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봉준호 감독 직격 인터뷰

“모험 계속하는 영화감독은 권하고픈 직업 아니다”

뉴시스 | 기사입력 2019/06/07 [10:54]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봉준호 감독 직격 인터뷰

“모험 계속하는 영화감독은 권하고픈 직업 아니다”

뉴시스 | 입력 : 2019/06/07 [10:54]

“내년 아카데미 감독상·각본상 예약…설레발 부작용 있다^^”
“미국과 차기작 논의 중…서울서 벌어지는 공포물도 구상 중”

 

▲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 <뉴시스>    

 

“발표되니 멍해졌다. 소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됐다. 굉장히 정신없을 것 같은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진행된다.”


지난 5월25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당시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봉 감독은 5월92일 인터뷰에서 “그저께 오후 4시경에 입국했다. 공항에 기자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낯선 상황이었다. 영화계가 아니라 체육계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았다. 월드컵·올림픽 국가대표의 느낌으로 귀국했다. 다음날 새벽에는 용산 CGV에 갔다.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상영관 전체의 화질과 사운드를 확인했다. 어제는 언론배급 시사회와 간담회를 열고 뒤풀이도 가졌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공식상영과 함께 세계 평단·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유력한 수상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봉 감독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원래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 팀들이 심사위원과 접촉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은 자연스럽게 격리됐는데,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베를린 장벽 같은 게 무너진다. 하하. 다들 너무 궁금해 한다. 특히 자신들이 상을 준 감독을 보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나를 붙잡고 많이 물어봤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와 최연소 심사위원 할리우드 배우 엘 패닝(21) 이야기도 했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이 ‘그 부잣집은 어디냐’ ‘어디서 그렇게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송강호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 중 한 명이었는데,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이 결정되어서 남우주연상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칸 영화제는 중복 수상이 안 된다. 각본상과 심사위원상만 주연상을 겸할 수 있다. 그 위에 있는 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에 해당되는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상을 중복해서 줄 수 없는 규정이 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송강호에게 상을 줄 수 없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패닝은 배우들을 극찬했다. 여배우들의 대사와 표정을 칭찬했다. 표정이나 리듬감 같은 것들이 감탄스럽다고 하더라.”


해외 언론의 호평이 쏟아진 가운데,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봉 감독은 창작자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일이 힘들다. 감독들 모두 최신작이 다 최고작이 되고 싶어 한다. 점점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 계속 시도해야 하고 모험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다. 최고 기록을 세운 육상선수도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진다. 그걸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창작하는 일은 외롭기도 하지만, 계속 나아지기를 요구받는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신화를 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5월27일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이 내년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넘어 감독상과 각본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봉 감독은 “<뉴욕타임스> 기사가 나왔는데, ‘SRB’에 대한 부작용이 있다. SRB는 설레발이다”라며 웃겼다.


“희망의 표현을 너무 과하게 하다 보면 네티즌들이 설레발이라고 냉정하게 채찍질한다. 나도 외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까지만 언급할 생각이다.”


<기생충>은 봉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다.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서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짚어왔다. 기존 장르를 비틀어 인간애·유머·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설국열차> <옥자>와 마찬가지로 사회계층에 주목했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을 대조해 빈부격차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익숙함이라는 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이 가진 함정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착하고 정의롭고 명분이 있는 빈자들이 나온다. 그 반대편에는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갑질을 노골적으로 하거나 권모술수로 똘똘 뭉쳐 있는 부자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도 그런 대립구도가 있지만, 굉장히 익숙한 설정이다. 그런 게 우리가 보아온 강자와 약자, 빈자와 부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사실적이면서 요즘스러운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부자로 나온 이선균·조여정의 모습이 조금 더 결이 섬세하고 다층적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나름 순진한 구석도 있고 세련되고 매너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더 다가갈수록 묘하게 히스테릭한 부분이 있다.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가난한 송강호 가족은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을 묻자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이즈 기준으로 얘기하니까 민망하긴 한데 <마더> <기생충>의 사이즈가 내 몸에 딱 맞는 옷 같다. 해외인지 한국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미국 쪽 스튜디오랑 이야기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또다른 하나는 공포 쪽이다. 장르를 규정할 순 없지만, 2005년쯤부터 구상해왔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다는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설레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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