륙성 기후를 가진다. 안내소 직원에 따르면, 고운식물원은 청양에서도 특히 기온이 낮은 편이라서 개화 시기가 강원도 속초와 비슷하단다. 고운식물원이 보유한 식물자원은 미선나무·가시연꽃·히어리·독미나리·노랑붓꽃·층층둥굴레·섬시호 등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을 포함해 4500여 종에 달하는데, 봄이 되면 120여 종의 식물이 꽃을 피운다. 4~5월 고운식물원의 화사함은 연중 최고다.

 

안내소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매표소~잔디광장둘레길~전망대~매표소’로 이어지는 코스를 짜고 첫발을 내디뎠다.


개화 시기가 늦다더니, 식물원 초입에는 필자가 찾아갔던 4월 중순 벚꽃이 절정을 이뤘다. 살랑대는 바람에도 잎이 흐드러지게 날렸다. 작은 터널에는 달달한 나팔꽃 향기가 진하게 고여 있었다.

 

▲ 나팔꽃 화분이 매달린 터널.    


매표소에서 잔디공원 뒤편 둘레길까지는 직선 코스다.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이지만 산세를 타고 내려온 선선함이 모여 산책에 제격이다. 안내소에서 주관람로 방향으로 약 200미터 거리에 데크 산책로가 있다. 이 데크 주위에서 잔잔한 솜털의 할미꽃, 맑은 하늘색을 닮은 물망초 등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작은 다리 건너, 한 가족이 둘러앉아 간식시간을 가지기에 적당한 누각도 있다. 취사와 음주는 물론 안 되지만, 과일이나 김밥 정도의 간식은 가능하니 산책 전 에너지 보충을 하기에 좋다.

 

▲ 고즈넉한 돌담길.    


누각 가까이 붓꽃원에는 튤립이 만개했다. 개화기가 아닌 붓꽃을 대신한 것인데, 고운식물원은 개화 시기를 고려해 일부 정원을 유동적인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다.


동물농장 구역에 동물교감장이란 곳이 있다. 문을 열자 반기는 것인지 놀란 것인지 새들이 일제히 지저귄다. 말을 따라 하는 앵무새부터 다람쥐, 토끼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좋다. 만지고 싶지만 용기가 안 난다면, 눈 딱 감고 관리자에게 손을 맡기자. 눈을 뜨면 손 위에서 아장거리는 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식물원에서 온실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규모는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허브 향을 비롯해 이국적인 내음이 진하다.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원예치료가 따로 없다.


직선 코스가 끝나면 잔디광장 둘레길이 시작된다. 흙과 자갈이 깔려 걷는 맛이 좋다. 길옆으로는 만개한 분홍, 빨강의 철쭉이 날 보라며 유혹한다. 철쭉은 청양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정열과 명예를 나타낸다.

 

▲ 철쭉이 핀 산책로.    


둘레길에서 전망대까지는 산허리를 비스듬히 오르는 길이다. 길 양옆은 산 사면으로, 양지 또는 음지에서 여러 식물이 군락을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금낭화가 숨어 있는가 하면, 매발톱이 꽃피기 직전 고개를 세우고 있다. 나무줄기와 잎 사이로 내려온 빛이 핀 조명처럼 떨어져 무대 위 주인공을 보는 듯하다. 걸음이 느려지는 길이다.


곧이어 튤립원에 닿는다. 멀리서도 튤립임을 알 수 있는 원색의 색감이 진하디진하다. 강렬한 햇빛을 한껏 머금은 듯 꽃잎이 빛을 발한다. 빨간 튤립은 활기를, 노란 튤립은 따뜻함을, 순백의 흰 꽃은 차분함을 전하니 정원을 돌고 돌아도 지루하지 않다.


