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가족끼리 떠나는 소확행 여행

봄빛 머금은 호수, 아름다운 산자락 ‘장쾌’

정리/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5/17 [09:58]

5월에 가족끼리 떠나는 소확행 여행

봄빛 머금은 호수, 아름다운 산자락 ‘장쾌’

정리/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5/17 [09:58]

명랑한 5월이다. 깨끗하고 신선하며 생기 있는 이 즈음의 신록을 보노라면 수필가 겸 영문학자였던 이양하의 수필 ‘신록예찬’이 자꾸만 떠오른다. “봄·여름·가을·겨울 두루 4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중에도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산을 바라보라….” 5월에는 나뭇잎이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고, 화사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게다가 5월에는 어린이날·어버이날·부부의날·성년의달 등 의미 있는 날이 줄줄이 들어 있어 1년 중 가족 나들이를 가장 많이 떠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고운 언덕 위에 녹음방초 성한 이때,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여행을 떠나보자.

 


 

청풍호 가는 82번 국도 신록 아름다워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비봉산역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풍경 과연 ‘육지 속 바다’


5층짜리 연초제조창 창고,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깜짝변신
영화·드라마 단골무대 수암골, 골목골목 숨은 그림 찾듯 거닐 만

 

1. 제천으로 가는 여행


청풍호는 1985년 충주다목적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 호수다. 면적 67.5㎢에 저수량 27억 5000톤으로 국내 최대 인공 호수인 소양호 뒤를 잇는 규모다. 충북 제천시와 충주시, 단양군에 걸쳐 있어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고 부른다. 주변에 청풍문화재단지,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청풍랜드, 유람선, 오토캠핑장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많다.

 

▲ 산과 호수를 동시에 조망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    


그림 같은 청풍호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최고 전망대로 비봉산(531m)을 꼽는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청풍호 한가운데 우뚝 솟은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봄빛 머금은 푸른 호수와 아름다운 산자락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3월 새로 개장한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면 정상까지 9분 만에 올라간다. 내륙에서 산과 호수를 함께 조망하는 유일한 케이블카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2.3km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일반 캐빈 33대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른다. 4면이 유리인 일반 캐빈도 스릴 만점이지만, 바닥까지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은 아찔하기가 한수 위다. 더구나 캐빈 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매우 안정적이다. 탑승 인원은 최대 10명. 하부 승차장인 물태리역 앞에 넓은 무료 주차장도 마련했다.

 

▲ 일반 캐빈 33대와 크리스털 캐빈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른다.    


물태리역 옆에 자리한 지름 15미터 공 모양 건축물은 케이블카와 같은 날 개장한 시네마(CINEMA) 360이다. 영상관 내부를 가로지르는 높이 6미터 투명 다리에서 360도 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광활한 지구를 담아낸 〈다시, 지구: 도도새와 함께하는 대자연 여행〉, 드론으로 제천 풍경을 촬영한 〈공중 산책: 날아서 여행하는 청풍명월 제천〉을 상영한다. 청풍호반 케이블카와 패키지로 구입하면 관람료를 50% 할인해준다.

 

상부 승차장인 비봉산역은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과 공동으로 사용한다. 제천 여행 인기 코스인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2012년에 들어섰다. 비봉산을 가운데 두고 케이블카와 반대편인 청풍면 도곡리역에서 출발해 23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속도는 느리지만 가파른 곳은 경사가 50도 이상이라 뒤로 넘어갈 듯 스릴이 넘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패키지는 모노레일 승차장에서 판매한다. 케이블카로 올라가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은 불가. 케이블카 승차장인 물태리역과 모노레일 승차장인 도곡리역 사이를 순환버스가 시간당 한 대꼴로 다닌다(20분 소요).


비봉산역 옥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청풍호를 왜 ‘육지 속 바다’라고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사방에 다도해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것. 섬 가운데 솟은 산에 올라 바다에 점점이 뿌려진 이웃 섬을 보는 느낌이다. 멀리 남쪽으로 월악산과 주흘산, 북쪽에 작성산과 금수산, 동쪽에 소백산 줄기가 아득하게 펼쳐진다.

 

▲ 솟대 조형물 뒤로 ‘육지 속 바다’ 청풍호의 절경이 보인다.    


