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사회적 가치 돈으로 환산했더니…

3대 계열사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12조337억’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5/24 [13:51]

SK그룹 사회적 가치 돈으로 환산했더니…

3대 계열사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12조337억’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5/24 [13:51]

사회적 가치 돈으로 환산하는 ‘최태원표 공식’ 공개
이노베이션 1.2조, 텔레콤 1.7조, 하이닉스 9.5조 창출

 

▲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 2.0 키워드인 ‘사회적 가치’ 고도화를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발표했다.    

 

“이제 시작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를 먼저 고민하라.”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 2.0 키워드인 ‘사회적 가치(SV, 소셜밸류)’ 고도화를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발표했다. 고용·환경·노동 등 비정량적 부문을 화폐의 단위로 변환시켜 사회적 가치를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국내 첫 번째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

 

최태원표 사회적 가치 경영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5월21일 밝혔다. 또 이를 16개 주요 계열사의 핵심성과 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포함시키고, 경제적 가치(EV)와 함께 비중 50%를 할애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비즈니즈 모델 혁신 기회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이 최 회장이 그리는 그림이다.


SK그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어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주요 관계사 측정 결과, 향후 계획 등을 공개했다. 


SK그룹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란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화폐로 환산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기존의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회계 자료와는 별개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SK그룹 측은 “재무제표를 각 계열사별로 공개하듯, 사회적 가치 역시 각 계열사별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계열사별로 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 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SK그룸이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이유로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다.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SK그룹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그 계열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241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손실 1조1884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 원이다. 특히 비즈니스 사회성과 중 ‘환경 공정’에서만 1조427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정현천 SV 위원회 전무는 “SV를 측정하면서 마이너스가 크게 나온 계열사가 있어 놀랐고, 과연 이 수치를 발표해도 되나 내부적으로 고민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를 기준 삼아야 개선여부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작부터 투명하고 명확하게 했다”고 말했다.


강동수 SV위원회 상무 또한 “측정체계는 여전히 밸류업해가는 단계지만 누가 물어봐도 떳떳하게 밝힐 수 있게끔 투명하게 적용해 나가고 있다”며 “계열사 사업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각 사별로 약 60~70여개의 SV 지표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측정 시스템에 미비점이 많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측정결과 공표를 독려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SK 관계사에 적용되는 사회적 가치는 크게 3가지 분야다.


고용·배당·납세 등과 같은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와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하는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자원봉사 등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이 같은 수식을 대입했을 때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189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8874억 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손실 4563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 원을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을 계량화할 객관적 측정 방법에 대해서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각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형희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SV 강화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기업의 신규 사업이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다. 착하게 돈을 벌고, 또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그게 바로 SK그룹 SV의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독일계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다. 다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다. SK그룹은 바스프와 세계적인 사회적 가치 시장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회계학·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SK그룹은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다.


한국회계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현대 회계 시스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이 걸렸다”며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업 경영방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부사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뉴(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격주 주 4일 근무제’


한편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격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화제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 주식회사 두 곳이 올해 1분기부터 전사적으로 한 달에 두 번의 금요일을 쉬는 ‘격주 4일 근무’를 시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 것. 격주의 ‘주 4일 근무’는 지난해 말부터 시범 운영됐다고 한다. 보통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격주로 쉬며, 휴무 일정은 근무의 예측 가능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1년 단위로 정한다.


이를 두고 구성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를 원활하게 창출할 수 있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지론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주 4일 근무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응하고, 임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결단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격주의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며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최근 완전히 정착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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