튤립원과 원추리원을 지나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식물원과 주변 풍광이 한눈에 조망되는 포인트다. 탁 트인 전경에 마음이 뻥 뚫린다. 산바람이 시원함과 상쾌함을 더하니 눈이 절로 감기고 '좋다' 소리가 연신 입 밖으로 나온다. 전망대 뒤편을 포함해 곳곳에 지하에서 뽑아 올린 음용수 식수대가 마련돼 갈증 해결도 쉽다. 길에서 가끔씩 시가 새겨진 석조물을 볼 수 있는데, 빈손으로도 문학이 있는 산책을 할 수 있어 좋구나 싶다.


전망대 아래로 ‘S자 롤러슬라이드’라는 놀이기구 겸 이동수단이 마련돼 있다. 약 230미터 길이의 레일에 롤러를 깔았다. 롤러 위에 앉아서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높은 시선으로 숲을 살피는 재미가 색다르다. 관람이 즐거웠냐는 안내소 직원이 가을에도 오라고 한다. 그때는 더 볼 만하다고.


식물원을 나서는 길, 마음에 드는 식물 하나 자신에게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여러 원예치료 사례는 식물 재배를 통한 자연 교감이 정신건강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고 전한다. 창가든 베란다든 책상이든 상관없다. 자연을 가까이 두고 보살피면 그 자연이 또 우리를 보살펴줄 것이다.


고운식물원은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하기 좋지만 배움터로도 제격이다. 단체 예약 시 초등 교과 수준의 식물 설명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유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하룻밤 머물 수도 있는데, 예약을 통해 4명, 6명, 10명을 수용하는 방갈로 숙박이 가능하다.


백월산에서 가야산으로 북상하는 금북정맥이 바다와 청양 사이를 지나기 때문일까. 지도상으로 청양은 바다와 가까운 지방이지만, 내륙의 기운이 강원도 비슷하다. 때문에 금강 유역의 평야를 제외하면 경작이 가능한 경지는 대부분 산간 분지에 형성돼 있다. 산간 계곡과 분지의 부식질과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은 고추 재배의 좋은 조건이다. 청양고추의 맛이 남다른 이유 중 하나다. 또 칠갑산 주변 청정지역에서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널리 인정받은 표고버섯이 자란다.


이 외에도 금북정맥과 금강에서 자라는 청양의 자랑거리를 매 2일·7일에 열리는 재래시장 장날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글·사진/안정수(여행작가)>

 

2. 포천으로 가는 꽃여행


5월에 가장 빛나는 숲이 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국립수목원이다. 500년 넘게 지켜온 초록 숲이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고, 이름도 정겨운 들꽃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고혹적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전나무 숲을 걷고, 식물과 꽃 6000여 종이 피어나는 전문 식물원까지 돌아보면 묵직하던 몸과 마음이 5월의 꽃바람처럼 나긋나긋해진다.

 

▲ 맨 처음 만나는 어린이정원. <사진제공=국립수목원>    


1987년 봄에 개원한 국립수목원의 옛 이름은 광릉수목원이다.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550년 동안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광릉숲은 전 세계 온대 북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룬다. 광릉숲 전체 면적 2420ha에서 1119.5ha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국립수목원이다. 특히 광릉숲은 희귀 생물이 많이 살며, 크낙새와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서식하는 보물 같은 곳이다.


국립수목원은 일반인에게 힐링의 장소지만, 다양한 국가적 기능을 갖춘 연구 기관이기도 하다.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은 다양한 식물(944분류군)이 살아,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장수하늘소를 비롯한 산림 곤충(3977분류군), 까막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 등 조류 180종이 산다. 그 외에 버섯(696종), 포유류(21종), 양서·파충류(22종), 어류(22종) 등 6100여 분류군의 다양한 생물이 있다. 2010년에는 생물 다양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국립수목원의 핫 플레이스는 남쪽 끝에 있는 전나무 숲이다. 1927년 월정사에서 전나무 씨앗을 가져다 키운 묘목이 까마득한 높이로 자랐다. 숲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피톤치드의 달고 시원한 공기는 보너스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은 여름.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에 전나무 숲을 걸으면 최고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 정문에서 어린이정원을 거쳐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면 숲생태관찰로와 아름다운 육림호로 이어진다. 관람객이 즐겨 찾는 숲생태관찰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만한 데크가 구불구불하다. 운이 좋으면 그림 같은 들꽃 군락과 마주칠 수 있다. 바람과 나뭇잎이 전하는 감미로운 공기에 취해 느릿느릿 걷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숲길이다.