타임캡슐을 저장하는 박스를 층층이 쌓은 설치미술 작품, 솟대 조형물, 포토 존도 조성했다.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혜택이 쏠쏠하다. 탑승권을 소지하고 의림지역사박물관에 가면 관람료가 면제되고, 제천시 관내 가맹점 4000여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지역 화폐 ‘모아’도 받을 수 있다(2인 기준 5000원권 1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를 빠져나와 청풍호로 이어지는 국도 82호선은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에 탐방객이 가장 많고, 신록이 아름다운 초여름 풍경도 뒤지지 않는다. 청풍호반을 더 가까이 즐기고 싶다면 선상 유람을 즐겨보자. 청풍나루에서 단양 장회나루까지 왕복 25km 뱃길을 따라가며 단양팔경에 드는 옥순봉과 구담봉의 절경을 감상한다. 케이블카 승차장 가는 길에 청풍나루가 있다.

 

▲ 벚꽃이 흩날리는 4월에 탐방객이 가장 많은 청풍호 드라이브 코스.    


청풍문화재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제천시 5개 면, 61개 마을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그곳에 있던 주요 문화재를 한데 모아 조성했다. 향교와 관아, 민가를 이전·복원하고 수몰역사관과 유물전시관도 세웠다. 고려 때 청풍현이 군으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세운 제천 청풍 한벽루(보물 528호)와 관아로 쓰이던 제천 청풍 금병헌(충북유형문화재 34호)을 포함해 보물 2점, 지방유형문화재 9점, 민가 4동 등이 원형대로 보존된다. 망월루에 오르면 단지 전경과 청풍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유가 있다면 금수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 고찰 정방사에 들러보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규모는 작지만 빼어난 전망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거대한 암벽을 등지고 선 법당 앞마당에서 겹겹의 산과 청풍호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청풍호자드락길 2코스 정방사길을 따라 걸으면 한 시간이 채 못 돼 도착한다. 자동차로 절 아래까지 갈 수도 있다.


청풍호자드락길은 청풍호반과 정겹게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걷기 여행길이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가장 긴 1코스 작은동산길(19.7km, 280분 소요)부터 가장 짧은 2코스 정방사길(3.2km, 90분 소요)까지 7개 코스가 있다.


‘제천’ 하면 떠오르는 박달재는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고개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경상도 선비 박달이 아름다운 처자 금봉과 사랑에 빠져 미래를 약속했다. 박달이 과거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금봉이 세상을 뜨자,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박달도 금봉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1997년 고개 밑에 터널이 뚫리면서 박달재는 사랑의 테마 관광지가 됐다. 해발 453미터 정상에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조각상이 있다.

 

<글·사진/이정화(여행작가)>

 

2. 청주로 가는 여행


201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하 청주관)가 개관했다. 청주관 개관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청주는 공예 비엔날레가 펼쳐지는 예술의 도시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11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주 무대가 청주관이 들어선 옛 연초제조창 부지다. 그러니 ‘지방 최초’로 손색이 없다.


둘째, 청주관은 종전 국립현대미술관과 다른 수장형 미술관이다. 우리나라 최초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점을 수장하고, 2020년까지 5100점을 수장할 계획이다. 마치 연극 무대의 뒤편을 보는 듯해 호기심이 인다.


옛 청주 연초제조창은 내덕칠거리 남동쪽에 위치한다. 청주 도시 재생의 상징이다. 청주관은 5층짜리 연초제조창 창고를 빌려 먼저 문을 열었다. 얼핏 보면 반듯한 새 건물 같지만, 옛 창고를 리모델링했다. 기둥과 벽 등의 골격을 유지하며 수장형 미술관에 맞게 정비했다. 지붕 위 파란 물탱크도 옛 창고 건물의 흔적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필로티와 1층 개방 수장고.    


수장형 미술관의 특징은 1층과 3층의 개방 수장고(open storage), 1~3층의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에서 두드러진다. 입구로 들어서는 필로티 역시 수장형 미술관을 실감케 한다. 오른쪽 유리벽 안으로 1층 개방 수장고 전시가 보인다. 매표하고 개방 수장고로 입장하기 전에 로비 전시부터 둘러볼 만하다. 입구 정면 벽에는 영상물을 상영한다. 옛 연초제조창 창고가 미술관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그 옆 원통형 전시실은 청주 출신 작가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공간을 채운다. 중심에 반가사유상이 있고, 주변으로 그의 작품을 짐작케 하는 타일 그림이 촘촘하다.

 

▲ ‘국립 현대미술관 청주’ 로비에 전시된 강익중 작가의 ‘삼라만상’.    


