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리즈너’ 헤로인 남궁민 종영 후 인터뷰

“나를 힘들게도 즐겁게도 하는 연기는 애인 같다”

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5/24 [11:21]

‘닥터 프리즈너’ 헤로인 남궁민 종영 후 인터뷰

“나를 힘들게도 즐겁게도 하는 연기는 애인 같다”

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5/24 [11:21]

흙수저 출신 의사 ‘나이제’로 변신, 서늘한 카리스마 연기
“어느덧 데뷔 20년 차 됐지만 인생 캐릭터 아직 못 만났다”

 

▲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돈도 없고 백도 없는 ‘흙수저’ 출신 의사 역할을 서늘하게 그린 배우 남궁민. <뉴시스>    

 

남궁민(41)은 노력파다. KBS 2TV <닥터 프리즈너> 출연을 결정한 후부터 캐릭터 분석에만 몰두했다.


지난해 7월부터 5월15일 막을 내릴 때까지 휴대폰으로 적은 메모만 100개가 넘는다. SNS에 공개한 극본도 고3 수험생이라고 착각할 만큼 메모로 가득했다. 첫 등장신은 3개월을 고민했다. 재벌 사모님 오정희(김정난 분)에게 판코니 빈혈을 설명하는 장면인데, 대사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 장면 하나로 ‘나이제란 인물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예전부터 이렇게 메모하며 극본을 분석했다. 쉴 때도 다른 연기자들 모니터하고, 어떤 식으로 연기하면 좋은지, 발성 차이는 어느 정도 둬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다. 혼자 녹음하고 카메라로 영상도 찍어 본다. 휴대폰에 연기노트 엑기스가 있다. 연기하면서 느끼고 실수한 점 등을 적어 놓는다. 이렇게 메모하고 계속 보다 보면 좀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처음 연기 시작했을 때는 일기 형식으로 적다가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휴대폰에 적는다. 난 연기 빼고는 잘하는 게 없다. 다들 ‘너는 연기할 때가 제일 낫다’고 하더라, 하하.”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에서 병을 만드는 의사로 변신, 서늘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특히 1회 엔딩에서 태강그룹 상무 이재환(박은석 분)에게 주사를 꽂으며 ‘나 누군지 기억해?’라고 하는 신은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남궁민은 2017년 KBS 2TV <김과장> 이후 ‘또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을 들었다. <김과장> 때는 일부러 과장된 느낌의 연기를 했다면, <닥터 프리즈너>에선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호흡을 조절했다. 크게 혹은 작게, 던지듯 혹은 눌러서 말하며 호흡을 연구했다. 남궁민은 자신이 맡은 나이제 역할은 “아주 못되거나 착하지도 않지만, 냉정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차갑지만 정적인 느낌을 준 까닭이다.


나이제는 돈도 없고 백도 없는 ‘흙수저’ 출신이다. 뛰어난 칼솜씨로 대학병원 응급의학센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후 단역·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성장한 남궁민과 닮은 점이 많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집이 부유하거나,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연기를 사랑했다. 주인공을 한 지 3년 정도 됐다. 나이가 들어서 주인공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가 보인다. 제작사, 방송사도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가. 옛날에는 PPL(간접광고) 하라고 하면 ‘저걸 들라고?’라며 싫어했다면, 요즘은 ‘어떻게 하면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다.”


나이제의 개인 복수극으로 시작했지만, 부패 권력과 사회 부조리를 들추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겼다. 대립각을 세운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 역의 김병철(45)과의 호흡이 특히 빛났다. <닥터 프리즈너>는 두 캐릭터가 주축을 이룬 만큼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나이제가 선민식한테 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함께 고민했다.


“김병철 형과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형과 서로 주고받으면서 연기하는 게 정말 좋았다. 그런데 선민식의 캐릭터 특징이 좀 더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드라마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나이제 캐릭터의 힘도 잃었다. 나이제가 문제를 해결하고, 김병철은 항상 당하는 상황이 답습됐다. 흥미를 끌기 위한 상황도 반복했다. 남궁민은 김병철·최원영·김정란 등 함께 호흡한 연기자들이 “이런 상황을 설득력 있게끔 연기력으로 커버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처음 감독, 작가를 만났을 때도 ‘나이제가 3년 동안 어떤 일 때문에 복수하려고 마음 먹었고, 어떻게 복수 계획을 세웠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싶다’고 했다. 8회까지는 극본이 짜임새 있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처음 기획한 방향에서 살짝 어긋났다. 처음에는 나이제의 감정에 의한 행동이 주를 이뤘는데, 나중에는 마치 상황을 풀어가는 셜록 홈즈가 된 것 같았다.”


배우 남궁민은 평소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악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남궁민은 “나이제처럼 악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준비해서 나왔는데 촬영이 미뤄질 때 짜증을 좀 부리는 편”이라며 웃었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악인이 되면 안 되는 세상 같다. 그래서 보통 집에 많이 있는다. 우리나라는 동양적 사고관이 강하니까, 연예인은 도덕적으로 완성된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들이 하는 행동이 마치 연예인 전체의 행동처럼 화두가 되지 않는가. 공인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닥터 프리즈너>는 마지막 32회가 시청률 15.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남궁민은 시청률에 대한 자신감이 항상 있다고 했다. ‘내가 나오면 무조건 시청률 잘 나와’라고 자만하는 게 아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온 힘을 다 쏟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4회 극본을 보고 분명히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2회 시청률이 8~9% 나오고, 3·4회 바로 12~14% 찍지 않았는가. ‘내가 생각한 게 맞았구나’ 싶어 정말 기뻤다.”


남궁민은 인터뷰 내내 솔직했다. <닥터 프리즈너>가 잘돼 좋은 이야기만 할 법도 한데, 아쉬운 부분을 거침없이 지적했다. 다만 3년째 열애 중인 모델 진아름(30)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두 사람은 2016년 남궁민이 연출한 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에서 감독과 연기자로 만났다. 최근 진아름은 KBS 2TV <해피투게더 4>에 출연, “남궁민은 ‘애기야’라고 부르고, 난 ‘허니야’라고 부른다”는 연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남궁민은 “얼마 전 여자친구가 예능에 출연해 화제가 되지 않았는가.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면서도 “나이가 있는 만큼 결혼도 생각 중이다. 예쁘게 잘 만나고 있고, 결혼하게 되면 꼭 미리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남궁민은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됐지만 “인생 캐릭터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내면서 “연기대상을 목표로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준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후배들이 가끔 ‘선배는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고 물으면 항상 말한다. 나도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하는 건 똑같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캐릭터를 잘 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데뷔 초에는 욕도 많이 먹었다. 조명 쓰러지면 ‘저 새끼 때문에!’라며 혼나고, 내가 찍기만 하면 해가 떨어지곤 했다. (웃음) 차에서도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기대 있었던 적이 없다. 언제 부를지 모르니까. 연기는 애인 같다.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기도 하지만, 또 이 사람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다.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막상 없어지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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