 

▲ 육림호에 비친 신록이 아름답다.    

 

육림호 곁에는 산책하다 잠시 쉬기 좋은 숲 속 카페가 있다. 1989년에 지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통나무집이 숲 속의 쉼터에 잘 어울린다. 향이 좋은 원두커피와 직접 담근 자몽차, 레몬차가 맛있다. 고즈넉한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여유롭다. 비 오는 날에 운치 있게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수목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덩굴식물원, 수생식물원을 지나 피라미드 모양으로 된 난대식물온실을 만난다. 유리온실에는 남해안이나 남쪽 섬에 자생하는 식물이 있어 사철 푸르다. 상록활엽수인 팔손이와 돈나무, 유자나무, 외국 수종인 커피나무와 병솔꽃나무가 있다. 그 외에 벌레잡이식물 네펜테스, 자란, 새우란 등 320종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 수생식물원. <사진제공=포천시청 관광테마조성과>    


수목원 내 산림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숲과 식물, 들꽃에 대한 자료를 영상과 전시물로 만나는 곳이다.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의 역사, 현황, 미래를 설명하는 각종 임업 사료와 유물, 목제품 등 1만1300점이 전시된다. 영상 시스템을 통해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을 감상하고, 국내외 목재 표본도 관찰할 수 있어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하다.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희귀 식물을 보유한 희귀·특산식물보존원, 꽃이 예쁜 나무를 모아놓은 화목원, 수생식물원, 관목원, 습지식물원, 난대식물온실 등 22개 전문 전시원을 갖췄다.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은 우리나라에 자라는 희귀 식물과 특산 식물 400여 종을 모아놓은 곳이다. 한라산, 울릉도, 백두산, 석회암 지대 등 식물에 맞는 서식 환경을 재현하여 한라투구꽃, 설앵초, 동강할미꽃 등이 자란다.


국립수목원은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숲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부터 세월을 견뎌온 믿음직한 고목까지 사이좋게 모여 사는 가족을 닮았다. 매주 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5일간 개방하고, 숲을 보호하기 위해 예약제로 운영한다.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할 수 있다. 평일 하루 5000명, 토요일은 3000명이 입장 가능하다. 처음 방문할 때 예약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여유롭게 숲을 산책하고 나면 예약의 미덕에 공감한다. 국립수목원을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숲해설센터를 이용하자. 여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발하며,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한가원은 한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한과문화박물관이다. 우리 전통 과자인 유과, 약과, 다식 등을 살펴보고 체험과 견학을 할 수 있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한과 만들기 체험은 자연 발효한 유과떡을 튀기고 조청을 묻혀 모양을 내며 전통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이다. 체험 중에 만든 한과는 가져갈 수 있는데, 식은 다음에 먹으면 바삭해서 더 별미다.


포천아트밸리는 버려진 채석장이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가장 아름다운 곳은 천주호다. 화강암 채석으로 생긴 웅덩이에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되어 만들어진 호수인데, 바닥에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어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띤다. 그 외에 전시장과 공연장, 조각공원, 천문과학관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국립수목원 인근에 자리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30여 개국, 150여 부족에게서 수집한 유물과 민예품, 예술 작품 등 3000여 점을 전시한다. 대형 전시실 3개, 야외 전시장, 공연장, 체험 학습장, 산책로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연못 주변에 캠핑카와 캐러밴이 있고, 인디언 텐트 30여 동이 설치되어 야외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글·사진/민혜경(여행작가)>


<콘텐츠 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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