1층 개방 수장고는 청주관의 얼굴로, 길이 14미터에 높이 4미터 크기 3단 철제 선반 4개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단에 작품을 수장하듯 배치하니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작가는 김복진과 최만린, 문신 등 우리나라 ‘조각계의 어벤저스’다. 철제 선반 중앙 통로 끝에는 백남준 작가의 ‘데카르트’가 고목처럼 섰다. 그밖에 서도호, 이우환, 니키 드 생팔 등의 대형 작품이 입구 쪽과 철제 선반 가장자리에 있다. 미술 작품 운반할 때 쓰는 알루미늄 팰릿(받침대)이 수장형 미술관임을 부연한다.


자연스레 감상법도 다르다. 1층 개방 수장고는 작품과 관람자의 경계가 없다시피 하다. 좀 더 가까이,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하니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대순이나 비엔날레 참여 작가 등으로 나열한 것은 수장 분류할 때 편의일 뿐, 전시 작품의 교체 주기도 따로 없다. 작품이 대여되면 그사이 다른 작품이 자리를 채운다. 기획 의도가 개입하지 않으니 보는 이의 취향이 큐레이션이다.


1층을 둘러본 뒤에는 5층으로 이동해서 내려오며 감상한다. 1층 개방 수장고는 170여 점을 수장 전시해 일반 전시의 3~4배 규모다. 5층은 기획 전시실이다. 개관 기획전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오는 6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획 전시’로, 1층 개방 수장고와 작품 수나 전시 방식을 비교하면 수장형 미술관이 좀 더 쉽게 이해된다.


4층은 특별 수장고로 아직 준비 중이다. 전시는 3층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2층과 1층 보이는 수장고로 이어진다. 3층 개방 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을 전시한다. 1층과 달리 회화 작품을 다수 포함한다. 벽에는 미술은행 도록이 물품 보관함처럼 자리한다. 문을 열면 해당 작가의 도록이 있다. 보이는 수장고는 ‘전시’보다 ‘수장’ 기능에 집중한다. 온도와 습도 등 수장 환경에 따른 손상 우려가 있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감상한다. 그 너머로 김기창, 이중섭, 김환기 등 우리나라 회화 거장의 작품이 보인다. 3층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도 있다. 화~금요일 오후 1~3시에 방문하면 보존 작업하는 모습을 창 너머로 볼 수 있다.


청주관에서 나오면 동부창고로 이동한다. 이곳도 옛 연초제조창 창고다. 담뱃잎을 보관하던 창고 7개 동 가운데 3개 동을 재정비해 개방하고 있다. 34동은 커뮤니티플랫폼, 35동은 청주공연예술연습공간, 36동은 청주생활문화센터다. 34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36동 셀프카페와 책골목길 위주로 돌아보면 좋다. 책골목길은 건물 안에 책 골목을 조성해 독서하며 쉬거나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천장의 목조 트러스가 1960년대 건물임을 증언한다.


호젓한 여행지로 청주관 외에 충북문화관을 추천한다. 1939년 건립한 청주 충청북도지사 구 관사(등록문화재 353호)를 활용했다. 야트막한 동산 위에 자리하며, 문화의집과 숲속갤러리로 나뉜다. 문화의집은 옥천군 정지용, 괴산군 홍명희 등 충북 시·군별 대표 문인 12인의 문학 자취를 기록한다. 적산 가옥의 다다미 구조를 살린 북카페가 있어 여행 쉼터 역할을 한다. 이웃한 숲속갤러리는 실내와 야외 전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원에서 조용히 사색하며 머무르기도 좋다.


청주 정북동 토성(사적 415호)은 근래 들어 SNS 사진촬영 여행지로 떠오른 곳이다. 성벽 전체 길이는 675미터, 높이 3.5미터다. 평지에 지은 토성으로, 성벽의 소나무가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성벽 안이 오붓해 소풍 삼아 다녀올 만하다. 일몰이 아름다워 찾는 이들이 많다.

 

▲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수암골의 벽화.    


수암골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이자, 벽화마을로 유명하다. 골목골목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거닐 만하다. 몇 년 사이 벽화마을 못지않게 카페 거리로도 이름났다. 야경 전망대나 카페에서 청주 시내 밤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41호)도 놓칠 수 없다. 고려 때 세운 높이 12.7미터 당간으로, 철통 30개를 연결해 만들었다. 아래에서 세 번째 철통에 제작 시기와 목적 등이 새겨졌다. 청주시 대표 번화가인 성안길과 이어져 시가지 여행을 겸할 수 있다.

 

<글·사진/박상준(여행작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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