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5·29 작심 발언 막후

한국당·강효상 겨냥 “기본과 상식 지켜달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5/31 [13:48]

문재인 대통령 5·29 작심 발언 막후

한국당·강효상 겨냥 “기본과 상식 지켜달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5/31 [13:48]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유출하고도 이를 비호한다며 강효상 의원과 그 소속당인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관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도 한국당이 당리당략을 국가안보에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한국당이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원칙의 문제”라며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국당은 외교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 수세에 몰리자 ‘강경화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유출 당사자인 강효상 의원을 ‘공익 제보’라며 싸고 돌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역대 최악의 비상식 정권이며 대통령 스스로 전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정상 통화’ 유출 관련 사과로 시작했지만 방점은 한국당·강효상 비판
한국당, 수세 몰리자 ‘강경화 책임론’ 물고 늘어지고 강효상 싸고돌아

 

▲ 문재인 대통령이 5월29일 오전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유출하고도 이를 비호한다며 강효상 의원과 그 소속당인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29일 청와대에서 을지태극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과로 시작했지만 방점은 한국당과 강효상 의원에 대한 비판에 찍혔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두둔과 비호’ ‘깊은 유감’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는 표현까지 썼다.


어쨌든 외교기밀 유출 논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기밀유출 파장을 일단락 짓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고 풀이한다.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또한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 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발언에는 외교부의 기강을 잡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들어 있다. 청와대는 이제껏 익명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사실과 다른 기사가 여러 번 보도되는 등 외교관들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단호한 발언에는 강효상 의원 건을 계기로 비슷한 사안의 재발을 막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국가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라면서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이라고 말하면서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의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을지태극연습’과 관련, “이번 전시 대비 연습은 공격이 목적이 아니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며 특히 한국군 단독훈련”이라며 “우리 국방을 우리 힘으로 지키는 자주적 태세를 확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시 대비 역량강화는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의 임무”라며 “한반도 안보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대화를 통한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되고 있지만, 튼튼한 안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을지연습과 태극연습을 처음으로 통합 실시하는 이번 연습을 향후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하고 자주국방 역량을 굳건히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외교·국방·행정안전부 등 관계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NSC에서 “앞으로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 평화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평화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도 국가안보에는 한순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자주국방은 정세의 변화와 상관없이 추구해야 하는, 독립된 국가로서 변함없는 목표”라며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해야 하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위기상황과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 유출 후 확산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경질론에 대해 “일단 문제를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당장 경질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월29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관장 갑질 사건 등 누적되고 있는 외교부 문제에 장관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과 관련해 “그 사안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는 추후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외교부에서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감모 참사관을 보안업무 규정 위반으로 중징계와 형사고발을 취했고, 관리책임자는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황에서 책임의 선을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책임 소재는) 일단 (외교부) 징계위에서 (징계가) 결정되고 나면 추후 궁리해야 할 사안이지, 지금부터 상정해놓고 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별도로 청와대 내부적으로 강 장관과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에 대한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역대 최악의 비상식 정권이며 대통령 스스로 전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5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당을 향해서 ‘기본과 상식을 지켜달라’고 요청을 하셨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본과 상식을 가장 안 지키는 분이 과연 누구인지 이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챙길 생각은 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1야당을 자극하면서 정쟁을 부추기고 있는데 기본과 상식으로 돌아가야 할 분은 바로 대통령 본인이 아니신가 생각한다”며 “무엇이 국정의 기본이고 무엇이 올바른 상식인지 대통령께서 심사숙고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은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의원에 대한 정부의 고발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적극 엄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5월29일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강효상 의원 고발은 야당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검찰이 강효상 의원을 부른다고 해도 한국당으로선 내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기밀 유출 논란의 당사자인 강효상 의원은 “청와대가 감추려고 애쓰던 민낯을 국민에게 공개한 이후 한 주일 내내 여권, 당정청의 십자포화를 받았다”며 “청와대의 겁박과 민주당, 외교부 고발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판대열에 가세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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